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堂(초당) 초당에서(五言古詩)
대종 광덕 2년(764) 봄, 낭주에서 성도의 초당으로 돌아온 후 지은 시. 보응 원년(762) 여름, 엄무가 조정의 명을 받고 장안으로 귀환하려 촉땅을 떠난 직후인 7월에 검남병마사 서지도가 반란을 일으켜 소수민족인 강족을 규합하고 성도를 점령하였다. 그 사이 재주와 낭주를 오가며 떠돌던 두보는 엄무가 다시 성도에 부임해 오자 근 3년 여의 방랑을 마치고 다시 초당에 돌아와 감회에 젖어 이 시를 지었다. 전반부는 서지도(徐知道)의 반란에 관한 기술이며, 후반부는 세상이 아직 불안하지만 옛집에 돌아와 기쁜 마음을 서술하였다.
昔我去草堂(석아거초당) 전에 내가 초당을 떠나갔을 때
蠻夷塞成都(만이색성도) 성도에 강족 오랑캐 미어졌었다.
今我歸草堂(금아귀초당) 지금 나 초당으로 되돌아오니
成都適無虞(성도적무우) 성도에 마침 우환이 사라졌구나.
請陳初亂時(청진초란시) 처음 난리 났을 때 말을 하자면
反覆乃須臾(반복내수유) 순식간에 반란이 터졌었거늘,
大將赴朝廷(대장부조정) 대장 엄무가 조정으로 돌아가자
羣小起異圖(군소기이도) 군소배들 모반을 일으켰다네.
中宵斬白馬(중소참백마) 한 밤중에 백마를 베어 죽이고
盟歃氣已麤(맹삽기이추) 피 마시며 맹서하는 기세 과격하였고,
西取邛南兵(서취공남병) 서쪽으로 공주 남쪽 병사 취하였으며
北斷劍閣隅(북단검각우) 북으로 검각산 산굽이를 끊어버렸다.
布衣數十人(포의수십인) 반군에 가담했던 평민 수십여 명이
亦擁專城居(역옹전성거) 또한 성을 차지하고 지방관노릇 했으나,
其勢不兩大(기세불량대) 그 세력이 양쪽 다 클 수는 없었으니
始聞蕃漢殊(시문번한수) 소수민족과 한족이 틀어졌단 말 들렸네.
西卒卻倒戈(서졸각도과) 서쪽 병사들 되레 창을 거꾸로 향하여
賊臣互相誅(적신호상주) 역적 놈들끼리 서로가 죽이게 되었으니,
焉知肘腋禍(언지주액화) 어찌 알았나, 바로 곁에서 화가 생겨나
自及梟獍徒(자급효경도) 절로 패악스런 무리에게 미치게 될 줄을.
義士皆痛憤(의사개통분) 당시 의로운 선비들 모두가 통분했거늘
紀綱亂相踰(기강란상유) 나라 기강을 어지럽혀 도를 넘어서더니,
一國實三公(일국실삼공) 한 나라에 실로 삼공이 있듯 멋대로 굴어
萬人欲爲魚(만인욕위어) 많은 백성 물고기 같은 신세 되고 말았네.
唱和作威福(창화작위복) 서로 수작하며 위세와 복락 만들었건만
孰肯辨無辜(숙긍변무고) 누가 무고한 백성을 위해 변명해 줄까!
眼前列杻械(안전렬뉴계) 눈앞에는 형구를 즐비하게 늘어놓았고
背後吹笙竽(배후취생우) 등 뒤에서는 주악을 울리며 즐겼다네.
談笑行殺戮(담소행살륙) 웃고 떠들어대면서 살륙을 일삼았으며
濺血滿長衢(천혈만장구) 피가 대로에 흥건하게 뿌려졌으니,
到今用鉞地(도금용월지) 지금도 도끼 들고 사람 죽인 곳에는
風雨聞號呼(풍우문호호) 비바람 속에 울부짖는 소리 들려온다네.
鬼妾與鬼馬(귀첩여귀마) 죽어 귀신 된 자의 처첩과 말까지도
色悲充爾娛(색비충이오) 슬픈 안색으로 네 놈들 환락에 충당되었네.
國家法令在(국가법령재) 나라에는 엄연히 법령이 존재하거늘
此又足驚吁(차우족경우) 이 또한 족히 경악하고 탄식할 만하네.
賤子且奔走(천자차분주) 나는 난리를 피해 달아나 있으면서
三年望東吳(삼년망동오) 삼년을 동쪽 오땅으로 갈까 바라봤으나,
弧矢暗江海(호시암강해) 활 쏘며 싸워대 강과 바다 암담하여서
難爲遊五湖(난위유오호) 오호로 내려가 노닐기도 어려웠다네.
不忍竟舍此(불인경사차) 끝내는 차마 이곳을 버려둘 수 없었기에
復來薙榛蕪(부래치진무) 다시 돌아와 잡목과 잡초 베어버렸네.
入門四松在(입문사송재) 문에 드니 네 그루 소나무 남아있는데
步屧萬竹疎(보섭만죽소) 신 신고 걷다보니 많던 대가 성겨졌구나.
