諸將, 五首(제장, 5수) 여러 장수들(七言律詩)
대종 대력 원년(766) 가을,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안사의 난이 이미 평정된 뒤이지만 당나라의 정세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토번의 침략으로 장안이 함락되기도 했으며, 하북 일대에서는 번진(藩鎭)이 발호하고 남쪽 촉땅에서도 역시 군벌이 할거해 반란을 일으켰다.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위기에서 두보는 우국충정의 정론이 담긴 이 시를 지어내었다.
1
漢朝陵墓對南山(한조능묘대남산) 한나라 왕조의 능묘는 종남산과 마주하였고
胡虜千秋尙入關(호로천추상입관) 오랑캐 천년토록 여전히 소관으로 침입을 하네.
昨日玉魚蒙葬地(작일옥어몽장지) 지난날 옥제 물고기를 능묘에 묻어뒀건만
早時金碗出人間(조시금완출인간) 일찌감치 금제 주발이 세상에 돌아다닌다.
見愁汗馬西戎逼(현수한마서융핍) 말을 내달리며 서융이 들이닥쳐 근심이러니
曾閃朱旗北斗殷(증섬주기북두은) 그 뻘건 깃발 번뜩여 북두칠성이 검붉어지네.
多少材官守涇渭(다소재관수경위) 많은 무관들 경수와 위수에서 수비하거늘
將軍且莫破愁顔(장군차막파수안) 장군들이여! 근심스런 얼굴 표정 풀지를 마오.
* 한조능묘(漢朝陵墓) : 한나라를 빌려 당나라를 말한 것임. * 남산(南山) : 종남산(終南山). 내지에 가깝고 산세가 험해 방비하기 좋은 곳임.
* 호로(胡虜) : 북방 소수민족의 통칭이나, 여기서는 토번을 지칭한 것임. 대종 광덕 원년(763)에 장안을 15일간 점령하였다. * 관(關) : 소관(蕭關)을 가리킴. 지금 영하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고원시(固原市) 동남쪽에 있음.
* 옥어(玉魚) : 능묘의 부장품인 옥으로 만든 물고기.
* 금완(金碗) : 능묘의 부장품인 금으로 만든 주발. 이 구절은 토번이 침입해 능묘를 도굴한 것을 지적한 것임.
* 현수(見愁) : 見은 現과 통해 쓴 것임. 눈앞에 드러난 근심거리란 뜻. * 한마(汗馬) : 말이 땀이 나도록 달린다는 뜻. 서역의 대완(大宛)에서 나는 한혈마(汗血馬)를 가리킨다는 설도 있음. * 서융(西戎) : 서쪽 오랑캐. 765년 9월 토번이 회흘과 연합해 장안에서 멀지 않은 봉천(奉天)까지 닥친 적이 있음.
* 주기(朱旗) : 토번의 대장을 나타내는 붉은 깃발을 가리킴. * 북두(北斗) : 북두칠성. 여기서서는 조정 혹은 조정이 있는 장안을 상징함. * 은(殷) : 은홍색(殷紅色). 검붉은 색.
* 재관(材官) : 무관직을 일컫는 말. 여기서는 무장(武將), 제장(諸將)을 가리킴. * 경위(涇渭) : 장안에서 부근을 흐르는 강물인 경수(涇水)와 위수(渭水). 당시 곽자의(郭子儀)를 비롯한 관군이 주둔해 방비하였음.
2
韓公本意築三城(한공본의축삼성) 한국공이 황하 북녘에 세 성을 쌓은 본뜻은
擬絶天驕拔漢旌(의절천교발한정) 돌궐이 우리를 침략하지 못하게 하려함이었네.
豈謂盡煩回紇馬(기위진번회흘마) 허나 어찌 알았으랴! 회흘의 병마가 노고를 다해
翻然遠救朔方兵(번연원구삭방병) 멀리 와서 외려 우리 삭방군을 구원하게 될 줄을.
胡來不覺潼關隘(호래불각동관애) 안사 반군 쳐들어올 땐 동관도 험하지 아니했다만
龍起猶聞晉水淸(용기유문진수청) 용이 일어나자 진수 맑아짐 듣 듯 서경을 수복하였네.
獨使至尊憂社稷(독사지존우사직) 유독 임금으로 하여금 나라를 걱정하게 만드니
諸君何以答升平(제군하이답승평) 제군들은 어떻게 태평을 이루어 보답하려 하는가!
* 한공(韓公) : 당 중종(中宗) 때 좌위대장군으로 한국공(韓國公)에 봉해진 장인원(張仁愿)을 가리킴. * 삼성(三城) : 삼수항성(三受降城). 707년 장인원이 내몽고 경내에 수항성을 쌓아 돌궐을 방비하였다.
* 천교(天驕) : 본래 흉노를 가리키며, 이를 빌려 돌궐족을 지칭한 것임. * 발한정(拔漢旌) : 한나라 깃발을 뽑다. 당나라에 침입함을 비유한 것임.
