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日江村, 五首(춘일강촌, 5수) 봄날의 강촌(五言律詩

by 오대산인

春日江村, 五首(춘일강촌, 5수) 봄날의 강촌(五言律詩)


대종 영태(永泰) 원년(765) 봄, 초당에서 있을 때 지음. 두보는 전년 가을에 절도사 엄무의 천거로 참모가 되어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을 제수받았으나 몇 개월이 지난 정월에 사직하였다. 절도사 막부는 군사기관이라 근무가 엄격했으며, 업무 또한 문관 출신인 두보가 적응하기에 무미건조하였다. 엄무와의 친근한 관계를 질시하는 동료들 때문에 처신에 곤란함도 있었고, 나이 먹어 초당에서 먼 막부까지 매일 새벽 출근해 저녁에 귀가하는 것 또한 두보에게 상당한 피로를 주어 몸이 쇠약해졌다. 이에 두보는 엄무를 설득한 끝에 사직하고 집에 돌아와 보내던 중 이 시를 지었다. 봄날, 촉땅에 들어와 보낸 6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는 마음이 스산하다.



1

農務村村急(농무촌촌급) 마을마다 농사일 서두르고

春流岸岸深(춘류안안심) 기슭마다 봄 물결 불어가네.

乾坤萬里眼(건곤만리안) 만 리의 하늘땅 눈에 담으며

時序百年心(시서백년심) 백년 시절을 마음에 품노라.

茅屋還堪賦(모옥환감부) 초가라도 시는 지을 만하니

桃源自可尋(도원자가심) 도화원을 절로 찾을 만하네.

艱難昧生理(간난매생리) 생계에 어두워 삶이 힘드니

飄泊到如今(표박도여금) 여태껏 표랑하는 처지로구나.


* 도원(桃源) : 동진의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묘사된 이상향. 여기서는 완화계 부근의 아름다운 산수와 순박한 인심을 그에 빗댄 것임.


2

迢遞來三蜀(초체래삼촉) 머나먼 촉땅으로 들어와서는

蹉跎又六年(차타우륙년) 헛되이 보내길 또 육년이로다.

客身逢故舊(객신봉고구) 나그네 신세로 옛친구 만나

發興自林泉(발흥자림천) 자연 속에서 흥치를 일으키기도 했네.

過懶從衣結(과나종의결) 너무 느긋해 꿰맨 옷 걸쳐도 부끄럽잖고

頻遊任履穿(빈유임리천) 자주 노닐며 신발에 구멍 나도 상관을 않네.

藩籬頗無限(번리파무한) 풍경의 한계가 자못 끝이 없으니

恣意向江天(자의향강천) 맘껏 강하늘 바라보며 지내고 있네.


* 삼촉(三蜀) : 옛날의 촉군(蜀郡), 광한군(廣漢郡), 건위군(犍爲郡)을 가리킴. 촉땅의 별칭.

* 고구(故舊) : 두보가 처음 성도에 정착할 때 도움을 받은 배면(裴冕)과 그 후에 도움을 받은 엄무(嚴武)를 가리킴.

* 번리(藩籬) : 원래 대바자를 가리키나, 여기서는 경계(境界)의 의미로 쓰임.



3

種竹交加翠(종죽교가취) 대나무 심으니 푸른 잎 뒤섞이고

栽桃爛漫紅(재도난만홍) 복숭아 키우니 붉은 꽃 난만하네.

經心石鏡月(경심석경월) 마음엔 석경의 달 구경할 생각이 있고

到面雪山風(도면설산풍) 얼굴엔 설산에서 서늘 바람 불어오네.

赤管隨王命(적관수왕명) 붉은 대롱의 붓 쥐고 왕명을 따랐거늘

銀章付老翁(은장부노옹) 은 도장을 늙은 나에게 내려주었다네.

豈知牙齒落(기지아치락) 어찌 알았으랴? 이가 빠지고 난 뒤

名玷薦賢中(명점천현중) 천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게 될 줄을.


* 석경(石鏡) : 성도에 전하는 전설 속의 고적. 본래 산의 정령이었던 어느 사내가 변해 미녀가 되었는데 촉왕이 그를 왕비로 삼았으나 오래지 않아 죽었다. 이에 다섯 장사를 시켜 무덤을 만들고 무덤 문 앞에 바위 거울을 세웠다고 함.

* 설산(雪山) : 서산(西山)을 가리킴. 성도 서쪽에 위치한 산. 민산(岷山)의 주봉으로 만년설이 덮여 있음.

* 적관(赤管) : 한나라 때 상서대(尙書臺)에서는 매달 붉은 대롱의 큰 붓 한 쌍을 지급했다고 함.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검교공부원외랑이 된 것을 의미함.

