遭田父泥飮美嚴中丞(조전부니음미엄중승) 술을 강권하며 엄

by 오대산인

遭田父泥飮美嚴中丞(조전부니음미엄중승) 술을 강권하며 엄중승을 기리는 농부를 만나다(五言古詩)


대종 보응 원년(762) 봄, 초당에서 지음. 숙종 상원 2년(761) 12월에 엄무(嚴武)가 어사중승(御史中丞)으로 성도윤(成都尹) 겸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에 임명되었다. 두보는 엄무와 함께 방관(房琯) 일파에 속해 정치적으로 친연관계이며, 엄무의 부친과는 친구였다.

步屧隨春風(보섭수춘풍) 신을 신고 나서 봄바람 따라 걸으니

村村自花柳(촌촌자화류) 마을마다 절로 꽃과 버들이로다.

田翁逼社日(전옹핍사일) 늙은 농부는 토지신 제삿날 가까워지자

邀我嘗新酒(요아상신주) 나를 맞이하여 새 술을 맛보게 하네.

酒酣誇新尹(주감과신윤) 술 거나해져 신임 성도윤 칭찬하기를

畜眼未見有(축안미견유) “내 눈으로 그런 분 아직 못 봤소.”

廻頭指大男(회두지대남) 고개 돌려 큰 아들을 가리키면서

渠是弓弩手(거시궁노수) “저 녀석은 궁노수 노릇하고 있는데,

名在飛騎籍(명재비기적) 이름이 비기의 군적에 올라있어서

長番歲時久(장번세시구) 교체 없이 장기 복무를 하고 있지요.

前日放營農(전일방영농) 며칠 전에 농사일 하라 보내주시니

辛苦救衰朽(신고구쇠후) 늙은 나를 매운 고생에서 건져줬다오.

差科死則已(차과사즉이) 갖은 요역 부세는 죽어야 끝나겠지만

誓不擧家走(서불거가주) 맹세코 온 가족이 도망가진 않을 겁니다.

今年大作社(금년대작사) 올해는 토지신께 크게 제사 드릴 터인데

拾遺能住否(흡유능주부) 습유 나리께서도 오실 수 있겠소이까?“

叫婦開大甁(규부개대병) 소리쳐 안사람 불러 큰 항아리 열게 하고

盆中爲吾取(분중위오취) 술동이에서 날 위해 술 가져다 따라 주네.

感此氣揚揚(감차기양양) 이렇듯 의기양양한 모습에 느낌 있으니

須知風化首(수지풍화수) 모름지기 풍화가 우선인 줄 알겠네.

語多雖雜亂(어다수잡란) 말이 많아 비록 어수선하기는 해도

說尹終在口(설윤종재구) 성도윤 이야기가 입에서 끝나질 않네.

朝來偶然出(조래우연출) 아침에 우연히 외출을 나왔다가는

自卯將及酉(자묘장급유) 묘시가 장차 유시가 되려 하지만,

久客惜人情(구객석인정) 오랜 객지 생활에 인정이 소중하거늘

如何拒鄰叟(여하거린수) 어찌 이웃의 노인네를 마다하리오.

高聲索果栗(고성색과율) 큰 소리로 과일과 밤을 찾아대고

欲起時被肘(욕기시피주) 일어나려면 때로 팔꿈치로 막아대는데,

指揮過無禮(지휘과무례) 손짓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무례하지만

未覺村野醜(미각촌야추) 시골사람의 비루함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月出遮我留(월출차아류) 달이 뜨도록 나를 못 가게 막아서고는

仍嗔問升斗(잉진문승두) 여전히 씩씩대며 술 더 없냐 물어댄다네.


* 섭(屧) : 나막신. 그저 신을 가리키기도 함.

* 사(社) : 토지신에게 드리는 제사.

* 신임(新尹) : 새로 온 성도윤(成都尹). 엄우를 가리킴.

* 축안(畜眼) : 다년 간 숱하게 보아온 눈.

* 비기(飛騎) : 당나라 때 병과의 하나. 쇠뇌를 쏘는 무술을 훈련하였음.

* 장번(長番) : 오래도록 교체 없이 복무하며 수자리를 살았다는 뜻.

* 쇠후(衰朽) : 노쇠한 몸이라는 뜻으로, 농부의 자칭.

* 차과(差科) : 모든 요역과 부세를 가리킴.

* 습유(拾遺) : 두보가 좌습유(左拾遺)를 역임했기에 이리 부른 것임.

* 풍화(風化) : 훌륭한 정사로 백성을 바르게 교화시킨다는 뜻.

* 자묘장급유(自卯將及酉) : 묘(卯)는 오전 5-7시, 유(酉)는 오후 5-7시.

* 지휘(指揮) : 손을 휘둘러가며 뜻을 표시하는 것.

* 승두(升斗) : 한 되들이 술그릇. 술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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