驅豎子摘蒼耳(구수자적창이) 어린 종을 시켜 도꼬마리를 따오게 하다(五言古詩)
대종 대력 원년(766) 가을, 기주의 양서(瀼西) 초당에 있을 때 지음. 추분이 지난 시점에 양서 일대에 가뭄이 심해 농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채소마저 부족하자 두보는 종을 시켜 식용으로 쓸 도꼬마리를 따오게 하였다. 그런 실정 속에서 궁핍한 백성들의 실상을 염려하고 이 시를 지었다.
江上秋已分(강상추이분) 강변에는 추분 벌써 지나갔으나
林中瘴猶劇(림중장유극) 숲 속에는 여전히 장기 극심하니,
畦丁告勞苦(휴정고로고) 채마밭의 일꾼 힘겹다고 말하고
無以供日夕(무이공일석) 날마다 먹을 채소 댈 길 없구나.
蓬莠獨不焦(봉유독불초) 쑥과 강아지풀은 유독 타들지 않고
野蔬暗泉石(야소암천석) 물가 응달엔 먹을 만한 야채 있거늘,
卷耳況療風(권이황료풍) 게다가 도꼬마리는 풍증에 좋기에
童兒且時摘(동아차시적) 종아이에게 때 맞춰 따오도록 하였네.
侵星驅之去(침성구지거) 이른 새벽에 가도록 보내었더니
爛漫任遠適(란만임원적) 이리저리 맘대로 멀리 갔다 오는데,
放筐亭午際(방광정오제) 정오 즈음 광주리를 내려놓고는
洗剝相蒙羃(세박상몽멱) 씻고 벗겨내고 보자기 덮어두었네.
登牀半生熟(등상반생숙) 살짝 데쳤다가 식탁에 올려놓은 뒤
下筯還小益(하저환소익) 젓가락질 해보니 적잖이 보탬이 되고,
加點瓜薤間(가점과해간) 염교 사이에 넣어 무쳐냈더니
依稀橘奴跡(의희귤로적) 귤로 맛낸 것과도 엇비슷하다.
亂世誅求急(난세주구급) 혼란한 시절에 토색질 극심하기에
黎民糠籺窄(려민강흘착) 백성들은 나쁜 음식도 부족하거늘,
飽食亦何心(포식역하심) 포식을 한다면 또 무슨 심보이더냐?
荒哉膏粱客(황재고량객) 황당하구나! 고량진미 먹는 부자들.
富家廚肉臭(부가주육취) 부잣집 부엌에는 고기냄새 풍기는데
戰地骸骨白(전지해골백) 전장터엔 허연 해골들 널려 있다네.
寄語惡少年(기어악소배) 못된 부잣집 애들에게 말을 하나니
黃金且休擲(황금차휴척) 황금을 흙처럼 함부로 버리지 말라!
* 추이분(上秋已分) : 이미 추분이 지났다는 뜻. 양력 9월 23일, 24일 즈음.
* 장(瘴) : 습하고 무더운 기운.
* 휴정(畦丁) : 밭에서 일하는 사람. 두보가 고용한 신행(信行), 백이(伯夷), 신수(辛秀) 등.
* 권이(卷耳) : 도꼬마리.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 키 1미터 가량. * 풍(風) : 당시 두보는 풍습병(風濕病)에 걸려 뼈마디가 쑤시고 몸을 굽혔다 펴기가 어려웠다.
* 귤노(橘奴) : 귤을 가리킴. 노비와 같은 가치가 있다고 하여 귤을 목노(木奴)라고 부름.
* 주구(誅求) : 관에서 강제로 징수한다는 뜻.
* 강흘(糠籺) : 겨와 무거리. 조악한 음식을 가리킴.
* 고량(膏粱) : 고량진미(膏粱珍味). 고는 기름진 고기, 량은 좋은 곡식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