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元使君舂陵行, 並書.(동원사군용릉행, 병서) 사군 원결의 〈용릉행〉에 화운하다(五言古詩)
대종 대력 2년(767) 두보가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원사군은 원결(元結)을 가리키며, 사군은 자사(刺史)의 별칭. 원결은 대종 광덕 원년(764)에 도주(道州 : 지금 호남성 도현)에 자사로 부임해 직전에 전란의 피해로 백성들의 삶이 황폐해진 것을 목도하고 〈용릉행(舂陵行)〉시와 〈적퇴후시관리작(賊退後示官吏作)〉시를 지었다. 두보는 뒤늦게 그 시를 보고 화답하여 이 시를 지었다. 그 서문은 다음과 같다.
覽道州元使君結〈舂陵行〉兼〈賊退後示官吏作〉二首, 志之曰 : 當天子分憂之地, 效漢官良吏之目. 今盜賊未息, 知民疾苦, 得結輩十數公, 落落然參錯天下爲邦伯, 萬物吐氣, 天下少安可待矣. 不意復見比興體制, 微婉頓挫之詞, 感而有詩, 增諸卷軸. 簡知我者,不必寄元.
도주자사 원결의 〈용릉행(舂陵行)〉과 〈적퇴후시관리작(賊退後示官吏作)〉 2수를 보고나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천자와 근심을 나눠 지방을 맡아 다스리고 있으면서 한나라 때 순리(循吏)의 표준을 본받았네. 지금 도적이 그치지 않아 백성의 질고를 알겠는데, 원결과 같은 무리 십 수명이 우뚝하니 하늘 아래 서서 지방관이 된다면, 만물이 기운을 토해내고 천하가 조금 평안해 지길 기대할 수 있으리라. 뜻 밖에도 비흥(比興) 체제의 은미하고 완곡하며 음절억양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느낀 바가 있어 시를 지어 시축(詩軸)에 추가해 적어 넣는다. 나를 알아주는 이들에게 부쳐 보내나, 원결에게 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분우(分憂) : 임금의 근심을 분담한다는 뜻으로, 지방관이 되어 다스림을 의미함.
* 한관양리(漢官良吏) : 한나라 때 법을 지키며 잘 다스리던 관리를 가리킴. 《漢書·循吏傳》에 한선제(漢宣帝)가 지방관의 선정을 강조한 대목이 있음. * 목(目) : 조목이나 품목, 품격을 의미함.
* 도적(盜賊) : 당시 서원만(西原蠻)이라 불리는 소수민족이 반역해 도주(道州)를 점령하였음.
* 낙락연(落落然) : 탁월한 모양. * 참착(參錯) : 뒤섞이다. 참여한다는 뜻. * 방백(邦伯) : 자사나 태수, 군수 등의 지방장관을 가리킴.
* 비흥체제(比興體制) : 《시경》의 국풍(國風)처럼 민간의 사정을 반영해 노래한 시를 가리킴. 비(比)와 흥(興)은 국풍의 주된 수사 방법.
* 미완(微婉) : 시에 담긴 뜻과 말이 정미하고 완곡하다는 의미임. * 돈좌(頓挫) : 시의 흐름이나 음절에 고저강약의 기세가 있다는 뜻.
* 지아자(知我者) : 지기(知己)와 같음.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
遭亂髮盡白(조란발진백) 난리 만나 머리칼 죄다 희어졌으며
轉衰病相嬰(전쇠병상영) 점점 노쇠해지고 병 더욱 찾아드노라.
沈緜盜賊際(침면도적제) 도적이 성한 시절에 병은 낫지를 않고
狼狽江漢行(낭패강한행) 진퇴양난으로 강한 땅으로 흘러왔구나.
歎時藥力薄(탄시약력박) 시절 탄식하느라 약효마저 적은데
爲客羸瘵成(위객리채성) 객지생활에 폐병까지 얻고 말았다.
吾人詩家流(오인시가류) 우리 시인 노릇하는 부류들은
博采世上名(박채세상명) 널리 세상의 명작을 수집하거늘,
粲粲元道州(찬찬원도주) 아름다워라, 도주자사 원결이여!
前聖畏後生(전성외후생) 옛 성인도 이 후생을 경외하리라.
觀乎舂陵作(관호용릉작) 그의 〈용릉행〉이란 시를 살펴봤더니
欻見俊哲情(훌견준철정) 문득 영명한 사람의 정감을 발견케 되네.
復覽賊退篇(부람적퇴편) 또한 〈적퇴〉시편을 읽어봤더니
結也實國楨(결야실국정) 실로 원결은 나라 부지할 기둥이로다.
賈誼昔流慟(가의석류통) 가의는 우국의 눈물 흘리며 애통해 했고
匡衡嘗引經(광형상인경) 광형은 경전 인용하며 국정을 논하였다네.
道州憂黎庶(도주우려서) 도주자사 또한 백성을 근심하고 있거늘
詞氣浩縱橫(사기호종횡) 그 말의 기세가 분방하여 호연하구나.
兩章對秋月(량장대추월) 두 시편은 가을 달 마주해 빛을 발하고
一字偕華星(일자해화성) 글자 하나마다 밝은 별과 함께 반짝이네.
致君唐虞際(치군당우제) 임금을 보좌해 요순의 태평시대 만들 터
淳朴憶大庭(순박억대정) 풍속 순박한 대정씨의 시대 생각난다네.
何時降璽書(하시강새서) 언제나 옥새 찍힌 임금의 조서 내려와
用爾爲丹靑(용이위단청) 그대를 기용해 대신으로 삼게 되려나?
