負薪行(부신행) 땔감을 등에 진 처녀를 노래함(七言古詩)
대종 대력 원년(766) 기주에 도착한 초기에 지은 것으로, 가난한 농민 출신 부녀자의 비참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시. * 부신(負薪)은 땔감을 등에 진다는 뜻. 행(行)은 고시의 일종.
蘷州處女髮半華(기주처녀발반화) 머리카락 절반이 허연 기주의 처녀
四十五十無夫家(사십오십무부가) 마흔 살 쉰 살 되도록 남편이 없네.
更遭喪亂嫁不售(갱조상란가불수) 난리까지 만나 시집 가지 못한 채
一生抱恨長咨嗟(일생포한장자차) 한 평생 한 품고 길이 탄식을 하네.
土風坐男使女立(토풍좌남사녀립) 풍속이 남자 앉고 여자는 서있게 하고
男當門戶女出入(남당문호녀출입) 남자 집 지키고 여자는 일을 하러 다니네.
十有八九負薪歸(십유팔구부신귀) 열에 여덟아홉은 땔나무 지고 돌아오는데
買薪得錢應供給(매신득전응공급) 땔감 팔아 돈 생기면 살림살고 세금 낸다오.
至老雙鬟只垂頸(지로쌍환지수경) 늙어서도 둘로 쪽진머리 목덜미 내려오고
野花山葉銀釵竝(야화산엽은차병) 들꽃과 산속 나뭇잎을 은비녀처럼 꽂았구나.
筋力登危集市門(근력등위집시문) 힘들여 산에 올라 나무해 저자에 모아놓고 팔며
死生射利兼鹽井(사생사리겸염정) 죽건 살건 이익 꾀해 염정의 일을 겸해 한다네.
面粧首飾雜啼痕(면장수식잡제흔) 얼굴 화장 머리 장식에 눈물 자국 얼룩졌는데
地褊衣寒困石根(지편의한곤석근) 외진 땅 허름한 옷으로 산 아래 힘겹게 사네.
若道巫山女麤醜(약도무산녀추추) 무산의 여자들 거칠고 추하다 말할 것 같으면
何得此有昭君村(하득차유소군촌) 어떻게 왕소군 고향 마을이 여기 있을 수 있나?
* 갱조상란가불수(更遭喪亂嫁不售) : 빈번한 전란으로 남자가 징병되거나 전사해 남자는 적고 여자는 많아 시집가기가 어려움을 말한 것임.
* 응공급(應供給) : 생활의 수요와 납세에 사용한다는 뜻.
* 쌍빈지수경(雙鬟只垂頸) : 양쪽 머리카락이 목에 드리우다. 미혼이라 쪽을 져 비녀를 꽂지 못한 채 처녀의 두발을 하고 있다는 뜻.
* 겸염정(兼鹽井) : 나무를 해다 시장에서 파는 것 외에 염정에서 소금을 만들어 날라다 파는 일까지 겸해서 한다는 뜻.
* 석근(石根) : 바위 산 아래에 있는 거처를 가리킴.
* 무산(巫山) : 지금 사천성 무산현 지역에 있는 산. 주봉이 중경시 봉절현 경내에 있음. 기주 일대를 널리 지칭한 것임.
* 소군(昭君) : 중국의 사대 미녀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왕소군(王昭君)을 가리킴. 한원제(漢元帝) 때의 궁녀로 흉노에게 시집 보내졌다. 고향인 호북성 흥산현(興山縣)에 소군촌(昭君村)이 있으며, 이곳은 지리적으로 무산(巫山) 일대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