復愁, 十二首(복수, 12수) 반복되는 근심(五言絶句)
대종 대력 2년(767) 가을, 기주의 양서(瀼西)에 거처할 때 지음. 두보는 이 해 3월부터 기주의 적갑에서 양서로 옮겨와 살고 있었다. 당시 안사의 난은 이미 평정된 상태였지만 번진의 발호와 이민족의 침입으로 혼란이 지속되었으며, 대종은 환관에 의지해 군국기무를 처리해 후환을 키우고 있었다. 이에 두보는 전란의 시대를 아파하며 우국의 시름을 놓지 못하고 있다.
3
萬國尙戎馬(만국상융마) 온 나라가 여전히 전란 중이니
故園今若何(고원금약하) 옛 동산은 지금쯤 어찌 됐을까?
昔歸相識少(석귀상식소) 전에 갔을 때 아는 이 드물었으니
早已戰場多(조이전장다) 일찌감치 많은 전쟁 겪어왔다네.
* 융마(戎馬) : 전란을 상징함. 당시 토번이 빈주(邠州 : 섬서성 분현), 영주(靈州 : 영하 영무현)에 침입하여 장안에 계엄이 있었다.
* 고원(故園) : 낙양(洛陽)을 가리킴.
* 석귀(昔歸) : 건원 원년(758) 겨울에 두보는 화주(華州)에서 낙양으로 돌아왔다.
6
胡虜何曾盛(호로하증성) 오랑캐들 어찌 그리 극성이런가!
干戈不肯休(간과불긍휴) 전쟁 난리 그만두려 하질 않는다.
閭閻聽小子(여염청소자) 마을에 젊은 애들 하는 얘길 들으니
談笑覓封侯(담소멱봉후) 부귀공명 이룰 때라며 웃고 떠드네.
* 호로(胡虜) : 전란을 일으키던 안사 반군이나 토번 같은 이민족을 가리킨 것임.
* 간과(干戈) : 방패와 창. 전쟁을 비유함.
* 봉후(封侯) : 종군해 전공을 세워 제후에 봉해진다는 의미임.
7
貞觀銅牙弩(정관동아노) 정관에는 구리 방아쇠 달린 쇠뇌를 쓰고
開元錦獸張(개원금수장) 개원에는 짐승 장식 손잡이 쇠뇌를 썼네.
花門小箭好(화문소전호) 회흘의 작은 화살이 쓰기 좋다며
此物棄沙場(차물기사장) 그런 물건들 모래밭에 내팽개쳤네.
* 정관(貞觀) : 당태종의 연호(627 – 649). * 동아노(銅牙弩) : 구리로 만든 발사 장치를 부착한 쇠뇌.
* 개원(開元) : 당현종의 연호(713 – 741). * 錦獸張(금수장) : 화려하게 짐승을 그려 장식한 쇠뇌. 금수(錦獸)가 비단에 곰을 그려 만든 과녁이라는 설도 있음.
* 화문(花門) : 회흘(回紇)의 별칭. 본래 내몽고자치구에 있는 호수인 거연해(居延海) 동북에 있던 화문산보(花門山堡)를 가리키며, 천보 연간에 회흘이 점령해 주둔하였다.
* 차물(此物) : 동아노와 금수장 같은 쇠뇌를 가리킴.
8
今日翔麟馬(금일상린마) 오늘날은 상린자 같은 준마라 해도
先宜駕鼓車(선의가고거) 우선 악대 실은 고거나 끌게 함이 좋으리.
無勞問河北(무로문하북) 하북의 번진 문죄하려 힘쓸 필요 없으니
諸將角榮華(제장각영화) 여러 장군들 영화나 다투게 할 뿐이라네.
* 상린마(翔麟馬) : 상린자(翔麟紫) : 당태종이 타던 10필의 준마 가운데 하나.
* 고거(鼓車) : 임금이 출행할 때 따르는 군악 의장대를 실은 수레. 이 구절은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기를 중단하라는 뜻.
* 하북(河北) : 하북의 번진(藩鎭)을 가리킴. 하북의 절도사들이 발호하여 순순히 조정을 따르지 않았음.
* 제장(諸將) : 관군을 통솔하는 여러 장수들을 가리킴. * 각영화(角榮華) : 하북 번진을 친다는 빌미로 부귀권세나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인다는 뜻.
9
任轉江淮粟(임전강회속) 맘대로 장강 회하의 곡식 배로 옮겨서
休添苑囿兵(휴첨원유병) 상림원의 신책군에게 더해 주지 말아라.
由來貔虎士(유래비호사) 예로부터 용맹스러운 정예 군사를
不滿鳳凰城(불만봉황성) 도성 안에 들어차게 아니 했다네.
* 강회속(江淮粟) : 장강과 회하 유역에서 조세로 거둔 미곡. * 전(轉) : 조세를 배로 실어 옮긴다는 뜻.
* 원유병(苑囿兵) : 상림원(上林苑)의 신책군(神策軍)으로, 당시 환관이 통솔하던 금군(禁軍)을 가리킴. 대종 때 환관 어조은(魚朝恩)이 금군을 통솔하며 병력을 대폭 증원해 군량미를 대량 소비하였다.
* 비호사(貔虎士) : 전설 속의 맹수와 범처럼 용맹한 병사.
* 봉황성(鳳凰城) : 경성(京城)의 별칭으로, 여기서는 장안성을 가리킴. 춘추시대 진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이 함양 궁성에서 퉁소를 불자 봉황이 내려와 앉았다고 함. 그로 인해 경성을 봉성 혹은 봉황성이라 부름.
12
病減詩仍拙(병감시잉졸) 병은 덜해졌으나 시는 여전히 졸렬하거늘
吟多意有餘(음다의유여) 많이 읊조려도 근심스런 뜻 남음이 있네.
莫看江總老(막간강총로) 강총이 노쇠해졌다 깔보지는 말아라.
猶被賞時魚(유피상시어) 그래도 당시 어대를 상으로 하사받았네.
* 강총(江總) : 남북조 때 진(陳)에서 상서령(尙書令)을 지냈고, 진이 망한 뒤 수나라에서 벼슬하다가 늙어 강남으로 돌아갔다. 두보 자신을 강총에 비유한 것임.
1681) 상시어(賞時魚) : ‘상으로 그 당시에 어대(魚袋)를 하사 받았다’는 뜻. 어대는 안에 어부(魚符)를 넣고 위에 관직과 성명을 새겨 만든 것으로, 신분을 증명하는 증표로 사용되었음. 이 구절은 두보가 엄무의 추천으로 ‘검교상서공부원외랑(檢校尙書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조정에서 비어대(緋魚袋)를 받은 것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