* 회흘(回紇) : 회흘은 돌궐족의 일파로 간주되었음.
* 삭방병(朔方兵) : 곽자의 등이 통솔하던 삭방군을 가리킴. 이 구절은 회흘이 당군과 연합해 토번을 격퇴한 것을 의미함.
* 호래불각동관애(胡來不覺潼關隘) : 안록산 반군이 험애한 요충지인 동관(潼關)을 쉽게 격파한 사실로써 당시 동관을 방어하던 가서한의 무능을 말한 것임.
* 용기유문진수청(龍起猶聞晉水淸) : 당고조 이연(李淵)이 태원(太原 : 진양의 옛이름)에서 기병한 것을 광평왕(廣平王 : 훗날의 대종)이 장안과 낙양을 수복한 것에 비유한 것임. 고조가 진양(晉陽)에서 기병했을 때 진수가 맑아졌다고 하며, 광평왕이 서경을 수경할 즈음엔 남주(嵐州)의 합관하(合關河)가 맑아졌다고 함.
* 지존(至尊) : 대종을 가리킴.
3
洛陽宮殿化爲烽(낙양궁전화위봉) 낙양의 궁전마저 봉홧불인 양 타버렸으니
休道秦關百二重(휴도진관백이중) 동관 있어 대적하기 배는 낫다 말도 말아라.
滄海未全歸禹貢(창해미전귀우공) 바다 인근은 우임금 판도에 다 귀속되지 않았고
薊門何處盡堯封(계문하처진요봉) 계문 일대의 지역은 어디가 요임금 봉토이던가?
朝廷袞職雖多預(조정곤직수다예) 조정의 재상 지위에 많은 자들이 올라있다만
天下軍儲不自供(천하군저불자공) 각지의 군수물자를 스스로 조달하지 않는다.
稍喜臨邊王相國(초희임변왕상국) 변방 방비하는 왕상국 있어 그나마 다행이거늘
肯銷金甲事春農(긍소금갑사춘농) 병장기 녹여 만든 농기구로 봄 농사 짓게 한다네.
* 낙양궁전(洛陽宮殿) : 이 구절은 낙양이 천보 14년(755)에 안록산에 의해, 건원 2년(759)에 사조의에 의해 함락된 파괴된 것을 가라킴.
* 진관(秦關) : 동관(潼關)을 가리킴. * 백이중(百二重) : 100만 명의 병력일지라도 험준한 요충지의 잇점으로 인해 200만 명이 방비하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 이중(二重)은 두 배(倍)의 뜻.
* 창해(滄海) : 중국의 동해에 면한 지역. 지금 하북과 산동의 동부 지역을 가리킴. * 우공(禹貢) : 《상서》의 편명. 우임금이 구주(九州)를 나눠 정하고 토지에 따라 공물을 정한 것에 대한 기록임. 이로 인해 후대에 국경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됨.
* 계문(薊門) : 원래 유주(幽州)의 범양군(范陽郡)을 가리키며, 유주성이 옛날의 계성이었음. 여기서는 하북성 북부 지역을 가리킴. * 요봉(堯封) : 요임금의 봉강(封疆). 주나라가 요임금의 후손을 계땅에 봉하였기에 이렇게 지칭한 것임.
* 곤직(袞職) : 삼공(三公)이나 조정의 대신을 가리킴. 당시에 조정 대신이 군사 분야의 중책을 맡아 겸임하였고 절도사들은 중서령이나 평장사 같은 재상급 고위 내직의 직함을 같이 지녔음.
* 군저(軍儲) : 군대에 필요한 양식과 의복 따위. 당나라 초기에는 부병제를 시행서 군량을 자급했으나, 안사 반란 이후 백성들로부터 충당하였음.
* 왕상국(王相國) : 상국 왕진(王縉)을 가리킴. 대종 광덕 2년(764)에 시중(侍中)이 되었으며, 하남부원수가 되어서는 군자금 40만 관을 감축하길 청하였다.
* 소금갑(銷金甲) : 금속으로 된 병장기를 녹이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군비를 절감한다는 뜻. * 사춘농(事春農) : 병사들이 둔전을 경작해 군량을 자급하는 둔전제(屯田制)를 실행한 것을 의미함.
4
廻首扶桑銅柱標(회수부상동주표) 부상 남쪽의 구리 기둥 표지를 돌아보건대
冥冥氛祲未全銷(명명분침미전소) 어둑한 요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越裳翡翠無消息(월상비취무소식) 월상의 비취새 깃털은 소식조차 없으며
南海明珠久寂寥(남해명주구적료) 남해의 진주도 오래도록 적막하구나.
殊錫曾爲大司馬(수석증위대사마) 특별히 은사를 내려 대사마에 임명하였고
總戎皆揷侍中貂(총융개삽시중초) 총융들이 모두 시중의 초미관을 쓰게 되었네.
