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八首(추흥, 8수) 가을날의 감흥(七言律詩)
대종 대력 원년(766) 가을, 기주(夔州)에 머물러 살 때 지은 시. 1년 전 4월, 두보의 생활을 후원해주던 엄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두보는 성도에서 계속 살기가 곤란해진데다 촉땅에 난리까지 터져 성도를 떠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에 5월에 가족과 배를 타고 장강을 따라 동으로 내려왔는데 건강이 나빠져 운안(雲安)에서 머물다 이듬해 봄에는 기주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다시 금방 떠나지 못한 채 가을을 맞은 것이다.
1 * 기주에서 가을을 맞는 객수를 노래한 시
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 흰 이슬에 단풍나무 숲 시들어가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 무산 무협의 기운은 소슬도 하다.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 강 사이 파도는 하늘 닿을 듯 솟구치며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 관새의 풍운은 땅에 닿은 채 어둑하구나.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 두 번 피어난 국화 떨기는 지난날 눈물이요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 한결같이 묶여있는 배는 고향의 마음일세.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 곳곳에서 겨울옷 짓느라 마름질 서두르니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급모침) 백제성 높은 곳에 저녁 다듬이 소리 급하네.
* 무산(巫山) : 지금 사천성 중경시 무산현(巫山縣) 일대의 산. 주봉이 중경시 봉절현 경내에 있음. * 무협(巫峽) : 장강 삼협의 두 번째 협곡. 지금 중경시 무산현에서 파동현(巴東縣) 유역까지 46킬로미터에 달한다.
* 강간(江間) : 무협을 가리킴.
* 새상(塞上) : 무산을 가리킴.
* 양개(兩開) : 1년 전인 영태(永泰) 원년(765) 5월에 성도를 떠났다가 병으로 운안에서 몇 개월을 보내며 가을을 맞았고, 또 1년이 지나 기주에서 다시 가을을 맞은 것임.
* 도척(刀尺) : 옷을 짓는 데 사용하는 가위와 자.
* 백제성(白帝城) : 옛 터가 지금 사천성 봉절현 동쪽 백제산 위에 있음. 여기서는 그것을 빌려 기주를 가리킨 것임.
2 * 기주를 벗어나 장안으로 복귀하고 싶은 염원을 노래한 시
蘷府孤城落日斜(기부고성낙일사) 기주 외로운 성에 석양이 기울고 나면
每依北斗望京華(매의북두망경화) 매양 북두성 의지해 서울 쪽 바라보노라.
聽猿實下三聲淚(청원실하삼성루) 세번 원숭이 울음 들으니 정말 눈물 나거늘
奉使虛隨八月槎(봉사허수팔월사) 팔월 봉명사신의 뗏목을 헛되이 뒤따랐구나.
畫省香爐違伏枕(화성향로위복침) 상서성 향로 곁 입직하긴 와병으로 글렀고
山樓粉堞隱悲笳(산루분첩은비가) 산성 누대 흰 성가퀴엔 젓대소리 애잔하다.
請看石上藤蘿月(청간석상등라월) 보시오, 바위 위의 등라에 내리던 달빛
已映洲前蘆荻花(이영주전노적화) 이미 모래섬 앞 갈대꽃을 비추고 있소.
* 기부(蘷府) : 기주(夔州)의 별칭. 정관 14년(640) 기주에 도독부(都督府)를 설치하였음.
* 북두(北斗) : 북두성. 기주의 정북쪽에 장안이 위치해 있음. * 경화(京華) : 장안을 가리킴.
* 청원실하삼상루(聽猿實下三聲淚) : ‘聽猿三聲實下淚’의 도치. 《水經注·江水》의 삼협에 관한 기술에 “그런 까닭에 어부들이 노래하길, ‘파동 삼협에 무협이 길기도 한데, 원숭이 울음소리 세 번에 눈물이 치마를 적신다.’고 한다.”(巴東三峽巫峽長, 猿鳴三聲淚霑裳)는 내용이 있음.
* 봉사허수팔월사(奉使虛隨八月槎) : 《博物志》에 실린 전설에 의하면,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매년 8월에 뗏목을 타고 은하에 다녀왔다고 함. 또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한무제가 장건(張騫)을 대하(大夏)에 사자로 보내 황하의 근원을 찾게 했는데, 뗏목을 타고 달포가 지나 은하에 도착했다고 함. 한편 ‘봉사(奉使)’는 봉명출사(奉命出使)의 뜻으로, 당시 검남절도사에 임명되었던 엄무(嚴武)를 장건에 비유한 것. 아울러 장건이 뗏목을 타고 도착했다는 은하는 엄무의 조정 귀환을 비유한 것임.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검교상서공부원외랑(檢校尙書工部員外郞)’이라는 조정의 직함을 받고 엄무의 참모로 임명되었으므로 엄무가 귀환할 때 함께 조정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엄무의 급사로 허망하게 기대가 무너진 것을 표현한 것이다.
