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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懷古跡, 五首(영회고적, 5수) (七言律詩)

by 오대산인

詠懷古跡, 五首(영회고적, 5수) (七言律詩)


대종 대력 원년(766) 두보가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은 것. 옛사람의 자취를 빌려 자기의 회포를 풀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1 * 유신(庾信)의 경우를 가져다 말년에 타향을 떠도는 자신의 처지와 시국에 대한 감개, 향수의 정을 노래했다.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북풍진제) 동북쪽 반란 일어난 시절부터 떠돌다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서남쪽 천지 사이를 표랑하고 있구나.

三峽樓臺淹日月(삼협누대엄일월) 삼협의 다락집에서 세월을 지체하면서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오계 사람들과 구름 산을 공유하였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안녹산은 임금 섬김에 끝내 무뢰하였고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시인은 시절을 애통해하며 못 돌아가네.

庾信生平最蕭瑟(유신생평최소슬) 유신의 일생은 가장 쓸쓸하긴 했으나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늘그막 지은 시부는 산천을 진동시켰지.


* 지리(支離) : 유리(遊離), 유랑(流浪)의 뜻. * 동북(東北) : 안록산 사사명 반군의 근거지를 가리킴. * 풍진(風塵) : 전란을 비유함.

* 서남(西南) : 두보가 성도(成都)로 들어온 이래 현재 머물고 있는 기주(夔州)를 다 아울러 말한 것임.

* 삼협(三峽) : 장강의 세 협곡인 구당협, 무협, 서릉협. 여기서는 그 가운데 무협과 가까운 기주 일대를 가리킴. * 누대(樓臺) : 두보가 머물러 사는 서각(西閣)을 가리킴. 기주 지역에는 비탈진 산등성이에 층층이 지어진 주택이 많았음.

* 오계(五溪) : 웅계(雄溪), 만계(樠溪), 유계(酉溪, 원계(沅溪, 진계(辰溪)의 다섯 시내. 호남성과 귀주성 경계지역에 해당하며 기주와 더불어 서남쪽의 궁벽한 지역임. * 의복(衣服) : 《後漢書·南蠻傳》에 의하면, “무릉의 오계 만족은 오색의 옷을 즐겨 입는다.”(武陵五溪蠻, 好五彩衣服.) * 공운산(共雲山) : 높은 산에 있는 집에 오계족과 함께 거처한다는 뜻.

* 갈호(羯胡) : 안록산을 가리킴. 중앙아시아 월지(月支)족의 한 갈래로 안록산의 부친이 그 출신임. * 종무뢰(終無賴) : 안록산이 현종의 은혜를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을 가리킴. 또한 북위(北魏) 출신으로 양(梁)에 투항했다가 배반한 후경(侯景)을 비유한 것이기도 함. 이 시에서 두보는 자신의 처지를 유신(庾信)에 대비시켰는데, 안록산의 경우는 후경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 사객(詞客) : 두보 자신과 아울러 유신을 지칭한 것임. 유신 또한 고국을 떠났다 귀환하지 못하였음.

* 유신(庾信) : 자는 자산(子山). 남조 양(梁) 출신의 시인으로 서위(西魏)에 사신으로 갔다 억류되어 벼슬살이를 했으며, 이후 북주(北周)에서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의 지위에 올랐다. 청신한 풍격의 오언시로 명성이 있다.

* 모년시부(暮年詩賦) : 유신이 말년에 지은 〈애강남부(哀江南賦〉 등을 가리킴. 전에 양나라에서 벼슬할 때는 궁정시인으로 시문의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나 말년에는 풍격이 크게 변해 특히 고향을 그리며 지은 글은 굳세면서 비장한 면모를 띠었음. * 동강관(江關) : 유신의 글이 고국에 전해져 산천이 진동할 만큼 영향이 컸다는 뜻.



2 * 송옥의 고택 유적을 통해 송옥을 회상하며, 그의 문채와 풍류를 떠올린 것.