炎風朔雪天王地(염풍삭설천왕지) 뜨거운 남쪽과 추운 북쪽이 왕의 영토인 것은
只在忠良翊聖朝(지재충량익성조) 충성스런 장수가 왕조를 잘 보좌하는 데 달렸네.
* 부상(扶桑) : 당대에 영남도에 부상현(扶桑縣)이 이었음. 여기서는 널리 남해 일대를 가리킴. * 동주표(銅柱標): 후한 때 마원(馬援)이 월남 북부의 교지(交趾)를 정벌하고 한나라 남쪽 경계로 세운 표지.
* 분침(氛祲) : 재앙을 일으키는 요사스런 기운. 전란을 비유함. 당시 남조(南詔)와 토번이 결탁해 남쪽 변방이 불안하였음.
* 월상(越裳): 지금 베트남의 북부 지역. 당나라 초기에 월상현으로 편입되었다가 후에 남조(南詔)의 영역이 되었음. * 비취(翡翠) : 공물로 바치던 비취새 깃털을 가리킴.
* 남해(南海) : 지금 광동성의 바다와 인접한 지역을 가리킴. * 명주(明珠) : 공물로 바치던 진주를 가리킴.
* 대사마(大司馬) : 한대의 대사마는 당대의 태위(太尉)에 해당함. 태위(太尉), 사도(司徒), 사공(司空)을 삼공이라 하며 정일품에 해당함. 당시 반란을 제압한 공으로 중흥에 이바지한 곽자의와 이광필을 태위로 특진시켜 주었음.
* 총융(總戎) : 군사 지휘를 총괄하는 총병(總兵), 원수(元帥)를 가리킴. 시중초(侍中貂) : 시중은 황제를 곁에서 근신을 가리키며, 《한관의(漢冠儀)》에 의하면, 매미와 담비꼬리〔초미(貂尾)〕로 관을 장식하였음. 이 구절은 일반 장수와 절도사가 시중의 관함을 받은 것을 가리킴.
* 염풍삭설(炎風朔雪) : 남방의 뜨거운 바람과 북방의 눈. 남북을 가리킴.
* 충량(忠良) : 충신(忠臣)과 양장(良將). 여러 장수들을 지칭한 것임.
5
錦江春色逐人來(금강춘색축인래) 금강의 봄 기색은 사람을 뒤따라서 오건만
巫峽淸秋萬壑哀(무협청추만학애) 맑은 가을날의 무협은 온 산골 애처롭구나.
正憶往時嚴僕射(정억왕시엄복야) 지난 날 상서좌복야 엄무가 떠오르나니
共迎中使望鄕臺(공영중사망향대) 함께 망향대에서 중사를 맞이한 적 있었지.
主恩前後三持節(주은전후삼지절) 임금의 은혜로 전후 세 번을 부임했거늘
軍令分明數擧杯(군령분명삭거배) 군무를 밝게 처리하고 자주 술잔 들었네.
西蜀地形天下險(서촉지형천하험) 서촉의 지형은 천하에서도 험한 곳이니
安危須仗出羣材(안위수장출군재) 위기의 안정에 출중한 인재를 의지해야 하리.
* 금강(錦江) : 성도(成都)를 흘러가는 강물. 그를 빌려 성도를 지칭한 것임. * 축인래(逐人來) : 성도에 살 때의 좋은 추억이 떠오른다는 뜻.
* 무협(巫峽) : 장강 삼협(三峽) 가운데 하나. 사천성 경내에 있으며 당시 두보가 머물던 기주(夔州) 인근임.
* 엄복야(嚴僕射) : 엄무(嚴武)를 가리킴. 사후에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에 추봉되었음.
* 중사(中使) : 환관을 가기킴. 황제가 사사로이 부리는 사자. * 망향대(望鄕臺) : 성도성 북쪽에 있었음. 두보가 막부의 참모로 있을 때 엄무와 황제가 파견한 사자를 영접한 적이 있음.
* 지절(持節) : 부절(符節)을 지니다. 임금의 명을 받고 사자로 파견되어 임무를 처리함을 가리킴. 부절은 옛날 관원이 사자로 나갈 때 지녔던 신표(信標)의 일종. 엄무는 세 차례 촉땅에 부임해 다스렸다. 처음 어사중승(御史中丞)으로 면주자사(綿州刺史)로 나갔다 동천절도사(東川節度使)로 옮겨졌고, 다시 성도윤(成都尹) 겸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에 배수되었다. 그 뒤에 입조했다가 또 황문시랑(黃門侍郎)으로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에 임명되었다.
* 서촉(西蜀) : 지금 사천성인 촉땅을 가리킴. 서쪽에 있어서 이렇게 부름. 북으로는 검각(劍閣), 동으로는 무협(巫峽)이 있는 등 지형이 험준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