* 화성향로위복침(畫省香爐違伏枕) : 몸이 병들어 화성에서 근무하려는 희망이 어그러졌음을 말한 것임. 화성(畵省)은 상서성(尙書省)의 별칭으로는, 두보는 당시 명의상으로 상서성에 속한 검교공부원외랑이었음. 향로(香爐)는 상서성에서 입직할 때 제공되던 물품.
* 산루(山樓) : 백제성루(白帝城樓)를 가리킴.
3 * 객지인 기주에서 궁색한 처지로 보내는 자신을 돌아본 시
千家山郭靜朝暉(천가산곽정조휘) 산간의 온 집들 아침 햇살 속에 고요하고
日日江樓坐翠微(일일강루좌취미) 강가의 다락집 매일 푸른 산색에 싸여있네.
信宿漁人還泛泛(신숙어인환범범) 어부는 이틀 밤 머물며 아직도 배를 띄웠고
淸秋燕子故飛飛(청추연자고비비) 제비는 맑은 가을날 여전히 날아다니네.
匡衡抗疏功名薄(광형항소공명박) 광형처럼 항의 상소하다 공명은 희박해졌고
劉向傳經心事違(유향전경심사위) 유향처럼 경학 전수하는 건 기대에 틀어졌네.
同學少年多不賤(동학소년다불천) 동학한 소년은 대부분 존귀한 신분이 되어
五陵衣馬自輕肥(오릉의마자경비) 오릉에서 좋은 옷에 살찐 말 타고 다니네.
* 강루(江樓) : 강에 임해 있는 다락집. 두보가 거처하던 서각(西閣)을 가리킴.
* 신숙(信宿) : 이틀 밤을 머문다는 뜻.
*) 광형(匡衡) : 서한의 경학가. 원제(元帝) 때 박사 급사중을 지냈으며, 자주 상소해 정치 득실을 논하여 광록대부, 태자소부로 승진하였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전에 좌습유(左拾遺)로 있으며 방관(房琯)을 구원하느라 상소를 올렸다 광형과는 반대로 좌천된 사실을 말한 것임.
* 유향(劉向) : 서한의 경학가. 선제(宣帝) 때 명을 받고 육경(六經)을 전수하였고, 성제 즉위 후에는 오경과 궁중의 도서를 교정하였다. 또한 편저서로 《설원(說苑)》, 《열녀전(烈女傳)》, 《전국책(戰國策)》 등을 남겼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유업(儒業)을 일삼던 집안 출신이라 유향에 비긴 것으로, 자신은 그런 학식이 있더라도 성공할 기회가 없으리란 점을 말한 거임.
* 오릉(五陵) : 장안과 함양 사이에 있는 한나라 다섯 황제의 능묘. 한나라 때부터 고관과 부자들이 인근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해 부촌을 이루었음.
4 * 난리를 겪은 장안의 변화와 여전한 불안을 읊은 시
聞道長安似奕棋(문도장안사혁기) 듣건대 장안의 정세 바둑과 흡사하다니
百年世事不勝悲(백년세사불승비) 한 평생의 세상사에 슬픔 견딜 수 없네.
王侯第宅皆新主(왕후제택개신주) 왕후의 대저택은 모두 새주인 차지하였고
文武衣冠異昔時(문무의관이석시) 문무 관료도 이전과는 다르게 임명한다네.
直北關山金鼓震(직북관산금고진) 장안 정북쪽 관산에는 징소리 진동을 하고
征西車馬羽書馳(정서거마우서치) 서쪽 토번 치느라 병마는 긴급문서 전하네
魚龍寂寞秋江冷(어룡적막추강랭) 물고기와 용 잠잠하고 가을 강 차가웁거늘
故國平居有所思(고국평거유소사) 평소 살던 고향 장안 그리며 추억하노라.
* 혁기(奕棋) : 승부를 높고 다투는 바둑처럼 형세가 자주 번복되고 일정치 않음을 비유함.
