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府(숙부) 막부에서 숙직하며(七言律詩)
대종 광덕 2년(764) 가을 성도의 엄무(嚴武) 막부에서 지은 것. 그 해 정월에 엄무가 다시 성도윤(成都尹) 겸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로 임명되었고, 6월에는 두보를 절도사 막부의 참모로 추천하였다. 이에 두보는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이 되어, 조정으로부터 비의(緋衣)와 어부대(魚符袋)를 하사 받았다. 두보에게 '두공부(杜工部)'라는 별칭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
淸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맑은 가을날 막부 우물가 오동엔 한기 감돌고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랍거잔) 강성에 홀로 숙직하니 밀랍초는 타들어간다.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긴 밤 슬픈 뿔피리 소리 절로 말하는 것 같은데
天中月色好誰看(중정월색호수간) 하늘의 고운 달빛은 그 누가 보고 있으려나?
風塵荏苒音書絕(풍진임염음서절) 전란 속 세월 흐르고 소식마저 끊어졌으며
關塞蕭條行路難(관새소조행로난) 관새는 적막해져 길 다니기도 어려웁구나.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십년 동안 떠돌아다니며 고난을 견뎌내다가
強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억지로 한 가지에 옮겨와 깃들며 편히 여기네.
* 막부(幕府) : 지방의 군정을 담당하는 장관과 절도사의 관아를 일컫는 말. 본래 임의의 장소에 군막(軍幕)을 설치하고 군사(軍事)를 처리하는 관서를 가리키는 말임.
* 강성(江城) : 성도를 가리킴. 금강(錦江)이 성도를 거쳐 흐름.
* 각성(角聲) : 군에서 사용하는 신호용 뿔나팔의 소리. 통행금지와 해제를 알리기 위해 저녁과 새벽에 불었음.
* 풍진(風塵) : 전란을 비유함. * 임염(荏苒) : 시간이 어느새 흘러감을 의미함.
* 관새(關塞) : 관문과 요새. 군사적 요충지. * 행로난(行路難) : 길가는 어려움에 인생의 험난함을 비유한 것으로, 본래 악부의 곡명임.
* 영빙(伶俜) : 표랑하다.
* 일지안(一枝安) : 엄무 막부의 참모가 된 것을 의미함. 《장자·소요유》에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나뭇가지 하나에 그칠 뿐이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는 구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