憶昔, 二首(억석, 2수) 옛날을 추억하며(七言古詩)
대종 광덕 2년(764) 엄무의 막부에 있을 때 지은 시. 앞 수는 숙종이 장황후와 이보국을 총애하다 조정이 무너지고 병화가 그치지 않은 것을 기술했고, 아울러 대종이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정원진의 전횡을 방치하다 토번의 침략으로 장안이 함락된 사실을 읊었다. 뒷 수는 현종 때의 개원성세(開元盛世)와 전란으로 황폐해진 현재를 비교하며 통탄하는 한편 대종이 나라를 중흥시키길 희망하였다.
1
憶昔先皇巡朔方(억석선황순삭방) 예전에 선황께서 삭방군 순수한 일 추억하나니
千乘萬騎入咸陽(천승만기입함양) 천 대의 전차 만 명의 기병이 함양에 진입하였고,
陰山驕子汗血馬(음산교자한혈마) 음산에서 출병한 회흘 병사는 한혈마를 타고서
長驅東胡胡走藏(장구동호호주장) 안경서 반군을 축출해 반군이 도주해 숨어버렸네.
鄴城反覆不足怪(업성반복부족괴) 업성의 전세가 역전된 것은 괴이할 것 없으나
關中小兒壞紀綱(관중소아괴기강) 관중의 어린애가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렸으며,
張后不樂上爲忙(장후불락상위망) 장황후가 즐겁지 않으면 임금이 안절부절하였네.
至令今上猶撥亂(지령금상유발란) 이에 금상께서 혼란한 정국 바로잡는 데 이르렀고
勞心焦思補四方(로심초사보사방) 노심초사하며 천지 사방을 도와주며 구제했거늘,
我昔近侍叨奉引(아석근시도봉인) 나는 전에 근시로 외람되이 호종한 적이 있었는데
出兵整肅不可當(출병정숙불가당) 출병을 하여 위엄을 떨치면 당할 자가 없었다네.
爲留猛士守未央(위류맹사수미앙) 그러다 용맹한 장수를 미앙궁이나 지키게 남겨두어
致使岐雍防西羌(치사기옹방서강) 기주 옹주에서 토번을 방어하는 데 이르고 말았고,
犬戎直來坐御床(견융직래좌어상) 토번은 곧장 쳐들어와 임금의 의자에 앉았으며
百官跣足隨天王(백관선족수천왕) 백관들이 맨발로 임금을 수행하게 되었다네.
願見北地傅介子(원견북지부개자) 원컨대 북지 출신 부개자 같은 이 만나보고 싶으니
老儒不用尙書郎(노유불용상서랑) 이 늙어빠진 유생은 상서랑의 자리도 필요 없다네.
* 선황(先皇) : 숙종(肅宗)을 가리킴. * 순삭방(巡朔方) : 숙종 지덕 원년(756) 7월에 숙종이 영무(靈武)에서 즉위해 안사 반군을 토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을 가리킴. 삭방은 군명(郡名). 영무는 본래 삭방절도사의 치소가 있던 곳으로, 지금 영하 회족자치구 영무현.
* 입함양(入咸陽) : 진(秦)의 도성 함양을 빌려 장안(長安) 수복을 말한 것임. 숙종 지덕 2년(767) 9월 관군이 장안을 수복했고, 10월에 숙종이 돌아왔다.
* 음산교자(陰山驕子) : 회흘이 파견한 지원군을 가리킴. 음산은 회흘의 소재지. 당대에 안북도호부에 속했으며, 지금 내몽고자치구의 서부 지역. * 교자는 본래 흉노를 가리키는 말이나, 여기서는 회흘을 지칭한 것임. * 한혈마(汗血馬) : 서역의 대완(大宛)에서 나는 명마. 여기서는 회흘이 탄 병마를 가리킴.
* 동호(東胡) : 안록산의 둘째 아들 안경서(安慶緖) 반군을 가리킴.
* 업성(鄴城) : 지금 하남성 안양현(安陽縣) 지역. 건원 원년(758) 10월, 아홉 절도사의 연합군이 업성의 안경서를 포위했으나, 숙종이 주장(主將)을 두지 않아 공세를 펴지 못했다. 이후 전에 항복했던 사사명이 다시 배반하여 건원 2년(759) 3월 하북의 반군이 업성의 반군을 지원해 당군이 패배하였다.