* 왕후제택개신주(王侯第宅皆新主) : 정치적 혼란으로 신구 세력이 교체된 것을 비유함. 개국공신 이정(李靖)의 집이 간신 이임보(李林甫)에게 돌아가거나 중서령 마주(馬周)의 집이 괵국부인(虢國婦人)에게 귀속되는 등등의 사례가 있음.
* 문무의관이석시(文武衣冠異昔時) : 의관은 사대부 혹은 고관을 상징함. 숙종과 대종이 환관을 총애하며 조정이 문무 관리를 기용하는 법도가 문란해지고 한 것을 가리킴. 환관 이보국(李輔國)을 재상의 지위인 중서령(中書令)에 임명했으며, 환관 어조은(魚朝恩)을 원수(元帥)로 삼아 ‘천하관군용선위처치사(天下觀軍容宣慰處置使)’에 임명한 사례가 있음.
* 직북(直北) : 장안을 기준으로 정북 방향을 가리킴. 당시 회흘이 위협이 상존하였다. * 금고(金鼓) : 군에서 신호용으로 쓰는 징.
* 정서(征西) : 서쪽에서 침략한 토번을 대적해 정벌한다는 뜻. * 우서(羽書) : 긴급함을 표시하는 깃털을 삽입한 군대의 공문서.
* 어룡(魚龍) : 어류를 가리킴. 이 구절은 가을에 수온이 떨어져 물고기들이 깊은 곳으로 옮겨감을 의미함. 또한 두보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비유한 것이기도 함.
* 고국(故國) : 장안을 가리킴. 국(國)은 국도(國都)의 뜻.
5 * 장안 궁성과 임금의 조회를 상상하며 지은 시
蓬萊宮闕對南山(봉래궁궐대나만) 봉래궁은 종남산과 마주한 채 자리하였고
承露金莖霄漢間(승로금경소한간) 이슬 받던 동상은 하늘 높이 솟아있었지.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서쪽으로 요지 바라보니 서왕모 강림을 하고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동쪽에서 자색 기운 번져 함곡관에 그득하였네.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구름무늬 옮겨가듯 궁궐의 치미장선 열리우고
日繞龍鱗識聖顔(일요용린식성안) 아침 해 곤룡포에 비출 때 임금의 모습 뵈옵네.
一臥滄江驚歲晩(일와창강경세만) 푸른 강가 누웠다가 세월 깊어져 놀라고 마니
幾回靑瑣點朝班(기회청쇄점조반) 몇 번이나 청쇄문 들어가 조정 반열에 서보리!
* 봉래(蓬萊) :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 한나라 때 궁궐 이름으로, 당나라 대명궁(大明宮)의 별칭이기도 함. * 남산(南山) : 장안의 종남산(終南山)을 가리킴.
* 승로금경(承露金莖) : 이슬을 받아 모으는 대형 쟁반인 승로반(承露盤)을 떠받든 선인(仙人)의 동상을 가리킴. 한무제가 감로(甘露)를 마시면 장생한다는 도사의 말을 믿고 건장궁(建章宮) 서쪽에 선인승노대(仙人乘露臺)를 만들어 세웠음. * 소한(霄漢) : 높은 하늘과 은하.
* 왕모(王母) : 서왕모(西王母). 서쪽 곤륜산(崑崙山)의 요지(瑤池)에 거처한다는 전설 속의 신모(神母). 《한무고사(漢武故事)》에 의하면, 7월 7일에 청조(靑鳥)가 집현전에 날아와 동방삭(東方朔)에게 물었더니 서왕모가 방문하려 함이다고 하였다. 이윽고 서왕모가 두 마리 청조를 좌우에 거느리고 찾아왔다고 함.
* 함관(函關) : 《관윤내전(關尹內傳)》에 의하면, 함곡관(函谷關)의 관윤(關尹)이 동쪽을 보니 자색 기운이 서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에 성인(聖人)이 지나가나 짐작했는데 과연 노자(老子)가 청우(靑牛)를 타고 오고 있었다.
* 치미(雉尾) : 꿩의 깃털로 장식해 만든 장선(障扇). 본래 먼지를 막고 햇볕을 가리는 용도이며, 궁중에서 의장(儀仗)의 일종으로 사용되었음. 이 구절은 전에 현종이 초하루와 보름에 선정전에서 조회할 때 치미선(雉尾扇)을 활용해 엄숙하게 위의를 차린 것을 언급한 것임. 자리에 나아갈 때는 양쪽에서 치미선으로 앞을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좌정한 뒤에 치미선을 거둬들여 모습을 드러내었음.
