壯遊(장유) (五言古詩)
대종 대력 원년(766) 가을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이 해 두보는 55세가 되었다. 늙고 병들어 타향에서 사느라 지난날을 회상하거나 시절의 변화에 대한 감개를 노래한 시들이 적지 않게 지어졌다. 〈팔애시(八哀詩)〉, 〈석유(昔遊)〉, 〈견회(遣懷)〉와 같은 시가 그것인데, 이 시 역시 그 선상에 놓여 있다. 두보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시로 쓴 열전(列傳)을 남겨놓았다.
往者十四五(왕자십사오) 옛날 내 나이 열 네다섯 되었을 무렵
出遊翰墨場(출유한묵장) 나는 문단에 출입하면서 노닐었으니,
斯文崔魏徒(사문최위도) 문인 최상과 위계심 같은 이들은
以我似班揚(이아사반양) 나의 재능을 반고와 양웅 같다 여기었네.
七齡思卽壯(칠령사즉장) 일곱 살 때 구상이 웅장한 시를 지어
開口詠鳳凰(개구영봉황) 입을 열고서는 봉황을 노래했으며,
九齡書大字(구령서대자) 아홉 살 때는 붓 들어 커다란 글자를 썼고
有作成一囊(유작성일낭) 지어놓은 시문은 주머니를 가득 채워놓았지.
性豪業嗜酒(성호업기주) 성격 호탕했으며 술 마시길 즐겨하였고
嫉惡懷剛腸(질오회강장) 악을 증오하는 굳센 심장 품고 있었지.
脫略小時輩(탈략소시배) 동년배야 하찮게 여겨 마음에 두지 않았으며
結交皆老蒼(결교개로창) 교제를 맺은 이는 모두 노성한 분들이었고,
飮酣視八極(음감시팔극) 술 거나해지면 팔방의 세상 끝 바라봤으며
俗物多茫茫(속물다망망) 저속한 것 멀리해 눈에 두지도 아니하였네.
東下姑蘇臺(동하고소대) 동으로 내려가 유람해 고소대에 올랐으며
已具浮海航(이구부해항) 바다를 떠 갈 수 있는 큰 배도 준비했으나,
到今有遺恨(도금유유한) 아직까지도 유감으로 여기는 것은
不得窮扶桑(부득궁부상) 부상 끝까지 가보지 못한 것이라.
王謝風流遠(왕사풍류원) 동진의 풍류 인물 왕도 사안의 시대는 멀고
闔閭丘墓荒(합려구묘황) 춘추시대 오왕 합려의 무덤은 황량했거늘,
劍池石壁仄(검지석벽측) 합려의 전설 어린 검지에는 석벽이 기울었으며
長洲芰荷香(장주기하향) 그가 사냥하던 장주의 마름과 연은 향기로웠네.
嵯峨閶門北(차아창문북) 높다랗게 솟은 소주의 창문 북쪽으로는
淸廟映廻塘(청묘영회당) 청묘가 물 굽이진 못가에 비치나니,
每趨吳太伯(매추오태백) 매번 오태백의 사당을 찾아가 참배할 때면
撫事淚浪浪(무사루랑랑) 옛 일 떠올리며 눈물 주루룩 흘리고 말았네.
蒸魚聞匕首(증어문비수) 생선찜에서는 전저의 비수 냄새 풍기는 듯 싶었고
除道哂要章(제도신요장) 길 청소하면 허리에 인장 찬 매요신 비웃었으며,
枕戈憶勾踐(침과억구천) 창 베고 누우면 복수하려던 월왕 구천 떠올랐고
渡浙想秦皇(도절상진황) 절강 건너면 천하 순수하던 진시황이 떠올랐네.
越女天下白(월녀천하백) 월땅의 여인은 천하에 가장 살갗이 희었고
鑑湖五月涼(감호오월량) 감호는 오월인데도 서늘하기만 하였으며,
剡溪蘊秀異(섬계온수이) 섬계는 수려하고 기이한 풍광을 간직하여
欲罷不能忘(욕파불능망) 그만 생각하려 해도 잊혀지지 아니하누나.