* 은장(銀章) : 한나라 때 2천 석 이상의 녹봉을 받는 관리는 모두 은 도장에 청색 인끈을 받았다고 함. 당나라 때는 도장을 하사하는 제도가 없었으며,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검교공부원외랑이 되어 어대(魚袋)를 받은 것을 비유한 것임.

* 천현(薦賢) : 어진 이를 천거하다. 엄무가 두보를 조정에 천거해 검교공부원외랑이 된 것을 가리킴.




4

扶病垂朱紱(부병수주불) 병든 몸 부지하며 막부에 들어갔다가

歸休步紫苔(귀휴보자태) 돌아와 쉬며 자색 이끼 위 산보를 하네.

郊扉存晩計(교비존만계) 초당에서 만년 보내고픈 계획 있으니

幕府愧羣材(막부괴군재) 막부의 여러 재사들에게 부끄럽구나.

燕外晴絲卷(연외청사권) 제비 나는 개인 하늘에 벌레 줄 걷히고

鷗邊水葉開(구변수엽개) 갈매기 노는 물가에 수초 잎새 돋아나네.

鄰家送魚鼈(인가송어별) 이웃집에선 물고기와 자라 보내주면서

問我數能來(문아삭능래) 내게 문안 인사하며 자주 찾아와 주네.


* 수주불(垂朱紱) : 엄무의 막부에서 벼슬살이한 것을 의미함. 주불은 고대에 패옥이나 인장을 묶던 붉은 색의 띠. 벼슬아치 품계에 따라 색깔을 달리했으며, 두보는 6품에 해당하였음.

* 교비(郊扉) : 교외에 있는 소박한 집. 초당을 가리킴.

* 막부(幕府) : 엄무의 검남동서천절도사 막부를 가리킴. * 괴군재(愧羣材) : 겸사로 한 말이다. 두보는 막부의 다른 참모들 사이에서 얼마간 불편함과 갈등이 있었다.


5

羣盜哀王粲(군도애왕찬) 도적떼에 왕찬은 피난 가서 슬퍼하였고

中年召賈生(중년소가생) 가의는 중년에야 궁정으로 소환되었네.

登樓初有作(등루초유작) 왕찬의 등루부는 초기의 명작이었으며

前席竟爲榮(전석경위영) 가의는 결국 문제가 다가앉는 영예 얻었지.

宅入先賢傳(택입선현전) 살던 집은 선현의 전기에 기재되었고

才高處士名(재고처사명) 재주 고원했으나 처사라 이를 만 하네.

異時懷二子(이시회이자) 지난날부터 두 분을 마음에 품어 왔거늘

春日復含情(춘일부함정) 봄날 다시금 그리운 정 머금게 되네.


* 왕찬(王粲) : 한말의 문학가. 17세에 중원에 전란이 발생하자 형주(荊州)로 가 유표(劉表)에게 여러 해를 의지하였다. 당시 지은 〈등루부(登樓賦)〉가 유명함.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왕찬처럼 피난을 떠나 촉땅에 있음을 말한 것임.

* 가생(賈生) : 가의(賈誼)를 가리킴. 서한의 문학가. 어린 나이에 문재가 출중해 조정에 들어갔으나 권신의 배척을 받고 장사왕태부로(長沙王太傅)로 좌천되었다. 4년 후 문제(文帝)가 다시 장안으로 소환했으며, 귀신의 일에 대해 묻고는 답변을 귀담아 듣느라 자리를 가까이 옮겨 앉은 고사가 있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가의처럼 한 동안 쓰이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다 검교공부원외랑에 임용된 것을 가리킴.

* 등루(登樓) : 왕찬이 피난해 형주에 있을 때 귀향을 염원하며 지은 〈등루부(登樓賦)〉를 가리킴.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시대를 아파하는 시를 지어낸 것을 의미함.

* 전석(前席) : 한문제가 가의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자리를 앞으로 옮겨 가까이 앉는다는 뜻.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숙종으로부터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되어 조정에서 벼슬한 것을 의미함.

* 택입선현전(宅入先賢傳) : 《군국지(郡國志)》에 “장사(長沙)의 저자 남쪽에 가의의 집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면양기(沔襄記)》에 “왕찬의 집이 양양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음.

* 처사명(處士名) : 처사는 학식과 덕망을 갖췄으나 벼슬하지 않고 은거한 선비를 가리킴. 왕찬이나 가의가 회재불우의 신세였으므로 실제로는 처사와 다를 바 없었다는 뜻. 두보 자신을 빗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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