* 용린(龍鱗) : 임금의 곤룡포에 수놓은 용무늬를 가리킴.
* 창강(滄江) : 무협(巫峽)의 푸른 강물을 가리킴.
* 청쇄(靑瑣) : 한나라 때 미앙궁(未央宮)의 문 이름. 청색에 연속된 꽃무늬 장식이 있어 생겨난 이름. 이후 궁문의 대칭으로 쓰임. * 점조반(點朝班) : 입조(入朝)한다는 의미임. 점은 점명(點名)의 뜻. 조반은 조정 반열의 뜻. 조회에 참석할 때 지위고하에 따라 이름을 불러 출석 여부를 확인하고 차례대로 입조함을 가리킴.
6 * 곡강의 부용원을 회상하며 지은 시
瞿唐峽口曲江頭(구당협구곡강두) 구당협 어귀와 장안의 곡강 물머리
萬里風煙接素秋(만리풍연접소추) 만리에 가을날 바람 안개 이어졌어라.
花萼夾城通御氣(화악협성통어기) 화악루의 협성 지나 임금 행차 통과했거늘
芙蓉小苑入邊愁(부용소원입변수) 노니시던 부용원에 변새의 근심 찾아들었네.
珠簾繡柱圍黃鵠(주렴수주위황곡) 행궁의 주렴과 화려한 기둥은 고니를 에웠으며
錦纜牙檣起白鷗(금람아장기백구) 비단밧줄 상아장식 돛대에 갈매기 날아올랐지.
回首可憐歌舞地(회수가련가무지) 가련하다, 가무 벌이던 그 땅을 회상하거늘
秦中自古帝王州(진중자고제왕주) 진중땅 장안은 예로부터 제왕의 고을이었다.
* 구당협(瞿唐峽) : 장강 삼협(三峽) 다운데 하나. 기주성의 동쪽. 서쪽의 사천성 봉절현(奉節縣) 백제성(白帝)城에서 동쪽으로 무산현(巫山縣) 대녕하구(大寧河口)까지 구간. * 곡강(曲江) : 곡강지(曲江池)라고도 함. 장안 남쪽의 명승지이자 행락처로 당나라와 성쇠를 같이 하였음.
* 화악(花萼) : 장안 남쪽 흥경궁(興慶宮)의 서남쪽 모서리에 있는 ‘화악상휘지루(花萼相輝之樓)’를 가리킴. 약칭 화악루. * 협성(夾城) : 당현종이 이목을 피해 곡강, 부용원(芙蓉苑)에 가 노닐기 위해 만든 통로. 대명궁에서부터 장안성 동쪽 성벽을 따라 협성을 쌓고 위 아래로 길이 난 복도를 만들었음. * 어기(御氣) : 임금의 기운.
* 부용소원(芙蓉小苑) : 부용원(芙蓉園)을 가리킴. 곡강의 서남쪽에 있음. * 변수(邊愁) : 변방에서 닥쳐온 근심. 안록산, 사사명의 반란을 가리킴.
* 가무지(歌舞地) : 당현종이 연회를 벌이던 곡강을 가리킴.
* 진중(秦中) : 관중(關中)과 같음. 섬서성 중부의 평원지역으로 옛날 진나라에 속했음. 여기서는 그로써 장안을 지칭한 것임.
7 * 곤명지에서 노닐 때를 회상하며 지은 시
昆明池水漢時功(곤명지수한시공) 곤명지 호수 만든 건 한나라 때 공적이거늘
武帝旌旗在眼中(무제정기재안중) 한무제의 깃발 눈앞에서 휘날리고 있는 듯.
織女機絲虛夜月(직녀기사허야월) 직녀의 석상 있어 그 베틀은 달밤을 헛되이 보내고
石鯨鱗甲動秋風(석경인갑동추풍) 고래의 석상 있어 그 비늘은 갈바람에 움직이는 듯.
波漂菰米沈雲黑(파표고미침운흑) 물결에 표동하던 고미는 검은 구름처럼 내려앉았고
露冷蓮房墜粉紅(노냉연방추분홍) 차가운 이슬에 연방에서는 분홍빛 꽃잎 떨어졌었지.
關塞極天唯鳥道(관새극천유조도) 기주의 산세는 관새처럼 드높아 새나 다닐 길 뿐이며
江湖滿地一漁翁(강호만지일어옹) 나의 신세 강호 곳곳 떠다니는 어부와 한가지로다.
