將赴成都草堂, 途中有作, 先寄嚴鄭公, 五首(장부성도초당, 도중유작, 선기엄정공, 5수)
성도 초당으로 가다 도중에 지은 시가 있어 우선 정국공 엄무에게 보내드린다.(七言律詩)
대종 광덕 2년(764) 2월, 낭주에서 성도로 돌아가는 도중 지은 것. 두보는 엄무가 다시 성도윤 겸 검남절도사로 부임한 소식을 들은데다 또 그의 요청도 있어 다시 성도 초당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하였다. 엄무는 전년에 정국공(鄭國公)에 봉해졌기에 그를 ‘정공’이라 지칭하였다.
得歸茅屋赴成都(득귀모옥부성도) 초당으로 돌아느라 성도로 길을 나섬은
直爲文翁再剖符(직위문옹재부부) 다만 문옹같은 이 다시 부절 받아 부임한 때문.
但使閭閻還揖讓(단사여염환읍양) 민간 풍속을 예의바르게 교화할 수 있다면
敢論松竹久荒蕪(감론송죽구황무) 솔숲 대숲 오래 황폐한 것쯤 어찌 마음에 두랴.
魚知丙穴由來美(어지병혈유래미) 금강 물고기는 병혈 물고기처럼 원래 맛좋고
酒憶郫筒不用酤(주억비통불용고) 집에서 술 담그니 비통주야 살 것 없으리.
五馬舊曾諳小徑(오마구증암소경) 그대 전부터 초당 오던 오솔길 알고 있기에
幾回書札待潛夫(기회서찰대잠부) 몇 번 서찰 보내 잠부 같은 나 불러주었네.
* 문옹(文翁) : 한나라 경제(景帝) 때의 촉군태수(蜀郡太守)를 지낸 문당(文黨)을 가리킴.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진작시켜 촉땅의 백성을 교화시켰다. 엄무를 그에 비유한 것임. * 부(符) : 부절(符節). 조정에서 명령을 전하거나 병사를 징집할 때 사용하던 징표의 일종. 본래 임금과 신하가 반쪽 씩 가지고 있다 맞춰보아 상호 신뢰를 증빙하였다.
* 읍양(揖讓) : 절하고 사양하며 예의를 차림. 문치주의를 의미함.
* 병혈(丙穴) : 좋은 물고기의 산지로 알려진 곳. 〈촉도부(蜀都賦)〉에 “가어가 병혈에서 난다.”(嘉魚出於丙穴)는 구절이 있다. 병혈이 어느 곳인지는 특정하기 어려움.
* 비통(郫筒) : 술 이름. 성도의 비현(郫縣)에서 나는 대나무 통에 담아 익힌 술.
* 오마(五馬) : 엄무를 가리킴. 한나라 때 태수(太守)는 네 마리 달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조신(朝臣)으로 태수가 된 자는 한 마리를 더하였다. * 암소경(諳小徑) : 엄무가 전에 성도에 있을 때 술과 음식을 가지고 두보를 방문한 적이 있음.
* 잠부(潛夫) : 은자를 가리킴. 동한의 정치사상가로 은둔생활을 하던 왕부(王符)가 잠부로 자호하며 《잠부론》이란 저술을 남겼다. 두보 자신을 그에 빗댄 것이다.
2
處處淸江帶白蘋(처처청강대백빈) 맑은 금강 곳곳에 흰 마름꽃 떠 있어
故園猶得見殘春(고원유득견잔춘) 옛 정원에서 남은 봄빛 구경할 수 있으리.
雪山斥候無兵馬(설산척후무병마) 설산을 정찰해도 토번의 병마 없으며
錦里逢迎有主人(금리봉영유주인) 금리에선 되돌아온 주인 맞아 주리라.
休怪兒童延俗客(휴괴아동연속객) 아이가 속객 들여도 나무라지 않으며
不敎鵝鴨惱比鄰(불교아압뇌비린) 거위 오리로 이웃을 성가시게 안하리.
習池未覺風流盡(습지미각풍류진) 습가지인 양 풍류가 다한 적이 없거늘
況復荊州賞更新(황부형주상갱신) 게다가 그대 있어 새로이 완상할만 하리.
* 청강(淸江) : 성도를 지나 흐르는 금강(錦江)을 가리킴.
* 고원(故園) : 전에 살던 완화계의 초당을 가리킴.
* 설산(雪山) : 서산(西山)을 가리킴. 성도 서쪽에 위치한 산. 민산(岷山)의 주봉으로 만년설이 덮여 있음. 이 구절은 엄무가 변경을 잘 방비해 토번의 침입이 없다는 뜻.
* 금리(錦里) : 금성(錦城)과 통함. 성도의 별칭.
* 휴괴(休怪) : 책망하길 그만두다.
* 습지(習池) : 습가지(習家池). 동한 때 양양후(襄陽侯) 습욱(習郁)이 조성한 지당(池塘). 서진(西晉)의 명사 산간(山簡)이 정남장군으로 있을 때 늘 이곳을 찾아 술을 즐겼다.
* 형주(荊州) : 산간이 정남장군으로 형주(荊州)를 포함한 네 주(州)의 군사를 다스렸다. 여기서는 엄무를 그에 빗댄 것임.
3
竹寒沙碧浣花溪(죽한사벽완화계) 완화계 서늘한 대숲에 모래는 푸른빛 띠고
橘刺藤梢咫尺迷(귤자등초지척미) 귤나무 가시 등나무 가지에 지척이 헷갈리리.