歸帆拂天姥(귀범불천모) 타고 돌아오던 배는 천모산을 스쳐 지났으니
中歲貢舊鄕(중세공구향) 중년에 고향에서 향공으로 뽑혔기 때문이라네.
氣劘屈賈壘(기마굴가루) 나의 재기는 굴원과 가의의 보루를 갈아 없애고
目短曹劉牆(목단조유장) 내 눈은 조식과 유정의 담장을 내려깔고 봤지만,
忤下考功第(오하고공제) 고시관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낙제하고는
獨辭京尹堂(독사경윤당) 홀로 동경 낙양윤의 청사를 하직하게 되었네.
放蕩齊趙間(방탕제조간) 그런 후 제땅과 조땅 사이에서 맘껏 놀았으니
裘馬頗淸狂(구마빈청광) 갓옷 입고 말 타고 자못 얽매임 없이 행동하였지.
春歌叢臺上(춘가총대상) 봄이면 조나라 한단에 있던 총대 위에서 노래했으며
冬獵靑丘旁(동렵청구방) 겨울엔 제나라 임금 사냥하던 청구 곁에서 사냥했네.
呼鷹皁櫪林(호응조력림) 청구 일대의 조력 숲에서는 풀어논 매를 부르고
逐獸雲雪岡(축수운설강) 또 그 일대의 운설 언덕에서는 짐승을 추격했으니,
射飛曾縱鞚(사비증종공) 고삐를 놓은 채 말을 내달리며 나는 새를 쏘았고
引臂落鶖鶬(인비락추창) 팔을 당겨 활 쏘아 무수리 왜가리를 떨어뜨렸다.
蘇侯據鞍喜(소후거안희) 친구 소예는 즐거워 하며 안장에 앉아서는
忽如攜葛彊(홀여휴갈강) 산간이 갈강에게 하듯 문득 나를 이끌어 같이 놀았지.
快意八九年(쾌의팔구년) 이렇게 유쾌한 맘으로 팔구 년의 세월 흘려보내고
西歸到咸陽(서귀도함양) 다시 서쪽으로 돌아와 함양 땅에 이르렀는데,
許與必詞伯(허여필사백) 당시 사귄 이는 모두가 시단의 대가였으며
賞遊實賢王(상유실현왕) 알아주며 교유한 이는 실로 현왕이었다네.
曳裾置醴地(예거치례지) 목생이 초원왕에게 단술 접대 받듯 옷깃 끌며 자리 나아갔고
奏賦入明光(주부입명광) 현종 임금께 〈삼대례부〉 지어 올리고 광명전에 들어갔으니,
天子廢食召(천자폐식소) 임금은 수라상도 들지 않고 나를 궁으로 불러들이고
羣公會軒裳(군공회헌상) 고관은 수레 타고 화려한 옷 걸친 채 내 글 보려 모였네.
脫身無所愛(탈신무소애) 그러나 몸을 빼어내 벼슬에 나섬을 연연해 하지 않고
痛飮信行藏(통음신행장) 진탕 술 마시면서 될대로 되라고 진퇴를 맡겨뒀으니,
黑貂寧免敝(흑초령면폐) 곤궁한 세월에 담비 갓옷인들 어찌 아니 닳겠는가만
斑鬢兀稱觴(반빈올칭상) 머리 희끗해지도록 여전히 잔 들어 술을 마시었도다.
杜曲換耆舊(두곡만기구) 나 살던 장안 남쪽 두릉의 명망 있는 노인들 죽어
四郊多白楊(사교다백양) 사방 산야 무덤에 심어놓은 백양나무 많아졌는데,
坐深鄕黨敬(좌심향당경) 나는 깊숙한 윗자리에 앉아 향촌에서 존경 받게 됐으나
日覺死生忙(일각사생망) 날로 인생살이에 겨를이 없어짐을 느끼게 됐네.
