百憂集行(백우집행) 온갖 근심이 모여드네(七言古詩)
숙종 상원 2년(761) 성도의 초당에서 지음. 이 해 두보는 50세가 되었다. 젊을 적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추억하는 한편 현재의 노쇠하고 불우한 처지를 돌아보고 있다.
憶年十五心尙孩(억년십오심상해) 추억컨대 나이 열다섯에 마음 아직 아이 같았고
健如黃犢走復來(건여황독주부래) 팔팔한 누런 송아지처럼 이리 저리 내달렸었지.
庭前八月梨棗熟(정전팔월리조숙) 팔월이 되어 마당 앞에 배와 대추 익으면
一日上樹能千廻(일일상수능천회) 하루에 천 번이라도 나무에 오를 수가 있었네.
卽今倏忽已五十(즉금숙홀이오십) 홀연히 지금 벌써 쉰 살이 되어
坐臥只多少行立(좌와지다소행립) 자주 앉거나 눕고 걷거나 서있을 때 적구나.
强將笑語供主人(강장소어공주인) 억지로 우스갯소리나 주인에게 들려주면서
悲見生涯百憂集(비견생애백우집) 서글피 생활을 돌아보다 온갖 근심 모여든다오.
入門依舊四壁空(입문의구사벽공) 집 문에 들어서면 언제나 네 벽이 썰렁하거늘
老妻覩我顔色同(노처도아안색동) 나를 보는 늙은 아내의 낯빛도 나와 같구나.
癡兒不知父子禮(치아부지부자례) 어린애는 부자지간의 예의도 알지 못한 채
叫怒索飯啼門東(규로색반제문동) 밥 달라고 성질부리며 부엌 곁에 울고 있다네.
* 십오(十五) : 두보 열다섯 살. 현종 개원 14년(726)에 해당함.
* 주인(主人) : 두보가 초당을 짓는 데 물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땅을 사용하게 허락한 사람을 가리킬 것이나 미상.
* 사벽공(四壁空) : 가재도구 따위가 없다는 뜻.
* 안색동(顔色同) : 피차 낯빛이 근심에 싸여있다는 뜻.
* 문동(門東) : 부엌 곁을 가리킴. 남향집은 통상 부엌문이 동쪽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