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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悶, 十二首(해민, 12수) 번민을 풀어보다(七言絶句

by 오대산인

解悶, 十二首(해민, 12수) 번민을 풀어보다(七言絶句)


대종 대력 2년(767), 두보가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안사의 난은 평정되었어도 번진의 할거와 토번의 침입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가 또 지나고 있었다. 두보는 당시 56세로 몸은 병들고 근심거리는 많아 우울함을 견디기 어려웠다. 이 12수로 이뤄진 시편들은 다양한 번민이 종합되어 이뤄진 것이다.


1

草閣柴扉星散居(초각시비성산거) 사립짝 달린 초각은 별처럼 흩어져 있고

浪翻江黑雨飛初(낭번강흑우비초) 비 날린 뒤 어두워진 강에 물결 번드치네.

山禽引子哺紅果(산금인자포홍과) 산새는 새끼 데리고 붉은 열매 따먹이는데

溪女得錢留白魚(계녀득전류백어) 시냇가 여인은 백어를 팔아 돈 버는구나.


* 초각(草閣) : 두보의 다른 시에서 강변각(江邊閣)이라 일컬어지던 집을 가리킴. * 성산거(星散居) : 거처가 밤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떨어져 있음을 비유한 것.

* 류백어(留白魚) : 돈을 받고 팔아 백어를 남겨놓는다는 뜻. 백어는 교(鱎)라고도 하며, 강준치 비슷한 생김새의 대형 민물고기.



2

商胡離別下揚州(상호이별하양주) 상호가 고별하며 양주로 내려간다는데

憶上西陵故驛樓(억상서릉고역루) 서릉의 옛 역루 올랐던 일 떠오른다네.

爲問淮南米貴賤(위문회남미귀천) 회남의 쌀값 싼지 비싼지나 물어봐주오.

老夫乘興欲東遊(노부승흥욕동유) 늙은이 흥이 나면 동으로 유람갈 테니.


* 상호(商胡) : 상업에 종사하는 서역 출신을 가리킴. 장강 하류의 강소성 양주(揚州)에 모여 살면서 장강을 오르내리며 상업 활동을 하였음.

* 서릉(西陵) : 지금 절강성 항주시 전당강 기슭에 있던 나루 이름. 옛날에 역참(驛站)이 나루 어귀에 있었음. 두보가 개원 19년(731)부터 개원 22년(734)에 이르기까지 오월 땅을 만유할 때 이곳을 방문했음.

* 회남(淮南) : 지금 호북성 동북부 및 강소성, 안휘성 일대. 당나라 때 회남도(淮南道)에 속했으며, 치소가 양주에 있었음.



7

陶冶性靈存底物(도야성령존저물) 성령을 도야하는 데 무엇에 의지하리오?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새로 지은 시 고치고 스스로 길이 읊조려보네.

熟知二謝將能事(숙지이사장능사) 사령운 사조가 능숙한 줄이야 익히 안다만

頗學陰何苦用心(파학음하고용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음갱 하손을 자못 본받네.


* 이사(二謝): 남조 송(宋)의 시인 사량운(謝靈運)과 사조(謝脁). * 장(將) : 함께, 공히. * 능사(能事) : 일에 뛰어나다. 즉 능력이 있어 수월하게 시를 잘 지었다는 뜻. 이 구절은 사령운 사조의 훌륭한 작시 능력을 흠모하지만 자신은 그런 능력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 음하(陰何) : 남조 진(陳)의 시인 음갱(陰鏗)과 양(梁)의 시인 하손(何遜). 이 구절은 음갱과 하손처럼 힘들여 가며 작시활동에 집중력을 발휘한 군소 시인의 장점도 배우려 노력했다는 뜻. * 용심(用心) : 작시활동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세심하고 신중하게 자구를 다듬었다는 뜻.



9

先帝貴妃今寂寞(선제귀비금적막) 선제와 귀비 지금은 죽어 적막한데도

荔枝還復入長安(여지환부입장안) 여지는 전처럼 다시 장안 궁궐에 들어가네.

炎方每續朱櫻獻(염방매속주앵헌) 남방에서 매번 앵두의 뒤를 이어 바치니

玉座應悲白露團(옥좌응비백로단) 임금도 둥근 이슬 맺힌 무덤에서 슬퍼하겠지.


* 선제귀비(先帝貴妃) : 당현종과 양귀비를 가리킴. 이미 다 사망한 상태임.

* 여지(荔枝) : 양귀비가 좋아한 과일. 현종이 광동성과 사천성에서 신선한 여지를 공급하게 하여, 역마로 급히 수송하느라 적지 않은 사람과 말이 죽었음.

* 염방(炎方) : 더운 남방지역. 여기서는 사천성을 가리킴. * 주앵(朱櫻) : 앵도(櫻桃)를 가리킴. 앵두는 종묘에 바치는 제물로 4월에 익고, 여지는 뒤이어 6월에 익음.

* 옥좌(玉座) : 화려한 좌석. 즉 어좌(御座)를 빌려서 현종을 가리킨 것임. * 백로단(白露團) : 현종의 무덤가에 둥글둥글 맺힌 이슬을 가리킴. 또한 껍질을 깐 여지의 둥글고 하얀 과육을 둥근 흰 이슬에 비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음. 이 구절은 대종(代宗) 때에도 전처럼 여지가 공물로 바쳐지는 데 대해 이미 죽고 없는 현종마저도 유감스러워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



12

側生野岸及江蒲(측생야안급강포) 여지는 산기슭과 강변에서 자라고

不熟丹宮滿玉壺(불숙단궁만옥호) 궁에서는 못 키우는데도 옥그릇에 그득하였네.

雲壑布衣鮐背死(운학포의태배사) 구름 덮인 골짝에 파묻힌 선비 늙어 죽건만

勞人害馬翠眉須(노인해마취미수) 양귀비의 요구에 사람 힘들이고 말들 해쳤지.


* 측생(側生) : 여지를 가리킴. 좌사(左思)의 〈촉도부(蜀都赋)〉에 “옆으로 가지 비스듬히 뻗은 용목이요, 곁으로 가지 비스듬히 자란 여지라네.”(旁挺龍目,側生荔枝.)는 구절이 있음.

* 단궁(丹宮) : 붉게 칠한 궁전. * 옥호(玉壺) : 옥으로 만든 그릇.

* 포의(布衣) : 평민의 복장. 여기서는 등용되지 못한 재야의 유능한 선비를 가리킨 것임. * 태배(鮐背) : 고령 혹은 노인을 비유함. 노인이 되면 등 쪽의 피부가 복어의 등처럼 거뭇거뭇하게 얼룩져서 생겨난 말.

* 취미(翠眉) : 미인의 눈썹. 양귀비를 일컬은 것임. * 수(須) : 수요(需要), 필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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