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靑引, 贈曹將軍覇 (단청인, 장군 조패에게 드림) (七言古詩)
대종 광덕 2년(764) 촉땅에 있을 때 지은 시. 조패는 당대의 명화가이다. 조조의 증손인 조모(曹髦)의 후손으로, 개원 중에 이미 그림으로 이름이 났으며 현종 천보 말년에는 매번 어명을 받고 임금의 말과 공신의 초상을 그렸다. 관직이 좌무위장군(左武衛將軍)에 이르렀으나, 현종 말년에 죄를 짓고 삭탈관직되어 서민으로 강등되었다. 안사의 난 이후 사천을 유랑하다 이 시를 지을 즈음 두보와 서로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將軍魏武之子孫(장군위무지자손) 장군은 위나라 무제의 자손이거늘
於今爲庶爲淸門(어금위서위청문) 지금은 서인 되어 청빈한 가문 되었다만,
英雄割據雖已矣(영웅할거수이의) 영웅이 할거한 시대야 비록 끝이 났어도
文彩風流今尙存(문채풍류금상존) 문채와 풍류 지금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듯.
學書初學衛夫人(학서초학위부인) 서법을 처음 배울 때 위부인에게 배웠는데
但恨無過王右軍(단한무과왕우군) 다만 왕우군보다 뛰어나지 못해 한스러웠고,
丹靑不知老將至(단청부지노장지) 회화는 늙음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려내면서
富貴於我如浮雲(부귀어아여부운) 부귀는 나에게 뜬 구름과 같다고 여겼다네.
開元之中常引見(개원지중상인견) 개원 연간에는 임금이 늘 불러 만나보시니
承恩數上南薰殿(승은수상남훈전) 은혜를 입고 자주 남훈전 위로 올라갔었고,
淩煙功臣少顏色(능연공신소안색) 능연각에 걸린 공신 그림의 안색 흐릿해지자
將軍下筆開生面(장군하필개생면) 장군이 붓을 대었더니 생기가 감돌았다네.
良相頭上進賢冠(양상두상진현관) 어진 재상 머리 위에는 진현관이요
猛將腰間大羽箭(맹장요간대우전) 용맹한 장군 허리 사이에는 대우전이라.
褒公鄂公毛髮動(포공악공모발동) 포공과 악공은 머리카락이 곤두섰으니
英姿颯爽來酣戰(영자삽상래감전) 늠름한 영웅다운 모습은 격전에 나서려는 듯.
先帝天馬玉花驄(선제천마옥화총) 선제가 타던 말 가운데 옥화총이 있었으니
畫工如山貌不同(화공여산모부동) 화공들 많아도 그림이 닮지를 않았는데,
是日牽來赤墀下(시일견래적지하) 그 날 붉은 계단 아래로 끌고 나오니
迥立閶闔生長風(형립창합생장풍) 자미궁 문 앞에 우뚝 서 장풍이 이는 듯 했네.
詔謂將軍拂絹素(조위장군불견소) 장군에게 흰명주를 펼치라 명을 내리자
意匠慘淡經營中(의장참담경영중) 심사숙고하며 마음속에 구상을 하였는데,
斯須九重真龍出(사수구중진룡출) 잠시 후 하늘에서 진짜 용 나타난 듯하여
一洗萬古凡馬空(일세만고범마공) 만고에 평범한 말을 한 번에 싹 쓸어내었네.
玉花卻在禦榻上(옥화각재어탑상) 옥화총의 그림을 어좌 위에다 걸어 두었더니
榻上庭前屹相向(탑상정전흘상향) 어좌 위와 궐 마당의 두 말이 우뚝 마주 향했네.
至尊含笑催賜金(지존함소최사금) 지존께서 미소 머금고 어서 금을 하사하라 하니
圉人太僕皆惆悵(어인태복개추창) 어인과 태복이야 모두 서운한 낯빛이 되었네.
