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月一日 三首(십이월일일, 3수) 12월 1일에(七言律詩)
대종 영태 원년(765) 겨울, 운안에 머물 때 지음. 5월에 성도를 떠난 두보는 배를 타고 동으로 내려와 가을에 운안에 도착했는데, 폐병과 통풍으로 여행을 계속하기 어려워 운안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
1
今朝臘月春意動(금조납월춘의동) 오늘 아침 섣달 되어 봄기운 움질대는데
雲安縣前江可憐(운안현전강가련) 운안현 앞 흐르는 강물도 사랑스럽네.
一聲何處送書雁(일성하처송서안) 편지 보내주는 기러기는 어디서 울고 있는가?
百丈誰家上瀨船(백장수가상뢰선) 급류 오르느라 백장으로 끄는 건 뉘 집 배인가?
未將梅蘂驚愁眼(미장매예경추안) 매화 때문에 시름 젖은 눈 경탄할 일 없으니
要取椒花媚遠天(요취초화미원천) 산초나무 꽃 가져다 먼 하늘 아름답게 하리라.
明光起草人所羨(명광기초인소선) 명광전에서 글 쓰는 것 사람들 선망한다만
肺病幾時朝日邊(폐병기시조일변) 폐병 앓으니 어느 때나 임금을 뵙게 되려나?
* 납월(臘月) : 음력 12월을 가리킴.
* 운안현(雲安縣) : 지금 사천성 운양현(雲陽縣).
* 백장(百丈) : 촉땅에서 배를 끄는 데 사용한 용구. 물속이나 기슭에 바위가 있는 경우 일반 밧줄은 마찰로 인해 잘 끊어지므로 대나무를 쪼갠 뒤 삼밧줄로 연결해 마찰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것.
* 매예(梅蘂) : 매화 꽃봉오리. 이 구절은 매화가 아직 피지 않아 자신의 시름에 젖은 눈이 놀랄 일이 없다는 뜻.
* 초화(椒花) : 산초나무 꽃. 여기서는 위진 때의 시인 유진(劉臻)의 아내 진씨(陳氏)가 정월 초하루에 지어 임금에게 바친 〈초화송(椒花頌)〉을 가리킴. 그 가운데 “아름답고 진기한 꽃을 따내어 바치옵나니, 성상의 모습에 비추어져서 만년토록 기리 장수하시옵소서.”(標美靈葩, 爰采爰獻, 聖容映之, 永壽於萬.)라는 구절이 있다. * 미원천(媚遠天) : 먼 하늘을 아름답게 만들어보겠다는 뜻. 한 달이 지나면 〈초화송〉을 노래하는 새해가 되고, 새해에는 멀리 장안의 조정으로 돌아가 〈초화송〉과 같은 글을 지어 바치며 문필로 치세를 빛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 것이다. 이후 구절에 ‘명광(明光)’과 ‘일변(日變)’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까닭.
* 명광(明光) : 한나라 때 궁전 이름. 그를 빌려 당나라 조정을 가리킨 것임. * 기초(起草) : 초고를 작성하는 것. 이 구절은 두보가 〈막상의행(莫相疑行)〉에서 “집현전 학사들은 담을 치듯 둘러싸고는, 중서당에서 붓 들고 글 짓는 걸 구경하였지.(集賢學士如堵牆, 觀我落筆中書堂)라고 읊은 것처럼, 다시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 것이다.
* 일변(日邊) : 해의 근처. 임금 곁을 비유함.
2
寒輕市上山煙碧(한경시상산연벽) 저자는 조금 쌀쌀하고 산 이내 푸르스름하며
日滿樓前江霧黃(일만누전강무황) 누 앞에 햇살 가득하고 강 안개 누르스름하다.
負鹽出井此溪女(부염출정차계녀) 이곳 냇가 아낙은 염정에서 소금 지고 나오는데
打鼓發船何郡郎(타고발선하군랑) 어느 고을 사내 북 치며 배를 출발시키고 있나?
新亭擧目風景切(신정거목풍경절) 피난 와 신정에서 눈 들어 풍경 보듯 심정 처절하고
茂陵著書消渴長(무릉저서소갈장) 무릉의 글 짓던 사마상여 오래 소갈병 앓듯 몸 아프네.
春花不愁不爛漫(춘화불수불난만) 봄꽃이 활짝 피지 않으니 시름겨울 것은 없다만
楚客惟聽棹相將(초객유청도상장) 초땅의 나그네 신세로 노젓는 소리만 듣고 있다네.
* 강무황(江霧黃) : 강안개가 햇살을 받아 누런 기운이 있다는 뜻.
* 부염(負鹽) : 이 구절은 염정(鹽井)에서 만든 소금을 팔러나가는 여인을 형용한 것임. 소금을 함유한 지하수 물을 퍼내기 위해 판 우물을 염정이라고 함.
* 신정(新亭) : 육조시대 도읍인 건강(建康) 남부에 있던 요새이며, 장강에 면해 풍광이 수려했음. 지금 남경시 아래 강소성 강녕현(江寧縣) 지역. 《세설신어(世說新語》 : “서진 말년에 중원을 잃고 남으로 피난한 관리들이 신정에서 모였는데, 주의(周顗)가 ‘풍경은 다르지 않은 듯 하나 눈을 들어보면 산하가 다르다!’라고 탄식하였다.” 이 구절은 중원을 아직 평정하지 못함을 말한 것.
* 무릉(茂陵) : 한나라 때의 저명한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를 가리킴. 소갈병을 앓아 무릉의 집에서 글을 지으며 보냈음.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병을 앓으며 운안(雲安)에 머물고 있음을 말한 것임.
* 초객(楚客) : 두보 자신을 가리킴. 운안 일대는 옛날 진한시대에 남초(南楚) 지역에 속했음.
3
卽看燕子入山扉(즉간연자입산비) 문득 산속 집으로 날아드는 제비 보일 테고
豈有黃鸝歷翠微(기유황려력취미) 아마 푸른 산 날아 지나는 꾀꼬리도 있겠지.
短短桃花臨水岸(단단도화임수안) 자잘한 복사꽃은 강기슭에 피어날 테고
輕輕柳絮點人衣(경경류서점인의) 가벼운 버들개지 사람의 옷에 달라붙으리.
春來準擬開懷久(춘래준의개회구) 봄이 오면 오래도록 회포 풀어볼까 했더니
老去親知見面稀(노거친지견면희) 늙어가며 친지의 얼굴 볼 기회 드물어지네.
他日一盃難强進(타일일배난강진) 훗날 한잔 술을 억지로 마시기도 어려우리니
重嗟筋力故山違(중차근력고산위) 근력 떨어져 고향에 못갈까 거듭 탄식하노라.
* 기(豈) : 어쩌면, 아마도의 뜻이다.
* 준의(準擬) : - 하려고 하다. - 할 작정을 하다.
* 고산(故山) : 장안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