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柏行(고백행) (七言古詩) 오래된 측백나무 노래
대종 대력 원년(766)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었음. 고백(古柏)은 기주(蘷州 : 사천성 봉절현)의 제갈량 사당 앞에 있는 오래된 측백나무를 가리킨다. 행(行)은 고시의 일종.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노백) 제갈공명 사당 앞 늙어진 측백이 있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가지는 청동 같고 뿌리는 돌과도 같다.
霜皮溜雨四十圍(상피류우사십위) 허연 표피 반드럽고 둘레는 마흔 아름에
黛色參天二千尺(대색참천이천척) 검푸르게 하늘 높이 솟아나 이천 자라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임금과 신하는 시대와 더불어 만나 호응하였고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나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구나.
雲來氣接巫峽長(운래기접무협장) 구름 밀려오면 그 기세 아득히 무협과 이어지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달이 떠오르면 찬 기운 하얀 설산과 통하여지네.
憶昨路繞錦亭東(억작로요금정동) 예전 금정 동편으로 길 돌아 찾은 일 떠오르는데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선주 유비와 무후 제갈량의 사당이 함께 있었지.
崔嵬枝幹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높다란 줄기는 옛스러운 들판에 솟아나 있고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그윽한 초상화는 고요한 사당 안 모셔져 있네.
落落盤踞雖得地(낙락반거수득지) 우뚝하니 굳게 뿌리 내려 자리 잡긴 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열풍) 공중에 고고히 서있어 세찬 바람 많기도 하다.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버티어 견뎌냄은 절로 신명의 힘이 있어서이며
正直原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올곧게 자라남은 원래부터 조화의 공로로구나.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큰 집이 쓰러질 것 같아 대들보로 쓰려 하여도
萬牛回首丘山重(만우회수구산중) 만 마리 소가 산처럼 무거워 고개를 돌리고 말리.
不露文章世已驚(불로문장세이경) 무늬 드러내지 않아도 세상이 이미 놀라워하고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도끼질 마다하지 않아도 뉘라 잘라 옮겨내겠나?
苦心豈免容螻蟻(고심기면용누의) 속이 쓰다한들 어찌 땅강아지 개미를 면하랴만
香葉終經宿鸞鳳(향엽종경숙난봉) 향기로운 잎에는 끝내 난새와 봉새 깃들어 자리.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뜻 있는 선비와 은자들이여 원망하지 마시오!
古來材大難爲用(고래재대난위용) 옛부터 재목이 거대하면 쓰이기가 어려웠으니.
* 공명묘(孔明廟) : 기주에 있는 제갈량의 사당을 가리킴.
* 상피(霜皮) : 나무줄기의 껍질이 서리처럼 허연빛을 띠고 있음을 가리킴. * 류우(溜雨) : 나무껍질이 빗물이 적셔진 듯 반드럽다는 뜻. * 사십위(四十圍) : 40 아름의 뜻으로 과장한 것이다. 圍는 옛날에 3촌(寸) 혹은 5촌을 가리키기도 했음.
* 대색(黛色) : 청흑색을 띤 측백의 잎을 가리킴. * 이천척(二千尺) : 높이를 과장해 말한 것이다.
* 군신(君臣) : 유비와 제갈량을 가리킴. * 제회(際會) : 우연히 만나다.
* 무협(巫峽) : 장강 삼협의 하나. 기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음.
* 설산(雪山) : 지금 사천성 송반현에 있는 산. 민산(崏山)의 주봉으로 늘 눈이 쌓여 있다.
* 금정(錦亭) : 두보가 살던 성도의 초당에 있던 정자. 가까이 금강(錦江)이 있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 선주무후(先主武侯) : 선주는 유비를 가리키며 그 아들 유선은 후주라 부른다. 무후는 무향후(武鄕候)의 약칭으로 제갈량의 봉호(封號).
* 최외(崔嵬) : 높다란 모습.
* 요조(窈窕) : 깊숙하고 아늑한 모양. * 단청(丹靑) : 성도의 무후 사당 안의 그림을 가리킨다.
* 낙락(落落) : 홀로 우뚝 서있는 모양. * 반거(盤踞) : 땅에 측백나무 뿌리가 얽힌 것이 용이 서린 듯한 기세와 같음을 형용한 것이다. * 수득지(雖得地) : ‘비록 사당 앞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생장을 하고 있지만’의 뜻이다.
* 명명(冥冥) : 본래 높디 높은 창공의 색깔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높은 하늘을 의미한다. * 고고(孤高) : 측백나무가 홀로 우뚝 서있음을 가리킨다. 열풍(烈風) : 거센 바람을 가리킨다.
* 신명(神明) : 신령(神靈)과 같다.
* 정직(正直) : 측백나무가 반듯하게 자람을 가리킨다. 조화(造化) : 만물을 창조하고 생육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의 힘을 가리킴.
* 만우회수(萬牛回首): 측백나무가 무거워 꿈적도 하지 않아 소들이 힘겨워하며 바라본다는 뜻이다.
* 문장(文章) : 무늬가 있는 표면. 문채(文彩)와 통함.
* 미사(未辭) : 사양하지 않다. 거절하지 않다.
* 고심(苦心) : 측백나무 속의 맛이 씁쓸함을 가리킴. * 기면용누의(豈免容螻蟻) : 땅강아지와 개미가 측백나무의 안쪽을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땅강아지와 개미는 소인배를 비유하기도 한다.
* 향엽(香葉) : 측백나무 잎이 향기로워 이렇게 말한 것이다. * 난봉(鸞鳳) : 전설 속의 상서로운 새. 어진 군자를 비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