朱門任傾奪(주문임경탈) 고관대작은 맘껏 밀쳐가며 남의 것을 빼앗다가
赤族迭罹殃(적족질리앙) 번갈아 가며 차례차례 멸족의 재앙을 받고 있구나.
國馬竭粟豆(국마갈속두) 나라에서 기르는 말들은 좁쌀과 콩을 먹어치우고
官雞輸稻粱(관계수도량) 관에서 키우는 싸움닭에게 벼와 기장 날라 먹였으니,
擧隅見煩費(거우견번비) 한 귀퉁이를 예로 들어도 낭비가 심한 줄 알 수 있거늘
引古惜興亡(인고석흥망) 옛일 가져다 증거 삼으며 나라의 흥망을 안타까워하였네.
河朔風塵起(하삭풍진기) 하북지역에서 안록산이 반란 일으켜 풍진이 일어나고
岷山行幸長(민산행행장) 사천 쪽의 민산으로 현종 임금이 멀리 거둥을 하니,
兩宮各警蹕(량궁각경필) 현종과 태자가 각기 삼엄한 경계 속에 출입하면서
萬里遙相望(만리요상망) 만 리 멀리 떨어진 채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네.
崆峒殺氣黑(공동살기흑) 공동산에는 회흘 구원병으로 꺼멓게 살기 감돌았고
少海旌旗黃(소해정기황) 태자는 황색의 깃발을 쓰는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禹功亦命子(우공역명자) 우임금이 그랬듯 현종 또한 태자에게 제위를 물려주어
涿鹿親戎行(탁록친융행) 황제가 탁록에서 치우를 치듯 친히 반군을 정벌하였네.
翠華擁吳岳(취화옹오악) 의장대의 비취색 깃발은 봉상의 오산을 덮어 쌌으며
螭虎噉豺狼(추호담시랑) 군대는 이무기 범처럼 승냥이 같은 반군 물어뜯을 기세였네.
爪牙一不中(조아일부중) 그러나 중신 방관이 적을 일격에 섬멸하지 못하였기에
胡兵更陸梁(호병갱륙량) 오랑캐 반란군들은 다시금 난폭하게 날뛰게 되었네.
大軍載草草(대군재초초) 곽자의의 대군도 거듭해 신중하지 못하다 패배 당하니
凋瘵滿膏肓(조채만고황) 나라와 백성 피폐하다 못해 깊은 병 들어찼다네.
備員竊補袞(비원절보곤) 나는 관원의 자리에 채워져 임금을 보좌하고 있으면서
憂憤心飛揚(우분심비양) 나라와 백성 생각하다 울분으로 가슴 북받쳐 올랐다네.
上感九廟焚(상감구묘분) 위로는 종묘사직이 병화에 불 타 비분강개하였으며
下憫萬民瘡(하민만민창) 아래로는 온 백성들이 상처입고 병들어 번민하였다.
斯時伏靑蒲(사시복청포) 그 때 사단이 침전에 엎드려 간언하듯 나 또한 그리하여
廷諍守御牀(정쟁수어상) 어좌 앞에 무릎 꿇고 지키며 직언으로 간쟁했으니,
君辱敢愛死(군욕감애사) 임금이 치욕을 당했는데 어찌 감히 목숨을 아끼겠는가?
赫怒幸無傷(혁로행무상) 크게 노여움을 샀지만 다행히 몸이 상하진 않았다네.
聖哲體仁恕(성철체인서) 임금이 인자하심과 용서하는 마음을 몸소 실천하여
宇縣復小康(우현부소강) 천하가 다시 조금 편안한 상태가 되었기에,
哭廟灰燼中(곡묘회신중) 잿더미가 된 종묘에서 통곡하며 조문을 했고
鼻酸朝未央(비산조미앙) 콧날 시큰해져 미앙궁에서 조회를 할 수 있었다네.
小臣議論絶(소신의론절) 그러나 나 두보는 좌천되어 국사를 의론할 길 끊겼고
老病客殊方(로병객수방) 늙고 병들어 타향을 떠돌며 나그네살이 하게 되었다.