過客徑須愁出入(과객경수수출입) 과객은 드나드는 길 잃고는 근심을 하고
居人不自解東西(거인부자해동서) 살던 이들 스스로 동서를 분간하지 못하리.
書籤藥裹封蛛網(서첨약과봉주망) 책 표지와 약 봉지에는 거미줄 뒤덮였으며
野店山橋送馬蹄(야점산교송마제) 야산 여관과 다리는 말 탄 과객 보내줬으리.
肯藉荒庭春草色(긍자황정춘초색) 거칠어진 마당의 봄풀에라도 앉겠다 하면
先拌一飮醉如泥(선반일음취여니) 우선 한번 들이마셔 진탕 취해 봅시다.
* 사벽(沙碧) : 대나무가 비춰 모래가 푸른빛을 띤다는 뜻. * 완화계(浣花溪) : 성도 서쪽 외곽에 있는 냇물. 백화담(白花潭)이라고도 함. 두보 초당이 있는 곳.
* 야점산교송마제(野店山橋送馬蹄) : 두보 자신이 초당을 떠나 있는 동안 아름다운 경치의 산야를 찾는 사람이 없었기에, 들 위의 여관과 산 속의 다리에 쓸쓸하니 말 탄 과객만 지났을 것이라는 상상을 말한 것임.
* 서첨(書籤) : 책 표면에 붙이는 표제.
* 선반(先拌) : ‘우선 다 내버려두고.’의 뜻.
4
常苦沙崩損藥欄(상고사붕손약란) 무너진 모랫더미에 약초밭 울 망가져 늘 거슬렸고
也從江檻落風湍(야종강함낙풍단) 강변 난간은 풍파에 쓰러진 채 그냥 그대로라네.
新松恨不高千尺(신송한불고천척) 새로 심어놓은 소나무 드높이 못 자라 안타까우니
惡竹應須斬萬竿(악죽응수참만간) 고약한 대나무 수많은 줄기는 응당 베어내리라.
生理秪憑黃閣老(생리지빙황각로) 생계를 황문시랑 각로인 그대에게 의지하면서
衰顔欲付紫金丹(쇠안욕부자금단) 노쇠한 이 내 몸을 단약에게나 맡겨두려네.
三年奔走空皮骨(삼년분주공피골) 삼년을 분주히 떠돌다가 살가죽과 뼈만 남으니
信有人間行路難(신유인간행로난) 참으로 인간 세상에는 길가는 어려움이 있구려.
* 황각로(黃閣老) : 엄무를 가리킴. 당시 황문시랑(黃門侍郎)으로 성도윤에 임명되었다. 중서성과 문하성의 관원은 ‘각로’라 불렀으며, 황문시랑은 문하성에 속하였음.
* 자금단(紫金丹) : 도가에서 연단한 단약(丹藥)의 일종.
* 삼년(三年) : 보응 원년(762) 7월 엄무와 헤어진 후 재주와 낭주를 오가며 떠돈 햇수가 대략 3년임.
* 행로난(行路難) : 인생살이를 길가는 어려움에 비유한 것으로, 본래 악부의 곡명임.
5
錦官城西生事微(금관성서생사미) 금관성 서쪽 초당에서 생계 막막했다만
烏皮几在還思歸(오피궤재환사귀) 오피궤 남아있어 외려 돌아갈 생각하였네.
昔去爲憂亂兵入(석거위우난병입) 반란군의 침입 근심되어 전에 떠나왔으나
今來已恐鄰人非(금래이공인인비) 이웃들 잘못 됐나 걱정하며 이제 왔노라.
側身天地更懷古(측신천지갱회고) 천지 사이 불안한 몸 다시 옛날을 그리거늘
回首風塵甘息機(회수풍진감식기) 난리를 돌아보며 기꺼이 기심 끊고자하네.
共說總戎雲鳥陣(공설총융운조진) 다들 총융인 그대 운조진에 능숙하다 말하니
不妨遊子芰荷衣(불방유자기하의) 떠돌던 나 은사의 옷 입더라도 무방하리라.
* 금관성(錦官城) : 성도를 가리킴.
* 오피궤(烏皮几) : 검은 양가죽으로 감싼 안석(案席). 앉아 기대는 용도로 쓰임. 검은 양가죽이 아니라 옻칠한 것이라는 설도 있음.
* 난병(亂兵) : 두보는 성도에서 서지도(徐知道)의 반란이 발생해 재주로 갔었음.
* 측신(側身) :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다. 몸을 편히 두지 못함을 비유함. * 회고(懷古) : 요순시대처럼 잘 다스려지던 옛날을 의미함.
* 식기(息機) : 기심(機心)을 갖고 욕심내기를 그만둔다는 뜻.
* 총융(總戎) : 절도사의 별칭. * 운조진(雲鳥陣) : 고대의 진법을 가리킴. 팔진(八陣)이라 하여 천(天), 지(地), 풍(風), 운(雲)의 사정(四正)과 비룡(飛龍), 익호(翼虎), 조상(鳥翔, 사반(蛇蟠)의 사기(四奇)가 있었음. 이 구절은 엄무가 병법에 능함을 말한 것임.
* 지하의(芰荷衣) : 마름의 잎과 연의 잎. 은자의 의복을 비유함. 굴원의 《이소(離騷)》에 “마름 잎과 연잎으로 윗옷을 만들고, 연꽃 모아 엮어 치마를 삼네.”(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는 구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