搖落深知宋玉悲(요락심지송옥비) 지는 낙엽에 송옥의 비애 깊이 알게 되거늘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그 풍류와 유아함은 역시 나의 스승이라네.

悵望千秋一灑淚(창망천추일쇄루) 구슬피 천년 돌아보며 한번 눈물 뿌리나니

蕭條異代不同時(소조이대부동시) 쓸쓸한 처지야 시대 달라도 한 시대가 아닐까!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택공문조) 강산의 고택과 속절없이 시문은 남아 전하는데

雲雨荒臺豈夢思(운우황대기몽사) 황폐한 양대의 구름 비가 어찌 꿈속 그리움이리!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 초나라의 궁이야 모두 다 없어진 것 같으니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뱃사람이 가리켰던 곳 지금도 의심이 가네.


* 송옥(宋玉) : 전국시대 초나라 경양왕(頃襄王)의 근신. 굴원 이후의 걸출한 사부(辭賦) 작가로서, 〈구변(九辯)〉에서 가을날 초목이 시드는 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였다. 그 가운데 “서글프도다! 가을날의 기운이여. 소슬하니 초목은 낙엽이 지고 쇠하여 지네.”(悲哉! 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邊衰)라는 구절이 있음.

* 풍류(風流) : 청고한 인품을 말한 것임. * 유아(儒雅) : 문학의 품격을 말한 것임.

* 부동시(不同時) : 이 구절은 반어적 표현을 쓴 것으로, 실질적인 의미는 ‘동시(同時)’와 같음. 송옥과 두보 자신이 시대의 간격이 있지만 똑 같이 영락한 처지이므로 같은 시대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 담겼음.

* 고택(故宅) : 송옥의 고택은 귀주(歸州 : 호북성 자귀현)와 강릉(호북성 강릉현)에 있다고 전하며, 여기서는 삼협(三峽) 사이의 귀주에 있는 고택을 가리킴. * 문조(文藻) : 글의 아름다운 문채를 가리킴.

* 운우(雲雨) : 풍경과 고사를 아울러 표현한 것임. 송옥의 〈고당부(高唐賦)〉: “옛날 선왕이 고당에 노닐었는데 꿈에 한 부인을 만났더니, 말하길 ‘저는 무산의 신녀입니다.’하였다. 왕이 그녀와 사랑을 나눴는데, 가면서 말하길, ‘저는 무산의 남쪽 험준한 벼랑에 있습니다. 아침이면 구름으로 날고 저녁이면 스치는 빗방울로 머뭅니다. 아침 저녁마다 양대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하였다. 과연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 말과 같았다. 그래서 그곳에 묘당을 짓고 이름을 조운이라고 하였다.(昔者先王(懷王)嘗遊高唐,夢見一婦人,曰:妾巫山之女也。王因幸之。去而辭曰:妾在巫山之陽,高丘之岨,旦爲朝雲,暮爲行雨,朝朝暮暮,陽臺之下。旦朝視之,如言。故爲立廟,號曰朝雲。) 이로부터 남녀간의 사랑을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 부름. * 황대(荒臺) : 세월이 흘러 황폐해진 양대(陽臺)를 가리킴. 지금 사천성 무산현(巫山縣)에 양대산에 있음. * 기몽사(豈夢思) : 어찌 꿈속의 그리움을 이야기한 것이겠는가?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풍유적인 의미가 있다는 뜻.

* 최시(最是) : 흡사, 확실히. * 초궁(楚宮) : 옛날 초나라 왕실 관련된 유적 건물을 가리킴.



3 * 소군촌(昭君村)의 고적지에서 왕소군(王昭君)을 생각하며 지은 것.


羣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뭇 산과 온 골짝 형문으로 달려가고

生長明妃尙有村(생장명비상유촌) 명비 자라난 마을 여전히 남아있구나.

一去紫臺連朔漠(일거자대연삭막) 궁궐을 한번 떠나가 흉노와 결혼했거늘

獨留靑塚向黃昏(독류청총향황혼) 푸른 무덤 홀로 남아 황혼을 향하였구나.