* 곤명지(昆明池) : 장안 서남쪽 20리 지점에 있던 인공 호수. 《漢書 · 武帝紀》에 의하면 한무제 때인 기원전 120년에 조성되었다. 본래 운남성에 있던 전국(滇國)과 광동성 및 광서성 지역에 있던 남월(南越)을 정벌하기 위한 수군(水軍) 훈련장으로 만들어졌다. 주위는 40리 가량.
* 무제(武帝) : 한무제(漢武帝)가 높이 10여 장(丈)에 이르는 대형 함선을 만들어 곤명지에 띄우고 배 위에는 드높이 깃발을 세워 장관을 이루었다. 이 구절은 한무제를 빌려 당현종을 비유한 것으로, 현종이 남조(南詔)를 치기 위해 곤명지에 전선을 두고 수군을 훈련시킨 바 있음.
* 직녀(織女) : 곤명지에 있던 직녀 석상(石像). 《志怪》에 의하면, 곤명지 동쪽과 서쪽에 견우와 직녀 석상이 있어 서로 물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게 배치했다고 함. 이는 곤명지로써 은하를 상징한 것임.
* 석경(石鯨) : 곤명지 안에 있던 옥돌로 조각한 고래를 가리킴.
* 고미(菰米) : 줄풀. 물가에 자라는 벼과 식물의 일종. 가을에 쌀 모양의 열매를 맺어 식용함.
* 연방(蓮房) : 연꽃이 지고 열매가 들어차는 부위.
* 관새(關塞) : 관애와 요새. 여기서는 기주(夔州) 주변의 높은 산을 가리킴.
8 * 잠삼(岑參) 형제 등과 미피에 놀러갔을 때를 회상하며 지은 시
昆吾御宿自逶迤(곤오어숙자위이) 곤오 어숙 지나갈 때 길은 구불구불하였고
紫閣峯陰入渼陂(자미봉음입미피) 자각봉 그림자는 미피 수면에 비춰들었지.
香稻啄餘鸚鵡粒(향도탁여앵무립) 앵무새는 남은 향그런 벼의 낟알 쪼아 먹었고
碧梧棲老鳳凰枝(벽오서노봉황지) 봉황새는 늙은 벽오동 나뭇가지에 깃들어왔네.
佳人拾翠春相問(가인습취춘상문) 고운 여인 비취새 깃털 주워 봄날에 선사했으며
仙侶同舟晩更移(선려동주만갱이) 선인들과 뱃놀이하여 저문 뒤에도 이어갔다네.
綵筆昔曾干氣象(채필석증간기상) 전엔 오색 붓으로 하늘 닿을 글월 지어냈건만
白頭吟望苦低垂(백두음망고저수) 백발로 읊다 바라보곤 괴로워 고개 떨구고 마네.
* 곤오어숙(昆吾御宿) : 장안 남쪽의 두 지역. 종남산 산자락에 있으며 한나라 때 상림원(上林苑)에 속해 있던 곳. 장안에서 미피(渼陂)로 갈 때 반드시 지나게 되는 곳임.
* 자각봉(紫閣峯) : 종남산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 * 미피(渼陂) : 못의 이름. 종남산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 이뤄진 작은 호수.
* 습취춘상문(拾翠春相問) : 봄날 나와 노닐면서 색상이 예쁜 물총새의 깃털을 주워 남에게 호의의 표시로 준다는 뜻. 여유로운 생활의 단면을 비유한 것임. 問은 선사한다는 뜻.
* 선려(仙侶) : 함께 미피에서 놀던 잠삼(岑參) 형제 등의 벗을 가리킴. * 만갱이(晩更移) : 날 저문 뒤에도 더 시간을 끌며 밤까지 지속했다는 뜻.
* 채필(綵筆) : 오색의 붓. 문채(文彩)가 빛나는 탁월한 문필(文筆)을 비유함. 《南史·江淹傳》에 의하면, 강엄이 꿈에 곽박(郭璞)을 만나 오색의 붓을 받은 뒤로 시재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함. * 간기상(干氣象) : 두보 자신의 굳센 필력이 위로 하늘에 닿을 듯 했다는 뜻. 干은 닿다, 부딪치다. 접촉하다. 氣象은 하늘의 대기 현상을 일컫는 말로, 곧 하늘을 비유한 것임. 이 구절은 전에 자신의 글을 황제가 알아주었다고 자부하며 한 말임.
* 음망(吟望) : 시를 읊으며 멀리 장안 땅을 향해 바라본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