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江邊閣(숙강변각) 강변의 초각에서 묵다(五言律詩)
대종 대력 원년(766) 봄,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당시 두보는 구당협 어귀의 강변 초각(草閣)에 거주하였다. 초각(草閣)이 곧 서각(西閣)이라는 설도 있다. 나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 심정을 표현하였다.
暝色延山徑(명색연산경) 어스름 황혼은 산길에 번져오고
高齋次水門(고재차수문) 높다란 초각은 강어귀에 자리했네.
薄雲巖際宿(박운암제숙) 옅은 구름은 바윗가에 잠 들며
孤月浪中翻(고월낭중번) 외로운 달은 물결 속 번드치네.
鸛鶴追飛靜(관학추비정) 황새 두루미 고요히 줄지어 나나
豺狼得食喧(시랑득식훤) 승냥이 이리 먹이 잡고 소란스럽네.
不眠憂戰伐(불면우전벌) 전란을 근심하다 잠 못 이루나
無力正乾坤(무력정건곤) 나라를 바로잡을 힘이 없구나.
* 명색(暝色) : 해가 저물녘의 어스름한 기색.
* 고재(高齋) : 강가 높은 곳에 있는 초각을 가리킴. * 수문(水門) : 구당협 어귀를 가리킴. 문처럼 양쪽 절벽이 서있는 사이로 강물이 흐르기에 이렇게 말한 것임.
* 관학(鸛鶴) : 군사를 비유함.
* 시랑(豺狼) : 도적을 비유함. 당시 촉땅에 최간(崔旰)의 난이 있었음.
* 건곤(乾坤) : 하늘과 땅. 나라를 가리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