弟子韓幹早入室(제자한간조입실) 제자 한간은 일찍 그의 문하에 들어갔는데
亦能畫馬窮殊相(역능화마궁수상) 역시 말 그림에 능해 상이한 모습 다 그려냈지만,
幹惟畫肉不畫骨(간유화육불화골) 한간은 살덩이만 그려내고 뼈대를 그리지 못해
忍使驊騮氣凋喪(인사화류기조상) 차마 화류마로 하여금 기운을 잃게 만들었다네.
將軍畫善蓋有神(장군화선개유신) 장군의 그림 좋은 건 대개 정신을 지녀서이니
偶逢佳士亦寫真(우봉가사역사진) 우연히 명사를 만나면 역시 초상화를 그렸는데,
即今漂泊干戈際(즉금표박간과제) 지금이야 난리 통에 떠도는 신세가 되어
屢貌尋常行路人(누모심상행로인) 평범한 행인들이나 자주 그려내고 있구나.
途窮反遭俗眼白(도궁반조속안백) 처지 곤궁한데 도리어 속인들에게 멸시 당하니
世上未有如公貧(세상미유여공빈) 세상에 그대처럼 빈궁한 이도 없을 터이나,
但看古來盛名下(단간고래성명하) 다만 보았으니 예로부터 명성 있는 이들은
終日坎壈纏其身(종일감람전기신) 언제나 불우함이 그 몸을 휘휘 감고 있다네.
* 위무(魏武) : 위무제(魏武帝)의 약칭. 조조(曹操)를 가리킴.
* 서(庶) : 서민 평민의 뜻. 현종 천보 말년에 조패는 죄를 지어 신분이 서인으로 낮아졌다. * 청문(淸門) : 한미한 가문을 미화한 것임.
* 영웅할거(英雄割據) : 조조가 중원을 할거하고서 촉의 유비 오의 손권과 각축전을 벌인 사실을 가리킴.
* 문채풍류(文彩風流) : 조조의 걸출한 문학적 재능을 가리킴.
* 위부인(衛夫人) : 동진(東晋)의 서법가. 이름은 삭(鑠) 자는 무의(戊猗). 여양태수(汝陽太守) 이구(李矩)의 아내. 특히 예서에 능하였다. 왕희지(王羲之)가 어렸을 적 그에게 글씨를 배웠다.
* 왕우군(王右軍) : 동진의 서법가로 우군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킴. 자는 일소(逸少),호는 담재(澹齋) 서성(書聖)이라는 칭호가 있다. 비서랑 강주자사 등을 역임했다. 그의 아들 왕헌지(王献之) 또한 뛰어난 서법가로 세상에서는 ‘이왕(二王)’이라 불린다.
* 부지노장지(不知老將至) : 열심히 배움에 힘쓴다는 뜻. 《논어·술이》에 “그 사람됨이 학문에 분발하여 먹는 것도 잊고 알고나서는 즐거워 근심을 잊으며 늙음이 장차 이르는 것도 알지 못한다.”(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는 구절이 있음.
* 부귀어아여부운(富貴於我如浮雲): 《논어·술이》에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한 것은 내게 뜬 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이란 구절이 있음.
* 개원(開元) : 당현종의 연호. 713년부터 741년까지의 기간. 개원에 담긴 뜻은 신기원을 연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당의 국력이 최고로 강성했던 때로 흔히 개원성세(开元盛世)라 불림. * 인견(引見) : 신하를 불러 만나본다는 뜻.
* 남훈전(南薰殿) : 장안의 흥경궁(興慶宮)에 있던 내전(內殿).
* 능연공신(淩煙功臣) : 淩煙閣에 초상이 그려진 공신을 가리킴. 당태종이 염립본(閻立本)을 시켜 개국공신인 장손무기(長孫無忌) 두여회(杜如晦) 위징(魏徵) 등 24명의 초상을 그리게 하였음. * 소안색(少顏色) : 세월이 오래되어 초상화의 색상이 바랜 것을 가리킴.
* 개생면(開生面) : 초상화에 새로운 면모가 드러남을 가리킴.
* 양상(良相) : 어진 재상. 현상(賢相)과 같음. * 진현관(進賢冠) : 문관(文官)이 조회에 참여할 때 쓰던 모자.
