瞿唐懷古(구당회고) 구당에서의 회고(五言律詩)
대종 대력 원년(766), 기주에서 지음. 그해 여름에 두보는 운안(雲安)에서 기주로 옮겨와 살고 있었다. 기주는 구당협(瞿唐峽) 어귀에 위치해 있으며, 백제성은 구당협의 서쪽에 있는 유적지이다.
西南萬壑注(서남만학주) 서남쪽 수많은 산골에서 물 흘러오고
勍敵兩崖開(경적양애개) 강병이 맞서듯 양쪽으로 절벽 서있네.
地與山根裂(지여산근렬) 땅은 산기슭과 함께 갈라져 있으며
江從月窟來(강종월굴래) 강물은 달 잠드는 굴에서 흘러온다오.
削成當白帝(삭성댕백제) 깎아 세운 듯 협곡은 백제성 마주하였고
空曲隱陽臺(공곡은양대) 고요한 물굽이에는 양대가 숨어있구나.
疎鑿功雖美(소착공수미) 트고 뚫어 물길을 낸 공로 아름다워도
陶鈞力大哉(도균력대재) 대자연의 힘이야 말로 위대하다네!
* 경적(勍敵) : 강한 적이란 뜻. 여기서는 양쪽 절벽이 대치한 것을 군대가 대적한 형세에 비유한 것임.
* 월굴(月窟) : 전설에 달이 돌아가서 잠잔다고 하는 굴. 아득히 먼 서쪽 땅을 비유한 것임.
* 백제(白帝) : 백제산을 가리킴.
* 양대(陽臺) :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唐賦)〉에서 초양왕(楚襄王)이 꿈에 만나 사랑을 나눈 무산신녀(巫山神女)가 있다는 곳. 지금 사천성 무산현(巫山縣)에 양대산이 있음.
* 소착(疎鑿) : 하나라 우(禹)임금이 치수를 하며 강을 터놓았으며 협곡을 굴착했다고 전함.
* 도균((陶鈞) : 질그릇을 빚을 때 사용하는 회전판. 만물을 창조하는 대자연을 비유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