畫圖省識春風面(화도생식춘풍면) 봄바람 같은 얼굴을 그림으로 알 길 없으니

環珮空歸夜月魂(환패공귀야월혼) 달밤에 넋은 패옥 울리며 덧없이 돌아오네.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천년 지났어도 비파로 오랑캐의 가락을 타면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론) 곡 가운데 또렷이 원한을 하소연하고 있네.


* 형문(荊門) : 형문산. 호북성 의도현(宜都縣) 서북쪽 일대에 걸쳐 있다.

* 명비(明妃) : 한원제(漢元帝) 때의 궁녀로 흉노의 선우(單于)에게 시집간 왕소군(王昭君)의 묘를 가리킴. 왕소군의 이름은 장(嬙)이며, 서진(西晉) 사마소(司馬昭)의 휘를 피하려고 ‘소(昭)’를 명(明)으로 바꿔 불러 명군(明君) 혹은 명비(明妃)라고 불리게 되었다. * 촌(村) : 소군촌은 호북성 자귀현의 형문산 부근에 있다.

* 자대(紫臺) : 자궁(紫宮), 자금(紫禁)과 같다. 천자가 거처하는 황궁. * 연삭막(連朔漠) : 북방 사막지대에 거주하는 흉노와 통혼했다는 뜻. 連은 連婚, 聯婚의 의미임.

* 청총(靑塚) : 왕소군의 묘를 가리킴. 《太平寰宇記》에 의하면 무덤의 풀이 항상 푸르고 시들지 않아 청총으로 불려짐. 지금 내몽고 자치구 후허하오터시(呼和浩特市)에 있다.

* 화도(畫圖) : 《西京雜記》에 의하면, 원제는 평소 화공 모연수(毛延壽)가 그려놓은 초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눌 후궁을 선택하였다. 다른 궁녀는 모두 화공에게 뇌물을 주었지만 왕소군은 미모를 믿고 뇌물을 주지 않아 추하게 그려졌다. 후에 흉노가 입조해 미인을 요구할 때 원제는 그림을 보고 소군을 택하였다. 떠날 때가 되어 처음 왕소군의 미모가 드러났으나 변경할 수 없어 그냥 시집보내게 되었다. 이후 모연수는 저자에서 처형되었다. * 생식(省識) : 자세히 알지 못하다. * 춘풍면(春風面) : 왕소군의 미모를 비유한 것임.

* 환패(環佩) : 여성의 패물. 왕소군을 가리켜 말한 것임. * 공귀월야혼(空歸月夜魂) : 흉노에게 시집 가 죽은 뒤 넋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다는 뜻.

* 비파(琵琶) : 본래 서역의 현악기로 중국에 유입되었음. * 호어(胡語) : 호음(胡音)과 같음. 중국 북방 이민족의 악곡을 가리킴.

* 원한곡중론(怨恨曲中論) : 마음에 품었던 원한이 비파의 악곡 가운데에서 표출된다는 뜻. 왕소군이 흉노에게 시집간 뒤 원제를 원망하며 비파를 탔다는 전설이 있음.



4 * 백제성에 있던 행궁인 영안궁에서 세상을 뜬 유비와 그의 사당을 노래한 시


蜀主窺吳幸三峽(촉주규오행삼협) 촉주 유비는 오를 도모하려 삼협에 갔다가

崩年亦在永安宮(붕년역재영안궁) 세상 뜰 때까지 백제성의 영안궁에 머물렀네.

翠華想像空山裏(취화상상공산리) 빈산에 비취새 깃털 장식 의장 뵈는 듯하나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산야의 절에 궁전의 자취 남아 있지 않구나.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옛 사당 속 전나무에 학은 둥지 틀었으며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랍주촌옹) 세시에 맞춰 촌로들은 제사를 올리고 있네.

武侯祠屋長鄰近(무후사옥장인근) 제갈무후 사당은 영원히 그 곁에 자리했으니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한 몸인 임금 신하라 제사 예법도 한가지로다.


