戲爲六絶句(희위육절구) 장난스레 지은 6수의 절구(七言

by 오대산인

戲爲六絶句(희위육절구) 장난스레 지은 6수의 절구(七言絶句)


대종 보응 원년(762), 성도에서 지은 시. 당대의 문학 풍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돌아보고 시로써 시를 논한 작품. 고대의 것을 좋아하는 자는 근대의 것을 무시하고, 화려함에 힘쓰는 자는 내실이 없다는 두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제목에 ‘戲爲’라고 한 것은 풍자의 말이 많은 까닭이다.



1

庾信文章老更成(유신문장노갱성) 유신의 시문은 노건하고 또한 성숙하여

凌雲健筆意縱橫(능운건필의종횡) 굳센 필력 드높고 시상은 종횡으로 내달렸네.

今人嗤點流傳賦(금인치점류전부) 전해오는 시부를 지금 사람들 비웃는다만

不覺前賢畏後生(불각전현외후생) 전현이 후생들을 두려할는지 알 수 없구나.


* 유신(庾信) : 남조 양원제(梁元帝) 때 서위(西魏)에 사신으로 갔다 억류되어 벼슬살이를 했으며, 이후 북주(北周)에서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의 지위에 올랐다. 청신한 풍격의 오언시로 명성이 있다. * 문장(文章) : 여기서는 시부(詩賦)를 가리킴.

* 부(賦) : 유신은 〈애강남부(哀江南賦)〉,〈소원부(小園賦)〉등으로 유명함. 여기서는 시와 부를 아울러 칭한 것임.

* 전현(前賢) : 선현과 같음. 유신을 염두에 둔 것임. 후생(後生) : 현재의 시인들을 가리킴.



2

楊王盧駱當時體(양왕노낙당시체) 양형 왕발 노조린 낙빈왕이 그 당시 시체로 지었다며

輕薄爲文哂未休(경박위문신미휴) 경박하게 글을 지어가며 비웃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爾曹身與名俱滅(이조신여명구멸) 너희 무리들이야 몸과 이름이 다함께 없어질지나

不廢江河萬古流(불폐강하만고류) 만고에 흐르는 장강과 황하처럼 폐해지지 않으리.


* 양왕노낙(楊王盧駱) : 초당사걸(初唐四傑)로 일컬어지는 양형(楊炯), 왕발(王勃), 노조린(盧照隣), 낙빈왕(駱賓王)을 가리킴. 육조시대의 부화한 시풍이 유행하던 초당의 시단에서 기존 궁정문학의 성향을 벗어난 참신한 시를 일부 지어내기 시작하였음. * 당시체(當時體) : 초당 시기에 유행하던 체재를 가리킴.

* 이조(爾曹) : 경박하게 글을 지어 ‘초당사걸’을 비웃는 자들을 가리킴.



3

縱使盧王操翰墨(종사노왕조한묵) 노조린 왕발에게 붓 잡고 시문을 짓게 하여도

劣於漢魏近風騷(열어한위근풍소) 국풍과 이소에 근접한 한위의 시가에는 뒤지네.

龍文虎脊皆君馭(용문호척개군어) 그래도 임금이 부리는 용문 호척 같은 준마이기에

歷塊過都見爾曹(력괴과도견이조) 흙덩이 뛰어넘듯 도성 지나며 너희들 내려다 보리.


* 노왕(盧王) : 노조린(盧照隣)과 왕발(王勃). 초당사걸을 대표해 거론한 것임.

* 한위(漢魏) : 한나라와 위나라 때의 시가문학을 가리킴. * 풍소(風騷) : 《시경의》 국풍(國風)과 초사(楚辭)의 이소(離騷)를 가리킴.

* 용문초척(龍文虎脊) : 털에 얼룩 반점이 있는 준마. 초당사걸을 비유한 것임.

* 역괴과도(歷塊過都) : 준마가 흙덩이를 뛰어 달리듯 드넓은 도성을 이내 내달린다는 뜻. * 이조(爾曹) : 초당사걸을 비웃는 무리들을 가리킴.



4

才力應難跨數公(재력응난과수공) 재능이 여러 공들 넘어서기 응당 어려우니

凡今誰是出羣雄(범금수시출군웅) 지금 그 누가 출중한 영웅이 될 만 하려나?

或看翡翠蘭苕上(혹간비취난소상) 간혹 난초 위를 나는 비취새는 보인다만

未掣鯨魚碧海中(미체경어벽해중) 벽해 속의 고래야 끌어당겨 보기 어렵네.


* 수공(數公) : 초당사걸을 가리킴.

* 비취(翡翠) : 물총새. 경물의 표피적인 묘사나 성률에 얽매여 시를 짓는 자잘한 시재의 소유자를 비유함. * 난소(蘭苕) : 난초 꽃을 가리킴.

* 경어(鯨魚) : 고래. 웅혼한 시재와 활달한 기백을 지닌 걸출한 시인을 비유함.



5

不薄今人愛古人(불박금인애고인) 지금 사람 경시하지 않으며 옛사람 존중하거늘

淸詞麗句必爲鄰(청사여구필위린) 청아한 말과 수려한 구절이면 필히 이웃하리라.

竊攀屈宋宜方駕(절반굴송의방가) 굴원 송옥을 추종하며 나란히 수레 타고 달릴 터

恐與齊梁作後塵(공여제량작후진) 제량 시대의 뒷바람 먼지 덮어쓸까 염려가 되네.


* 고인(古人) : 풍소(風騷)와 한위(漢魏)의 작가들을 가리킴.

* 굴송(屈宋) :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屈原)과 그 후배 송옥(宋玉). 여기서는 그들이 남긴 초사(楚辭) 작품을 가리킴.

* 제량(齊梁) : 남조의 제와 양. 당시의 문풍이 형식미를 추구해 부화한 반면 내용이 충실하지 않았음.



6

未及前賢更勿疑(미급전현갱물의) 선현의 성취에 미치지 못할 거라 다시 의심치 말라.

遞相祖述復先誰(체상조술부선수) 서로들 본받으며 지었으니 누구만을 우선하리오?

別裁僞體親風雅(별재위체친풍아) 순정치 않은 작품 구별해 잘라내고 풍아에 가까워야하니

轉益多師是汝師(전익다사시여사) 더욱 많이 스승 삼는 것 그것이 네가 스승 삼을 바라네.


* 전현(前賢) : 초당사걸을 포함한 이전 시대의 걸출한 문인들을 가리킴.

* 조술(祖述) : 앞 사람을 본받아 배우고서 그를 바탕으로 시문을 지어낸다는 뜻.

* 별재(別裁) : 구별해서 잘라내 없앤다는 뜻. * 위체(僞體) : 형식주의에 빠져 내용에 진실성이 없는 작품. * 풍아(風雅) : 시경의 국풍(國風)과 대아(大雅), 소아(小雅)를 일컬음.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앞서 나온 풍소(風騷)를 지칭한 것임. 시의 구성상 측성(仄聲) 자를 써야하기 때문에 ‘騷’ 대신 ‘雅’ 자를 쓴 것임.

* 전익다사(轉益多師) : 더욱 다방면에 걸쳐 앞 사람을 스승삼아 배운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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