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句六首(절구 6수) (五言絶句)
대종 광덕 2년(764) 봄, 성도의 초당으로 다시 돌아와 보낼 때 지은 여섯 수의 시를 묶어 놓은 것. 평안한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여러 경물을 통해 소소한 흥치를 노래했는데, 이채롭게 모두 대구를 하여 구성하였다. 내용은 평이하지만 조탁의 공을 들여 지은 것인 줄 알겠다.
1
日出籬東水(일출리동수) 해는 울타리 동쪽 물가 떠오르고
雲生舍北泥(운생사북니) 구름은 집 북쪽 진펄에 생겨나네.
竹高鳴翡翠(죽고명비취) 높다란 대나무에는 물총새 울며
沙僻舞鵾雞(사벽무곤계) 외진 모랫벌에 곤계 춤추고 있네.
* 곤계(鵾雞) : 생김새가 학과 비슷하며 목과 부리가 길며 황백색의 깃털을 가졌다고 함. 두루미나 황새의 일종으로 추정됨.
2
藹藹花蘂亂(애애화예란) 다복다복 꽃송이 어수선히 피었고
飛飛蜂蝶多(비비봉접다) 날며 오가는 나비는 많기도 하다.
幽棲身懶動(유서신나동) 그윽히 깃들어 몸도 꼼짝 않으니
客至欲如何(객지욕여하) 손이 찾아온들 무얼 어찌하려나?
* 애애(藹藹) : 꽃이 우거진 모양.
3
鑿井交椶葉(착정교종엽) 종려나무 잎 아래 우물을 파고
開渠斷竹根(개거단죽근) 대나무 뿌리 끊고 물길을 내네.
扁舟輕裊纜(편주경뇨람) 작은 배 하늘대는 닻줄 가벼운데
小徑曲通村(소경곡통촌) 오솔길 굽이져 마을과 통하였네.
* 뇨람(裊纜) : 가늘고 긴 밧줄.
4
急雨捎溪足(급우초계족) 소나기는 냇물 아래 스쳐 지나고
斜暉轉樹腰(사휘전수요) 기우는 햇살은 나무 허리로 옮겨가네.
隔巢黃鳥竝(격소황조병) 둥지 사이한 채 꾀꼬리 나란히 섰고
翻藻白魚跳(번조백어도) 수초 번드치자 흰 물고기 튀어 오른다.
* 계족(溪足) : 완화계의 하류를 가리킴.
5
舍下筍穿壁(사하순천벽) 집 아래에 죽순 자라 벽을 뚫으며
庭中藤刺簷(정중등자첨) 마당에는 등나무 뻗어 처마 찌르네.
地晴絲冉冉(지청사염염) 대지 개이자 유사 서서히 움직이고
江白草纖纖(강백초섬섬) 강물 맑으며 풀은 가늘게 자라나네.
* 사(絲) : 유사(遊絲). 벌레가 허공에 친 줄을 가리킴. * 염염(冉冉) : 천천히 옮겨가는 모양.
6
江動月移石(강동월이석) 강물 출렁여 달빛이 바위를 옮겨가고
溪虛雲傍花(계허운방화) 냇물 투명해 구름이 꽃 곁에 있는 듯.
鳥棲知故道(조서지고도) 깃드는 새들도 옛길을 알고 있는데
帆過宿誰家(범과숙수가) 지나는 돛배는 어느 집 묵으려는가?
* 월이석(月移石) : 흐르는 물결 곁의 바위가 달빛을 받고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는 뜻.
* 운방화(雲傍花) : 구름이 맑은 물에 비쳐 물가에 핀 꽃과 가까워 보인다는 뜻.
* 범(帆) : 장사꾼의 배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