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桃樹(제도수) 복숭아나무를 품제하다(七言律詩)
대종 광덕 2년(764) 초여름, 재주와 낭주에서 머물다 다시 성도에 돌아온 이후 지음. 제목의 ‘제(題)’는 복숭아나무 위에 썼다는 뜻이 아니라, 살펴보고 평한다는 품제(品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小徑升堂舊不斜(소경승당구불사) 초당에 드는 오솔길 전엔 굽어지지 않았으나
五株桃樹亦從遮(오주도수역종차) 다섯 복숭아나무 맘대로 길을 막게 놔두었네.
高秋總饋貧人實(고추총궤빈인실) 쾌청한 가을이면 모두 빈자에게 줄 과실이 되고
來歲還舒滿眼花(래세환서만안화) 내년 되면 외려 두 눈 가득 복사꽃도 피어나리.
簾戶每宜通乳燕(렴호매의통유연) 문의 주렴은 새끼 제비 드나들게 늘 걷어놓거늘
兒童莫信打慈鴉(아동막신타자아) 애들아 사랑 많은 까마귀 멋대로 때리지 마라.
寡妻羣盜非今日(과처군도비금일) 과부 늘고 도적 설침은 오늘날의 사정 아니니
天下車書已一家(천하거서정일가) 천하가 한 집안 되어 수레 문자가 통일됐다네.
* 불사(不斜) : 길이 굽지 않았다는 뜻.
* 종차(從遮) : 마음대로 길을 가리게 놔둔다는 뜻. 從은 내버려 둔다는 뜻.
* 자아(慈鴉) : 까마귀는 새끼가 자라 거꾸로 어미를 먹여준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새여서 자아라고 한 것임.
* 거서(車書) : 수레바퀴의 규격과 책에 쓰이는 글자의 표준. 이 구절은 통일된 문명제도의 구현이 가능한 평화 시대의 도래를 말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