釋悶(석민) 번민을 풀어보다(七言排律)
대종 광덕 2년(764) 봄, 장안을 수복한 것을 알고 난 이후에 지은 시. 두보가 다시 낭주(閬州)에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전년에 안사의 난이 평정되었지만 토번이 장안을 함락시키고 대종이 섬주로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두보는 가족을 데리고 재주에서 낭주로 옮겨 왔는데, 가릉강(嘉陵江)을 거쳐 장강을 따라 내려갈 심산이었던 듯하다.
四海十年不解兵(사해십년불해병) 십년을 나라 안에 병란 그치지 아니 했는데
犬戎也復臨咸京(견융야부임함경) 서쪽 오랑캐 토번까지 또 장안을 침입하였네.
失道非關出襄野(실도비관출양야) 길 잃으나 양성 들판에 나선 것과는 무관하고
揚鞭忽是過湖城(양편홀시과호성) 채찍 휘둘러 호성을 찾아간 것과 비슷하려나?
豺狼塞路人斷絶(시랑색로인단절) 승냥이 늑대 길을 메워 인적이 끊어졌으며
烽火照夜屍縱橫(봉화조야시종횡) 밤마다 봉화 비추고 곳곳에 시신 널려있네.
天子亦應厭奔走(천자역응염분주) 천자는 역시 급히 달아나길 싫어하실 테고
羣公固合思昇平(군공고합사승평) 신료들 원래부터 태평하길 바라고 있었으리.
但恐誅求不改轍(단공주구불개철) 다만 가렴주구의 전철 그대로 밟아 염려스럽고
聞道嬖孽能全生(문도폐얼능전생) 듣자니 총애 받던 소인은 목숨을 부지했다네.
江邊老翁錯料事(강변노옹착료사) 강변의 늙은 나 나랏일을 잘 모르겠거니와
眼暗不見風塵淸(안암불견풍진청) 눈이 어두운지 맑게 풍진 가신 것 뵈지를 않네.
* 십년(十年) : 안사의 난이 755년에 폭발해 764년 종결되기까지 10년이 걸렸음.
* 견융(犬戎) : 옛날 서융(西戎)의 종족 이름. 그로써 토번을 지칭한 것임.
* 양야(襄野) : 《장자》에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찾아가다 양성(襄城)의 들판에서 길을 잃은 우언(寓言)이 나옴. 대종(代宗)이 토번의 침입으로 섬주(陝州)로 달아난 것을 암시한 것임.
* 양편(揚鞭) : 채찍을 휘둘러 말을 달림. * 호성(湖城) : 《晉書》에 명제(明帝)가 왕돈(王敦)이 모반할 것을 알고 미복(微服)에 말을 타고 호성에 가서 그 군영을 염탐한 적이 있음. 그로써 대종이 미복에 말 타고 피란한 것을 암시했으나, 명제의 경우와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홀시(忽是)라고 하였음.
* 시랑(豺狼) : 승냥이와 이리. 토번과 각지의 반군을 비유함.
* 폐얼(嬖孽) : 임금의 총애를 받는 미천한 자. 정원진(程元振)을 가리킴. 환관 출신으로 대종의 총애를 받고 심히 전횡을 부려 임금과 나라를 위태롭게 하였다. 태상박사 유항(柳伉)이 상소해 참수하길 청했으나, 대종은 단지 삭탈관직하고 고향으로 보내주었음.
* 강변(江邊) : 낭주는 가릉강(嘉陵江) 옆에 자리하였음.
* 풍진(風塵) : 전란을 비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