* 관중소아(關中小兒) : 환관 이보국(李輔國)를 가리킴. 관중은 장안 및 일대 권역을 가리킴. 소아는 궁중에서 천한 일을 하는 자를 부르는 말. 이보국은 본래 마굿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고력사(高力士)를 섬겼다. 숙종 즉위 후 몹시 총애를 받고 판원수부행군사마에 올라 전횡을 부렸으며, 숙종비와 결탁해 현종대의 신하들을 몰아내 항전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 장후(張后) : 숙종비 장황후를 가리킴. 양제(良娣)의 지위에 있다 숙종 즉위 후 숙비(淑妃)를 거쳐 황후에 올랐다. 이보국과 결탁해 정사에 간여해 어지럽히다 최후에는 유폐되었다. 한편 이 구절 앞에 한 구절이 더 있어야 격률에 맞으나 미상의 이유로 누락되어 전함. * 상위망(上爲忙) : 숙종이 어쩔 줄 몰라 했다는 뜻.
* 지령(至令) : - 하게끔 하는 데 이르다. * 금상(今上) : 대종을 가리킴.
* 근시(近侍) : 숙종 때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되어 가까이 모신 것을 가리킴. * 도(叨) : 외람되이. 봉인(奉引) : 임금을 따라 호종함을 가리킴.
* 출병(出兵) : 대종이 태자였을 천하병마원수(天下兵馬元帥)에 배수되어 반군을 평정하였다.
* 맹사(猛士) : 삭방군을 지휘하던 곽자의(郭子儀)를 가리킴. * 미앙(未央) : 한나라 때 궁궐 이름. 여기서는 그것을 빌려 장안을 가리킨 것임. 이 구절은 대종이 환관 정원진의 참언으로 곽자의의 병권을 거두고 장안에 남겨둔 것을 의미함.
* 치사(致使) : - 하게끔 하는 데 이르다. 지령(至令)과 같음. * 기옹(岐雍) : 기주와 옹주. 지금 섬서성 봉상현 일대. * 서강(西羌) : 토번의 별칭. 이 구절은 곽자의가 장안에 있게 됨으로써 기옹 지역의 병력이 약해져 토번의 침입을 방비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
* 견융(犬戎) : 옛날 서융의 종족명으로, 토번을 가리킴. * 좌어상(坐御床) : 대종 광덕 원년(763) 10월에 토번이 장안을 침공해 함락시켰으며, 대종은 직전에 섬주(陝州)로 도피하였음.
* 천왕(天王) : 대종을 가리킴.
* 부개자(傅介子) : 서한의 북지군(北地郡) 출신으로, 서역의 누란(樓蘭) 왕을 참수하고 돌아왔다.
* 노유(老儒) : 두보의 자칭이다. * 상서랑(尙書郎) : 이 구절은 〈목란시(木蘭詩)〉의 “왕께서 소망을 물으시나, 목란은 상서랑도 필요 없다네.”(可汗問所欲, 木蘭不用尙書郞.)라는 구절을 원용한 것으로, 두보가 당시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으로 있었기에 이런 표현을 한 것임.
2
憶昔開元全盛日(억석개원전성일) 예전 개원 년간의 전성기를 추억하나니
小邑猶藏萬家室(소읍유장만가실) 작은 고을도 외려 만 가구나 들어찼었네.
稻米流脂粟米白(도미류지속미백) 벼에는 기름기가 흘렀으며 좁쌀은 하얗고
公私倉廩俱豐實(공사창름구풍실) 관이나 개인의 창고가 다 가득 찼었지.
九州道路無豺虎(구주도로무시호) 전국의 도로에는 승냥이와 범 같은 도적이 없어
遠行不勞吉日出(원행불로길일출) 멀리 여행해도 길일 택해 출발하는 노고 없었네.
齊紈魯縞車班班(제환로호거반반) 제와 노의 비단 실은 수레소리는 끊임이 없었고
男耕女桑不相失(남경여상불상실) 남자 밭 갈고 여자 누에치며 생업을 잃지 않았지.
宮中聖人奏雲門(궁중성인주운문) 궁중에서 임금은 〈운문〉을 연주하였으며
天下朋友皆膠漆(천하붕우개교칠) 천하의 벗들끼리는 아교나 칠처럼 다 친밀하였네.