* 촉주(蜀主) : 촉한(蜀漢)의 선주(先主) 유비를 가리킴. * 규오(窺吳) : 동오(東吳)를 칠 기회를 엿보다. * 행(幸) : 거둥. 임금의 행차. * 삼협(三峽) : 장강의 세 협곡. 여기서는 기주(夔州)를 가리켜 말한 것임.

* 영안궁(永安宮) : 유비가 머물렀던 기주의 백제성(白帝城)의 행궁(行宮).

* 취화(翠華) : 제왕의 의장(儀仗)으로, 비취새의 깃털로 장식한 깃발.

* 옥전(玉殿) : 영안궁을 가리킴. 원주에 “전은 지금 와룡사가 되었으며, 사당은 궁의 동쪽에 있다.“(殿今爲臥龍寺, 廟在宮東.)고 되어 있음.

* 고묘(古廟) : 유비의 사당인 선주묘(先主廟)를 가리킴.

* 복랍(歲時伏臘) : 복은 음력 6월에 드리는 제사, 납은 음력 12월에 드리는 제사. * 주촌옹(走村翁) : 마을 노인이 찾아와 제사를 드린다는 뜻.

* 무후사묘(武侯祠廟) : 무향후(武鄕侯)에 봉해진 제갈량의 사당. * 인근(鄰近) : 무후사는 선주묘의 서쪽에 있다.

* 일체군신(一體君臣) : 임금을 머리, 신하를 사지에 비유해 군신일체라고 함.



5 * 제갈공명의 사당을 찾아 그의 높은 공적을 기린 시.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제갈량의 위대한 이름 우주에 드리웠고

宗臣遺像肅淸高(종신유상숙청고) 중신의 남은 형상 고결하여 공경스럽네.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책략을 다해 천하를 삼분해 할거하려 했거늘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영원히 하늘 높이 나는 난새 봉새와 같다.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막상막하의 자리에는 이윤과 여상이 있으며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약정실소조) 군국대사 처리에 소하와 조참은 실색하리라.

運移漢祚終難復(운이한조종난복) 한의 국운 옮겨가 끝내 회복하기 어려웠으나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로) 결의한 바대로 몸 바쳐 군무에 힘을 쏟았네.


* 종신(宗臣) : 우러러 존숭할만한 대신. 숙청고(肅淸高) : 맑고도 높은 인품이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는 뜻.

* 삼분할거(三分割據) : 제갈량이 유비를 도와 촉한을 세움으로써 중국이 위, 동오의 세 나라로 나뉜 것을 가리킴. * 우주책(紆籌策) : 계책을 이리저리 치밀하게 짜다. 紆는 곡절을 다했다는 뜻.

* 일우모(一羽毛) : 하늘 높이 나르는 봉황으로써 제갈량을 비유한 것임.

* 백중지간(伯仲之間) : 첫째와 둘째 사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이 담겨있음. * 이려(伊呂) : 상나라 때의 이윤(伊尹)과 주나라 때의 여상(呂尙). 이윤은 탕(湯)을 보좌했으며, 여상은 문왕과 무왕을 보좌하였음.

* 지휘약정(指揮若定) : 사전에 계획이 정해진 듯 침착하게 지휘한다는 뜻. * 실(失) : 실색하게끔 한다는 뜻. * 소조(蕭曹) : 소하(蕭何)와 조참(曹參). 한고조 유방을 보좌한 전략가.

* 한조(漢祚) : 한나라의 제위(帝位)와 국통. 유비는 한나라 황실의 회복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기병했다. 본래 국명도 한(漢)으로 정했으나, 후세에 통칭 촉한(蜀漢)으로 불렸다.

* 신섬(身殲) : 몸을 바쳐 죽음에 이르렀다는 뜻. * 군무로(軍務勞) : 제갈량이 위나라를 치기 위해 북벌에 나섰다가 과도한 군무 때문에 발병해 죽은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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