鬱鬱苦不展(울울고부전) 오래도록 근심으로 답답한 회포를 풀지 못하니
羽翮困低昂(우핵곤저앙) 날갯죽지 다친 새처럼 위아래로 날아가기 어렵고,
秋風動哀壑(추풍동애학) 가을바람은 애처로운 산골짝에 불어오고 있으니
碧蕙捐微芳(벽혜연미방) 푸른 혜초처럼 은미한 향기마저 사라질 것 같구나 .
之推避賞從(지추피상종) 진나라 개자추는 고생하며 수행하고도 상 받지 못했고
漁父濯滄浪(어부탁창랑) 굴원이 만난 어부는 창랑의 물에 닦으라고 노래했거늘,
榮華敵勳業(영화적훈업) 영화를 누림이 공훈에 비해 지나치면 위태로우니
歲暮有嚴霜(세모유엄상) 세모에는 된서리 내리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리.
吾觀鴟夷子(오관치이자) 구천을 보좌해 공을 이루고 은둔한 범려를 보건대
才格出尋常(재격출심상) 재주와 인격이 평범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는데,
羣凶逆未定(군흉역미정) 흉악한 무리들의 반역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니
側佇英俊翔(측저영준상) 출중한 인물 나타나 날아오르길 몸 기울여 기다리네.
* 한묵장(翰墨場) : 붓을 들고 시문을 짓는 곳. 문단(文壇)을 비유함.
* 사문(斯文) : 문화(文化), 문인(文人), 유교 수양이 깊은 사람을 가리기도 함. * 최위(崔魏) : 두보의 선배에 해당하는 최상(崔尙)과 위계심(魏啓心). 최상은 무측천 때인 701년에 진사가 되었고, 위계심은 중종 때인 707년에 급제하였다.
* 반양(班揚) : 한나라 때의 사학가인 반고(班固)와 문학가인 양웅(揚雄).
* 고소대(姑蘇臺) : 옛터가 지금소주(蘇州) 고소산 위에 있다. 춘추시대 오왕 합려(闔閭)가 지었다고 전해짐.
* 부상(扶桑) : 전설 속 해가 뜨는 곳에 있는 나무 이름. 해 뜨는 곳을 가리키기도 함.
* 왕사(王謝): 동진(東晉)의 명망 높은 양대 사족(士族)인 왕씨와 사씨 집안. 왕도(王都)와 사안(謝安) 등이 문채와 풍류로 저명함.
* 합려(闔閭) : 춘추시대 오나라의 왕. 춘추오패의 한 명인 부차(夫差)의 부친. 그 묘가 소주의 호구(虎丘)에 있음.
* 검지(劍池) : 호구산(虎丘山) 위에 있으며, 오왕 염려가 검을 주조하던 곳으로 전해 옴.
* 장주(長洲) : 짐승을 키우고 수목을 기르던 원(苑)의 이름. 옛터가 지금 소주(蘇州) 남쪽에 있음.
* 창문(閶門) : 소주성(蘇州城)의 문 이름.
* 청묘(淸廟) : 옛날 제왕의 종묘. 여기서는 춘추시대 오나라의 개국 군주인 오태백(吳太伯)의 사당을 가리킴.
* 오태백(吳太伯) : 주나라 문왕(文王)의 큰 아버지. 왕위를 동생인 계력(季歷)에게 양보하고 오월(吳越) 땅으로 피하였다. 그 묘가 지금 강소성 무석시(無錫市)에 있다.
* 증어문비수(蒸魚聞匕首) : 합려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암살 사건을 읊은 것임. 《사기·자객열전》에 의하면, 오자서(伍子胥)는 공자(公子) 광(光)이 오왕 요(僚)를 죽이려는 것을 알고 전저(專諸)를 추천하였다. 공자 광이 왕을 자기 집에 초대했을 때 전저는 쪄낸 생선의 뱃속에 숨겨둔 비수로 오왕을 시해하였다. 이로써 공자 광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가 곧 합려이다.