百餘年間未灾變(백여년간미재변) 백여 년 간은 재앙이나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고
叔孫禮樂蕭何律(숙손례악소하률) 숙손통의 예악과 소하의 법률 따르듯 준수하였지.
豈聞一絹直萬錢(기문일견치만전) 어찌 한 필 명주의 값이 만전이란 말 들어봤으리!
有田種穀今流血(유전종곡금류혈) 곡식 파종하던 밭이 지금은 유혈이 낭자하다네.
洛陽宮殿燒焚盡(락양궁전소분진) 낙양의 궁전은 죄다 불에 타버렸으며
宗廟新除狐免穴(종묘신제호토굴) 새로 소제한 종묘는 여우 토끼의 소굴이었다네.
傷心不忍問耆舊(상심불인문기구) 상심할까 차마 노인네에게 묻지도 못하겠으니
復恐初從亂離說(부공초종란리설) 난리 난 시작부터 말을 할까봐 또 염려된다오.
小臣魯鈍無所能(소신로둔무소능) 미천한 신하 나 두보는 노둔하고 무능한데도
朝廷記識蒙祿秩(조정기식몽록질) 조정에서는 기억해 주어 관직을 내려주었네.
周宣中興望我皇(주선중흥망아황) 주선왕의 중흥을 우리 황상에게 갈망하고 있건만
灑淚江漢身衰疾(쇄루강한신쇠질) 몸은 늙고 병들어 강한에서 눈물만 뿌리고 있네.
* 개원(開元) : 당 현종(玄宗)의 연호. 713 – 741.
* 구주(九州) : 중국 국내를 가리킴. 옛날에 한족의 거주지를 구주로 나눈 바 있음.
* 제환노호(齊紈魯縞) : 제나라와 노나라에서 나는 견직물. 환은 가는 것, 호는 백색인 것을 가리킴. * 반반(班班) : 줄줄이 끊임없는 모양.
* 불상실(不相失) : 생업을 잃지 않고 화목하게 잘 살았다는 뜻.
* 성인(聖人) : 황제를 가리킴. 운문(雲門) : 주나라 때 천신에게 제사 드릴 때 사용하던 악무(樂舞). 이 구절은 현종이 하늘을 공경하며 정성껏 제사지낸 것을 의미함.
* 교슬(膠漆) : 친구 사이에 신의가 견고함을 비유한 것임.
* 백여년(百餘年) : 당고조가 개국한 618년부터 개원 연간까지의 대략적인 햇수.
* 숙손예악(叔孫禮樂) : 한나라 초에 숙손통(叔孫通)이 한고조를 위해 예의를 제정하였다. * 소하율(蕭何律) : 한나라 초 승상 소하가 아홉가지 법률을 제정하였다. 현종 개원 연간에 이를 다시 고쳐 해 개원례(開元禮)와 개원격(開元格)을 제정하였다.
* 일견(一絹) : 한 필(匹)의 견직물을 가리킴. * 치(直) : 値와 같음. 값하다. 견(絹)은 당대에 화폐처럼 쓰였으며 세금으로 납부하기도 하였다. 개원 23년에 견 한필이 210문(文)이었던 것이 대종 때에는 만전까지 올랐다고 함.
* 유혈(流血) : 전쟁터가 되었다는 뜻.
* 낙양궁전(洛陽宮殿) : 안사 반군에 위해 낙양 궁전이 불태워졌음.
* 종묘(宗廟) : 이 구절은 대종 광덕 2년에 장안이 토번에게 점령됐다 수복된 후 대종이 환도한 것을 가리킴.
* 기구(耆舊) : 덕망이 있는 노인을 가리킴.
* 소신(小臣)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녹질(祿秩) : 녹봉과 직책. 이 구절은 두보를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郎)에 제수한 것을 가리킴.
* 주선(周宣) : 주선왕을 가리킴. 부친 여왕(厲王)의 실정으로 망해가던 주나라를 다시 중흥시켰다. * 아황(我皇) : 대종(代宗)을 가리킴.
* 강한(江漢) : 민강(岷江)과 서한수(西漢水)를 가리킴. 촉땅을 지나 흐르는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