畫鷹(화응) 매의 그림(五言律詩)
역시 젊은 시절의 작품 가운데 하나. 앞의 〈방병조호마(房兵曹胡馬)〉시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됨. 위엄과 용맹이 넘치는 매의 그림을 보고 묘사하는 한편 그 굳센 정신을 본받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제화시(題畫詩)의 걸작이다.
素練風霜起(소련풍상기) 하얀 화폭에 바람 서리 일어나거늘
蒼鷹畫作殊(창응화작수) 매의 그림이 특출나게도 그려졌구나.
竦身思狡兔(송신사교토) 솟구쳐 날 듯한 몸은 교활한 토끼 잡을 생각
側目似愁胡(측목사수호) 흘겨보는 눈은 우수에 찬 원숭이 같네.
絛鏇光堪摘(조선광감적) 손에 잡힐 듯 끈을 묶은 고패 빛이 나는데
軒楹勢可呼(헌영세가호) 부르면 기둥에 걸린 그림에서 나올 기세.
何當擊凡鳥(하당격범조) 어이 해야 보잘 것 없는 새들 후려쳐 잡아
毛血灑平蕪(모혈쇄평무) 그 깃털과 선혈을 평원에다 뿌려 보려나!
* 소련(素練) : 그림 그리는 데 쓰이는 흰색의 명주 화폭을 가리킴.
* 수호(愁胡) : 매가 곁눈질하는 것이 원숭이와 흡사해서 한 말이다. 호(胡)는 원숭이 호(猢)와 통해 쓴 것. 손초(孫楚)의 《응부(鷹賦)》에 “움픅한 눈과 눈썹은 시름겨운 원숭이 같다(深目蛾眉, 狀如愁胡.)”는 구절이 있다. 일설에는 호인(胡人)이 푸른 눈에 비유한 것이라고도 함.
* 조선(絛鏇) : 조는 끈, 선은 고패(도르레)를 가리킴. 매의 발을 줄로 묶어 고패에 연결한다.
* 헌영(軒楹) : 매 그림이 걸려져 있는 곳을 가리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