舊犬喜我歸(구견희아귀) 예전의 개는 내가 돌아와 기뻐하고는
低徊入衣裾(저회입의거) 설설 기며 내 옷자락 속에 들어왔으며,
鄰里喜我歸(린리희아귀) 이웃들은 내가 돌아와서 기뻐하고는
沽酒攜胡蘆(고주휴호로) 술을 사 호리병박에다 담아왔다네.
大官喜我來(대관희아래) 고관은 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는
遣騎問所須(견기문소수) 말 탄 사자 보내 필요한 것 물어봤으며,
城郭喜我來(성곽희아래) 성곽 근처 사람도 내가 와 기뻐했으니
賓客隘村墟(빈객애촌허) 손님들로 마을이 좁아질 지경이었네.
天下尙未寧(천하상미녕) 천하가 아직도 편안하지를 못하니
健兒勝腐儒(건아승부유) 건장한 병사가 썩은 선비보다 낫다네.
飄颻風塵際(표요풍진제) 전란의 풍진 나부끼는 이런 시국에
何地置老夫(하지치노부) 어느 땅에 늙은 나 편히 자리를 하리?
於時見疣贅(어시견우체) 이런 시국에 쓸모없는 혹 같은 처지이다만
骨髓幸未枯(골수행미고) 다행히도 죽어 골수가 마르진 아니 하였네.
飮啄愧殘生(음탁괴잔생) 남은 생애 먹고 마시기에도 부끄러우니
食薇不敢餘(식미불감여) 야채라도 먹는다면 나머지야 감히 바라리!
* 만이(蠻夷) : 서지도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강족(羌族) 병력을 규합하였음.
* 대장(大將) : 처음에 성도윤 겸 검남절도사로 부임하였다.
* 군소(羣小) : 서지도와 그 추종자를 가리킴.
* 참백마(斬白馬) : 옛날 백마를 죽여 피를 마시며 맹서를 하는 풍습이 있었음.
* 공(邛) : 공주(邛州). 지금 사천성 공래(邛崍). 성도의 서남쪽 지역으로 당시 강족(羌族)의 거주지였음.
* 검각(劍閣) : 지금 사천성 검각현에 위치한 대검산(大劍山). 30여 리에 걸쳐 잔도가 설치된 험지로 사천성 북부의 문호와 같은 곳임.
* 포의(布衣) : 평민 출신 반란 가담자를 가리킴.
* 전성(專城) : 한 성을 전담해 통치하는 자를 지칭하는 말로, 한나라 때의 태수(太守)나 당나라 때의 자사(刺史) 같은 지방장관을 가리킴.
* 불양대(不兩大) : 반란군의 양대 세력은 서지도가 통솔한 한인 출신과 강족의 두목인 이충후(李忠厚)가 통솔하던 소수민족 출신으로 구성되었음
* 번한(蕃漢) : 이민족 병사와 한족 병사를 가리킴.
* 서졸(西卒) : 이충후가 통솔하던 공주(邛州) 남쪽의 강족 병졸을 가리킴.
* 호상주(互相誅) : 이충후가 서지도를 살해한 것을 가리킴.
* 주액(肘腋) : 팔꿈치와 겨드랑이. 매우 가까운 곳을 가리킴.
* 효경(梟獍) : 배은망덕한 자를 비유함. 효는 어미를 잡아먹는 새이며, 경은 아비를 잡아먹는 짐승. 여기서는 서지도를 비유한 것임.
* 일국실삼공(一國實三公) : 《좌전》에 “한 나라에 삼공이 있으니, 나는 누구를 따르랴?(一國三公, 吾誰適從?)는 구절이 있음. 정사를 주재하는 자가 여럿이라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이충후 등 반란을 일으킨 장수가 각자 자기가 옳다고 분열됨을 가리킴.
* 뉴계(杻械) : 손에 채우는 수갑과 발에 채우는 족쇄. 형구를 가리킴.
* 월(鉞) : 사형 집행용으로 쓰던 도끼.
* 귀첩여귀마(鬼妾與鬼馬) : 죽어 귀신이 된 자의 처자와 마필.
* 천자(賤子) :두보 자신을 가리킴.
* 삼년(三年) : 서지도의 반란으로 재주와 낭주에서 떠돈 햇수가 대략 3년임. * 동오(東吳) : 장강 동쪽의 옛 오나라 땅. 절강성, 강소성의 동부 지역. 두보는 젊은 시절 동오를 다녀왔으며, 촉땅을 떠나 재차 유람하길 원했다.
* 호시(弧矢): 전란을 상징함. * 암강해(暗江海) : 동오는 장강의 하류 지역이므로 강해라 한 것임. 당시 동오 지역 또한 곳곳에 전란이 발생해서 어둡다고 한 것임.
* 오호(五湖) : 강소성의 태호(太湖) 일대를 가리킴.
* 차(此) : 성도의 초당을 가리킴.
* 사송(四松) : 두보가 초당에 옮겨 심은 작은 소나무 네 그루가 있었음.
* 대관(大官) : 엄무를 가리킴.
* 건아(健兒) : 병사를 가리킴. * 부유(腐儒) : 우활한 선비. 두보 자신을 가리킴.
* 풍진(風塵) : 전란을 비유함.
* 우체(疣贅) : 사마귀와 혹. 쓸모없는 것을 비유함.
* 식미(食薇) : 야채나 먹으며 욕심없이 살겠다는 뜻. 薇는 들완두(豌豆)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