* 제도신요장(除道哂要章) : 제도는 길을 청소한다는 뜻. 요장은 허리에 찬 관인의 인장(印章)을 가리키며, 要는 腰와 통해 쓴 것임. 이 구절은 한나라 때 주매신(朱買臣)의 고사를 언급한 것. 《한서·주매신전》에 의하면, 그는 회계(會稽 : 지금 소주 지역) 출신으로, 빈궁해 땔감을 하며 고학했으나 아내가 못 견뎌 이혼하게 되었다. 후에 상경했다 기회를 얻어 한무제의 인정을 받고 회계 태수에 임명됐는데, 평소 기거하던 장안 소재 회계군의 관사에 원래 입던 낡은 옷을 걸치고 가 은연중 관인과 인끈을 드러내었다. 이에 조정에 연말 회계 보고를 위해 상경해 있던 회계군의 아전들이 깜작 놀라 마당에 줄지어 영접하였다. 이후 회계에 부임하던 중 동원되어 길 청소하는 주민 가운데 전처와 그 남편을 발견하고 다른 수레에 태워 와 관사에 머물게 했는데, 한 달이 지나 전처는 수치심에 자살하고 말았다.
* 침과억구천(枕戈憶勾踐) : 침과는 무기를 베고 밤새 누워 있는 것을 뜻하며,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적할 태세를 갖춘다는 비유임. 월왕(越王) 구천이 오왕(吳王) 부차에게 복수하기 위해 밤낮 쓸개를 맛보며 복수심을 불태웠기에 이렇게 비유한 것임.
* 도절상진황(渡浙想秦皇) : 진시황이 순행에 나서 절강(浙江)을 건너 회계산에 오른 적이 있음.
* 월녀천하백(越女天下白) : 월(越)은 지금 절강성 소흥 일대. 미녀 서시(西施)가 월땅 출신이라 이렇게 표현한 것임.
* 감호(鑑湖) : 절강성 소흥시(紹興市) 남쪽의 호수. 일명 경호(鏡湖). 황제(黃帝)가 여기에서 거울을 주조했다는 전설이 있음.
* 섬계(剡溪) : 절강성 승주(嵊州)의 남쪽. 조아강(曹蛾江)의 상류.
* 천모(天姥) : 절강성 신창현(新昌縣) 동쪽 50리에 있는 산. 동으로 천태산(天台山)과 접해 있음.
* 중세공구향(中歲貢舊鄕) : 中歲는 중년과 같음. 貢은 공거(貢擧)의 뜻으로, 지방 고을에서 과거고시 참여자를 추천하는 것을 가리킴. 두보는 24세에 고향 공현(鞏縣)에서 추천을 받아 낙양의 진사시(進士試)에 참가하였다.
* 굴가(屈賈) : 춘추시대 초나라의 굴원(屈原)과 한나라의 가의(賈誼). 두 사람 다 저명한 사부(辭賦) 작가임.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의 문재(文才)를 무재(武才)에 비유해 높이 자부한 것임.
* 조유(曹劉) : 후한 말 건안(建安) 연간의 시인 조식(曺植)과 유정(劉楨).
* 오하고공제(忤下考功第) : 고시관의 의중에 맞지 않아 낙제했다는 뜻. 忤는 거스른다는 의미. 下는 떨어지다. 불합격을 의미함. 考功은 주시관인 고공원외랑(考功員外郞)의 줄임말. 第는 등제(登第), 곧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것.
* 경윤(京尹) : 경조윤(京兆尹). 경도(京都)의 사방 천리 안을 다스리는 지방 장관. 여기서는 동도(東都) 낙양의 지방 장관을 가리킴.
* 제조(齊趙) : 옛날 제나라와 조나라 지역. 지금 산동성, 하북성 남부, 하남성 남동부 일대.
* 총대(叢臺) : 전국시대 조나라 무령왕(武靈王) 때에 지어진 여러 누대 건축물. 지금 하북성 한단시(邯鄲市)에 있었음.
