莫相疑行(막상의행) (七言古詩)
대종 영태 원년(765), 두보가 초당에 있을 때 지은 것. 당시 두보는 절도사 막부의 참모직에서 사임한 상태였다. 이 시는 두보가 엄무의 추천으로 검교공부원외랑이 된 지 수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원인이 젊은 동료들의 질시 때문임을 밝혀주고 있다. 막상의(莫相疑)는 ‘서로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행(行)은 고시의 체재 가운데 하나.
男兒生無所成頭皓白(남아생무소성두호백) 사나이 살며 이룬 것 없이 머리가 세고
牙齒欲落眞可惜(아치욕락진가석) 치아마저 빠지려 하니 참으로 애석하구나.
憶獻三賦蓬萊宮(억헌삼부봉래궁) 봉래궁에서 세 편의 부 올린 일 떠올리거늘
自怪一日聲烜赫(자괴일일성훤혁) 하루 사이 명성 자자해져 스스로 이상타 했네.
集賢學士如堵牆(집현학사여도장) 집현전 학사들은 담을 치듯 둘러싸고는
觀我落筆中書堂(관아락필중서당) 중서당에서 붓 들고 글 짓는 걸 구경하였지.
往時文采動人主(왕시문채동인주) 옛날에는 문채로 임금을 감동시켰었건만
此日飢寒趨路旁(차일기한추로방) 오늘날엔 빈궁한 신세로 길바닥 걷고 있구나.
晩將末契託年少(만장말계탁년소) 늘그막에 젊은이들과 서로 어울리게 됐다만
當面輸心背面笑(당면수심배면소) 면전에선 마음 주는 채 하고 돌아서선 웃었네.
寄謝悠悠世上兒(기사유유세상아) 그렇고 그런 세상의 애송이들에게 일러주건대
不爭好惡莫相疑(부쟁호오막상의) 잘잘못 따지지 않을 테니 의심하질 말아라.
* 삼부(三賦) : 두보는 40세가 되던 현종 천보 10년(751에 〈조헌태청궁부(朝獻太淸宮賦)〉, 〈조향태묘부(朝享太廟賦)〉, 〈유사어남교부(有事於南郊賦)〉로 구성된 삼대례부(三大禮賦)를 바쳤다. 현종은 감명을 받아 재상과 집현원 학사에게 두보의 문필을 시험해 살펴보도록 명하였음. * 봉래궁(蓬萊宮) : 장안 동쪽에 있던 궁. 본래 대명궁(大明宮)에서 개명한 것임.
* 집현(集賢) : 집현전(集賢殿) 혹은 집현원(集賢院)으로 불림.학사, 직학사, 시강학사 등 18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장서의 수집과 서책의 발행 외에 시서를 강독하기도 하였음.
* 중서당(中書堂) : 중서성(中書省)의 정사당(政事堂). 재상의 집무실을 가리킴.
* 말계(末契) :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적은 사람과 교제하는 것. * 연소(年少) : 막부의 나이 적은 동료를 가리킴.
* 수심(輸心) : 속내를 드러내어 전한다는 뜻.
* 유유(悠悠) : 많다, 흔하다.
* 부쟁호오(不爭好惡) : 어떻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 不爭은 당시의 속어로 따지지 않겠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