* 대우전(大羽箭) : 당태종 때에 즐겨 사용하던 화살의 일종. 긴 화살대 끝에 네 개의 깃을 장착한 화살이다.
* 포공악공(褒公鄂公) : 포충장공(褒忠壯公) 단지현(段志玄)과 악국공(鄂國公) 위지경덕(尉遲敬德)을 가리킴. 둘다 맹장이었음.
* 래감전(來酣戰) : 酣戰은 격전(激戰)의 뜻. 격렬한 전투에 참가하러 올 것 같다는 뜻.
* 선제(先帝): 당현종을 가리킴. 현종 사후이기에 선제라 칭한 것임. * 천마(天馬) :준마를 가리킴. 옥화총(玉花驄) : 당현종이 타던 말로 얼굴이 흰색이라 한다. 驄은 청색과 백색이 섞인 말을 가리킨다.
* 모(貌) : 그림의 뜻으로 쓰였음.
* 적지(赤墀) : 궁중에 있는 계단의 공터로 바닥을 붉은 색으로 도장한 것.
* 창합(閶闔) : 신화에 나오는 천문(天門). 여기서는 궁문을 가리킴.
* 견소(絹素) : 도화용으로 쓰이던 백색의 명주 천.
* 의장(意匠) :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어떻게 그려낼지 구상하는 것을 가리킨다. * 참담(慘淡) : 고통스런 모양. 경영(經營) :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 그림 그리는 전체 과정을 가리켜 말한 것임.
* 사수(斯須) : 잠시 후. 조금 있다가. 구중(九重) : 궁전을 가리킴. 궁문이 겹겹으로 아홉 개가 있어 생겨난 말이다. * 진룡(真龍) : ‘진짜 말’과 같은 뜻이다. 《주례․하관》에 “여덟 자 이상의 말을 용이라고 한다.”(馬八尺以上爲龍)는 구절이 있음.
* 옥화(玉花) : 그림 속의 玉花驄을 가리킴. * 어탑(禦榻) : 임금이 앉는 의자.
* 정전(庭前) : 궁정의 앞쪽. 앞서 나온 적지(赤墀)를 가리킴.
* 지존(至尊) : 임금을 가리킴. * 최사금(催賜金) : 금전을 상으로 내려주라고 재촉하다.
* 어인(圉人) : 말을 기르는 사람. * 태복(太僕) : 황제의 거마를 담당하는 관리.
* 한간(韓幹) : 저명한 화가. 남전(藍田 섬서성 서안) 출신으로 어렸을 때에 술집의 머슴으로 있다가 왕유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린지 10여년 만에 성과가 있었다고 함. 초기에는 조패에게 배웠으나 후에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인물 귀신 화초 대나무를 잘 그렸고 마굿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말의 습성과 특징을 관찰한 결과 말 그림이 특히 뛰어나다고 한다. * 입실(入室) : 스승의 문하에 들어가 제대로 배운다는 뜻.
* 궁수상(窮殊相) : 말의 각기 다른 형상을 남김없이 다 그림으로 표현해냈다는 뜻.
* 화류(驊騮) : 준마를 가리킴. 주(周)나라 목왕(穆王)의 여덟 준마 가운데 하나로 전해 온다.
* 유신(有神) : 기묘하고 생동적이어서 신운(神韻)이 있다는 뜻.
* 가사(佳士) : 품행이 아름다운 선비. * 사진(寫真) : 참 모습을 그려낸다는 뜻으로 내면적인 정신과 기백까지 그려낸다는 의미이다.
* 표박(漂泊) : 떠돌다 표랑의 뜻이다. * 간과제(干戈際) : 간과는 방패와 창. 전란의 시대를 가리킴.
* 도궁(途窮) : 인생행로가 곤궁해 고달프다는 뜻. * 속안백(俗眼白) : 세속에서 허연 눈자위를 하고 바라본다는 뜻. 眼白은 白眼으로 본다는 뜻으로 흘겨보는 경멸의 눈초리를 가리킴.
* 감람(坎壈) : 불우하여 뜻을 펴지 못함. 감가(坎坷)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