* 청구(靑丘) : 지금 산동성 광요현(廣饒縣) 부근에 있음. 춘추시대 제경공(齊景公)이 사냥하던 곳.
* 조력림(皁櫪林) : 청구(靑丘) 일대의 산림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됨.
* 운설강(雲雪岡) : 청구 일대의 산등성이를 지칭한 것으로 추정됨.
* 종공(縱鞚) : 말이 자유롭게 내달리도록 고삐를 느슨히 쥔 것을 의미함.
* 추창(鶖鶬) : 무수리와 왜가리. 여러 새들을 가리킴.
* 소후(蘇侯) : 두보의 친구 소예(蕭預)를 가리킴. 자는 원명(源明). 당시 서주(徐州)와 연주(兗州 일대를 여행하며 두보와 함께 사냥을 하였다. 侯는 사대부에 대한 존칭.
* 갈강(葛彊) : 진(晉)의 산간(山簡)이 총애하던 장수. 늘 산간과 함께 사냥하며 노닐었다. 이 구절은 소원명을 산간에, 두보 자신을 갈강에 비유한 것임.
* 팔구년(八九年) : 두보는 개원 24년(736)에 처음 제·조 땅을 다니며 여행하다 개원 29년(741)에 낙양에 돌아왔다. 이후 천보 3년(744)에 다시 제·조 땅에 노닐다 천보 5년(746)에 장안으로 들어갔다. 두 차례에 걸쳐 8, 9년을 제·조 땅에서 노닌 것이다.
* 함양(咸陽) : 진(秦)의 도성. 그를 빌려 장안(長安)을 가리킨 것임.
* 사백(詞伯) : 시로 일가를 이룬 사람을 가리킴. 여기서는 잠삼(岑參)과 정건(鄭虔) 같은 이를 지칭한 것임.
* 현왕(賢王) : 여양왕(汝陽王 이진(李璡)을 지칭한 것임.
* 예거치예지(曳裾置醴地) : 두보 자신이 귀인들의 연회에 참석해 그들에게 중시되었음을 말한 것임. 曳裾는 옷자락을 끌며 걷는다는 뜻. 置醴는 단술을 가져다 차려놓는다는 뜻. 《한서·초원왕전》에 의하면, 초원왕은 주연을 할 때 술을 못하는 목생(穆生)을 위해 따로 단술을 준비해 예우하였다.
* 주부입명광(奏賦入明光) : 奏賦는 부를 바친다는 뜻. 두보는 천보 10년(751)에 벼슬을 얻기 위해 삼대례부(三大禮賦)를 지어 바친 적이 있음. 明光은 한나라 궁전 이름으로, 그를 빌려 당나라 궁전을 가리킨 것임.
* 헌상(軒裳) : 고관의 높다란 수레와 화려한 의상. 이 구절은 두보가 〈삼대례부〉를 바친 후 현종이 기특히 여겨 재상들에게 문장을 시험해보게 한 것을 가리킴.
* 탈신무소애(脫身無所愛) : 두보는 〈삼대례부〉를 바친 후 대제집현원(待制集賢院)에, 천보 14년(755)에는 하서위(河西尉)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 흑초(黑貂) : 검은 담비의 모피로 만든 옷. 전국시대 소진(蘇奏)이 진(秦)에 가서 벼슬을 구할 때, 담비 갓옷이 다 헤지도록 벼슬을 얻지 못한 고사가 있음. 여기서는 두보가 자기의 생활의 곤란을 그에 비유한 것임.
* 두곡(杜曲) : 두씨(杜氏)의 세거지로 장안성 남쪽에 있음. 곧 두보의 고향인 두릉(杜陵)을 가리킴. * 환기구(換耆舊) : 노인이 죽고 난 뒤 다른 사람들이 또 노인이 된다는 뜻.
* 백양(白楊) : 옛날에 무덤가에 백양나무를 많이 심었음.
* 향당(鄕黨) : 향리(鄕里)와 같음.
* 주문(朱門) : 고관대작을 가리킴.
* 적족(赤族) : 멸족(滅族)과 같음. 일족이 붉은 피를 흘리며 주살 당한다는 뜻임.