獄訟永衰息(옥송영쇠식) 형벌 내릴 일도 기리 사리질 것이니
豈惟偃甲兵(기유언갑병) 어찌 다만 전란만 멈추게 되겠는가?
悽側念誅求(처측념주구) 서글픈 마음으로 가렴주구 생각하며
薄斂近休明(박렴근휴명) 적게 거뒀으니 훌륭한 덕에 가깝네.
乃知正人意(내지정인의) 이에 올곧은 사람의 뜻 알 수 있으니
不苟飛長纓(불구비장영) 구차히 고관되기를 원하지 않는구나.
涼颷振南嶽(량표진남악) 시원한 바람이 형악에서 불어오거늘
之子寵若驚(지자총약경) 이 사람은 총애를 받아도 놀라고 말리.
色沮金印大(색저금인대) 직위 높아져도 기색 외려 막힐 것 같고
興含滄浪淸(흥함창랑청) 맑은 창랑에서 노닐려는 흥취 지녔네.
我多長卿病(아다장경병) 나는 사마장경처럼 병이 많하지만
日夕思朝廷(일석사조정) 밤낮 조정을 생각하며 보내고 있네.
肺枯渴太甚(폐고갈태심) 폐병을 앓는데다 소갈병 몹시 심한 채
漂泊公孫城(표박공손성) 공손술 쌓아놓은 백제성에 떠돌고 있네.
呼兒具紙筆(호아구지필) 아이 불러 종이와 붓을 준비하게 하고
隱几臨軒楹(은궤림헌영) 창문가에서 궤안에 기대어 앉았노라.
作詩呻吟內(작시신음내) 앓는 소리를 하며 시를 지어내노라니
墨淡字敧傾(묵담자기경) 먹물 자국은 묽고 글자가 삐뚤어지네.
感彼危苦詞(감피위고사) 백성의 고통 노래한 그 시에 감격했으니
庶幾知者聽(서기지자청) 지인들도 읽고서 흥기되길 바랄 뿐이네.
* 침면(沈緜) : 병이 오래 지나도록 낫지 않는다는 뜻.
* 강한(江漢) : 기주를 가리킴. 기주 땅은 장강(長江)과 서한수(西漢水)에 임해 있음.
* 이채(羸瘵) : 羸는 병들어 야윈다는 뜻. 瘵는 폐병을 가리킴.
* 전성외후생(前聖畏後生) : 《논어·자한》 : 후생을 두려워할 만하니 어찌 뒤에 올 자가 지금만 못할 줄 알겠는가?“(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 용릉(舂陵) : 원결이 지은 〈용릉행(舂陵行)〉시를 가리킴. 용릉은 도주(道州)의 옛 이름.
* 적퇴(賊退) : 원결이 지은 〈적퇴후시관리작(賊退後示官吏作)〉시를 가리킴.
* 가의(賈誼) : 한나라 때 문학가, 정론가. 그의 〈진정사소(陳政事疏)〉에서 “신이 곰곰 시국을 생각하니 통곡할 만한 것이 하나요, 눈물 흘릴 만한 것이 둘이요, 크게 한숨 쉴 만한 것이 여섯입니다.”하였다.
* 광형(匡衡) : 한나라 때의 학자, 정치가. 조정에서 정사를 의논할 때 수시로 유가 경전을 인용해 논거로 삼았음.
* 당우제(唐虞際) : 도당씨(陶唐氏)와 우순씨(虞舜氏), 즉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태평 시대.
* 대정(大庭) : 대정씨(大庭氏).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별칭.
* 단청(丹靑) : 재상을 비유한 것임. 환관(桓寬)의 《염철론(鹽鐵論)》에 “공경은 사해의 표상이며 신화의 화상이다.”《(公卿者, 四海之表儀, 神化之丹靑也.)라는 말이 있음.
* 옥송(獄訟) : 옥사(獄事)와 소송(訴訟) 등의 법률 집행을 의미함.
* 장영(長纓) : 기다란 갓끈. 고관대작을 비유함.
* 량표(涼颷) : 시원스럽게 불어오는 빠른 바람. 원결의 고결한 풍격을 비유한 것임.
* 남악(南嶽) : 오악 가운데 남쪽에 있는 형악(衡嶽)을 가리킴. 도주(道州)의 남쪽에 있으며, 원결이 있는 곳을 가리킴.
* 총약경(寵若驚) : 《노자》에 “총애를 받거나 굴욕을 당하거나 놀란다.(寵辱若驚)”는 말이 있음.
* 금인(金印) : 관인(官印)과 같으며, 관리를 상징함.
* 창랑(滄浪) : 은거지를 비유함. 이 구절은 원결의 시에 공을 이룬 뒤 은거할 뜻이 담겼음을 말한 것임.
* 장경병(長卿病) : 장경은 사마상여의 자(字). 사마상여는 소갈병, 즉 당뇨병을 앓았음.
* 공손성(公孫城) : 기주(夔州) 동남쪽에 있는 백제성(白帝城)을 가리킴. 서한의 공손술(公孫述)이 성을 쌓고 백제로 자칭하였다.
* 헌영(軒楹) : 건물 앞 쪽의 기둥. 여기서는 창문가를 의미함.
* 위고사(危苦詞) : 위태하고도 곤고한 백성의 삶을 다룬 시. 원결의 시를 가리킴.
* 지자(知者) : 두보 자신이 아는 이들을 가리킴. 시의 서문에서 언급한 ‘지아자(知我者)’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