* 국마(國馬) : 현종이 특별히 의장용이나 곡예용으로 사육하던 말을 가리킨 것임.
* 관계(官雞) : 현종이 투계를 좋아해 키우던 싸움닭을 가리킴. 두 궁궐 사이에 사육장을 설치하고 500명의 일꾼을 두었다고 함.
* 하삭(河朔) : 하북(河北)과 같음. 755년 11월 안록산이 하북 땅의 범양(范陽)에서 반란을 일으켰음.
* 민산행행장(岷山行幸長) : 岷山은 감숙성과 사천성 경계 지역에 있는 산. 여기서는 사천을 가리킴. 行幸은 임금의 행차를 높여 부른 말. 여기서는 촉땅으로 피난간 것을 가리킴.
* 양궁각경필(兩宮各警蹕) : 양궁은 현종과 숙종 부자를 가리킴. 警蹕은 임금이 거둥할 때 계엄을 하고 행인의 통행을 금지시키는 것. 현종은 천보 15년 7월12이에 장안을 떠나 몽진했고, 태자 이형(李亨)은 13일에 영무에서 즉위하여 숙종이 되었다.
* 만리(萬里) : 현종은 지금의 사천성 성도에, 숙종은 지금 영하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의 영무(靈武)에 떨어져 있었음.
* 공동(崆峒) : 산 이름. 감숙성 평량현(平涼縣) 서쪽에 있음. 숙종이 즉위한 영무와 멀지 않음. * 살기흑(殺氣黑) : 숙종이 평량현에서 회흘의 구원군을 거두어 반군 토벌에 나선 것을 의미함.
* 소해(少海) : 태자를 가리킴. 옛날에 황제를 대해(大海), 태자를 소해에 비유하였음. * 정기황(旌旗黃) : 태자였던 숙종이 황위에 올라 천자의 의장을 사용한 것을 가리킴. 천자만 황색의 깃발을 쓸 수 있었음.
* 우공역명자(禹功亦命子) : 하나라 우임금이 제위를 그 아들 계(啓)에게 물려 준 것을 가리킴. 禹功은 우임금의 공업(功業). 命子는 자식에게 전한다는 뜻. 이 구절은 우임금처럼 현종이 아들에게 양위한 것을 가리킴.
* 탁록(涿鹿) : 산 이름. 지금 하북성 탁록현 동남쪽에 있음. 황제와 치우가 탁록의 들판에서 싸웠다고 전해짐. 이 구절은 숙종이 친해 안사 반군의 정벌에 나선 것을 비유한 것임.
* 취화(翠華) : 비취새의 깃털로 장식한 천자의 깃발. 천자의 의장(儀仗)을 가리킴 * 오악(吳岳) : 오산(吳山). 봉상(鳳翔) 부근에 있음. 이 구절은 숙종이 영무(靈武)에서 봉상으로 옮겨 주둔한 것을 가리킴.
* 이호(螭虎) : 당나라 관군을 가리킴. * 시랑(豺狼) : 안록산 반군을 가리킴.
* 조아(爪牙) :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장군을 비유하며, 여기서는 방관(房琯)을 가리킴. 숙종이 방관의 지휘 하에 장안을 수복하게 했으나 진도사(陳濤斜)에서 안수충(安守)에게 패하였음.
* 호병(胡兵) : 안록산 반군을 가리킴. * 육량(陸梁) : 난폭하게 군다는 뜻.
* 재(載) : 재(再)와 통함. 다시. * 초초(草草) : 거칠고 경솔하다. 이 구절은 재차 곽자의(郭子儀)가 청거(靑渠)에서 패한 것을 가리킴.
* 조채(凋瘵) : 기력이 쇠하여 병을 앓다. * 고황(膏肓) : 고칠 수 없는 깊은 병.
* 비원(備員) : 관원의 자리에 충당됐다는 뜻. * 보곤(補袞) : 임금이 과실을 보좌한다는 뜻. 袞은 곤룡포(袞龍袍)로 임금을 상징.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숙종 지덕 2년에 간관(諫官)인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된 것을 가리킴.
* 구묘분(九廟焚) : 조정이 위태로웠다는 뜻. 구묘는 황제의 종묘(宗廟)를 가리키며, 왕조와 조정을 상징함.
* 복청포(伏靑蒲) : 한나라 때 사단(史丹)이 원제(元帝)의 침실에 깔린 청포 위에 엎드려 울면서 직언을 올린 고사가 있음.
* 정쟁(廷諍) : 조정에서 간쟁하다. 이 구절은 지덕 2년(757) 숙종이 방관(房琯)을 재상의 자리에서 파직시킬 때 간한 일을 언급한 것임.
* 혁로(赫怒) : 방관을 구원하기 위해 간쟁하느라 죄를 얻어 하옥된 일을 가리킴. 두보는 좌천된 방관을 구원하려 간쟁하다가 숙종의 대노를 불러일으켜 신문을 당하고 처벌될 뻔 했으나 재상 장호영(張鎬營)의 도움으로 면죄되었다.
* 성철(聖哲) : 임금을 미화해 일컫는 말. 여기서는 숙종을 가리킴.
* 우현(宇縣) : 이 구절은 757년 장안과 낙양이 잇달아 수복되어 나라가 잠시 태평해진 것을 가리킴. 宇縣은 천하와 같은 뜻.
* 곡묘(哭廟) : 장안과 낙양이 수복된 뒤 조정이 봉상(鳳翔)에서 귀환하여 종묘에 제사한 것을 가리킴.
* 미앙(未央) : 미앙궁. 한나라 때 궁전 이름. 그를 빌려 당나라 궁전을 가리킨 것임. 이 구절은 숙종이 장안에 돌아오고 두보 또한 부주(鄜州)에서 가족을 만나고 돌아와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을 언급한 것이다.
* 의론절(議論絶) : 758년 5월에 방관이 좌천되어 6월에 분주자사로 나갔으며, 두보는 좌습유(左拾遺)에서 파직되어 화주사공참군(華州司空參軍)으로 좌천되어 더 이상 국사를 의론할 수 없게 되었다.
* 객수방(客殊方) : 759년 7월에 두보는 화주(華州)에서 벼슬을 버린 이후 진주(秦州)를 거쳐 촉땅으로 들어간 이래 줄곧 타향살이를 하였다.
* 벽혜(碧蕙) : 혜란(蕙蘭)의 일종. 군자를 비유하며, 여기서는 두보 자신을 그에 빗댄 것임.
* 지추(之推) : 개지추(介之推)를 가리킴. 높여 불러 개자(介子)라고도 함. 춘추시대 진(晉)의 충신으로, 망명한 진문공(晉文公)을 따라 타국에서 19년을 방랑했으나 진문공이 즉위한 후 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보상을 바라는 것을 구차히 여겨 어머니와 면산(綿山)에 은거하였다. 여기서는 두보 자신을 개지추에 비유한 것임.
* 어부(漁父) : 굴원의 〈漁父〉에 묘사된 은자를 가리킴. 그가 부르는 노래에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닦을 수 있고, 창랑의 물이 탁하거든 내 발을 씻을 수 있다.”는 구절이 있음. 여기서는 두보 자신을 어부에 비유한 것임.
* 엄상(嚴霜) : 차갑게 내리는 서리. 위기를 비유함.
* 치이자(鴟夷子) : 춘추시대 월나라의 대부 범려(范蠡)를 가리킴. 월왕 구천(句踐)을 보좌해 오나라를 멸망시켰으나 구천과는 환난은 같이 해도 안락을 함께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벼슬을 버리고 오호(五湖)로 달아났으며, 후에 제나라에 가서는 ‘치이자피(鴟夷子皮)로 자호하였다.
* 군흉(羣凶) : 조정에 순응하지 않는 번진(藩鎭)의 무장군벌 세력을 가리킴.
* 측저(側佇) : 몸을 기울여 바라보며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