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高(등고) 높은 곳에 올라(七言律詩)
대종 대력 2년(767) 9월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었다. 당시 56세가 된 두보는 전란으로 장기간 귀향하지 못한 채 객지를 옮겨 다니느라 늘 마음에 우수와 회한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육신은 곤궁한 생활을 이어가며 여러 질환에 시달렸다. 폐병, 풍증, 당뇨병을 앓았으며 청력이 약해지고 치아도 빠져 노쇠함과 병약함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칠언율시 중 고금에 제일간다는 이 명작은 고통과 신음, 번민과 한숨 속에서 빚어진 비가인 것이다.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 급하고 하늘 높은데 잔나비 슬피 울며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물가 맑고 모래 흰데 새는 돌며 날아가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가이없이 낙엽은 스륵스륵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다함없는 장강은 넘실넘실 흘러오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리타향 슬픈 가을에 늘상 나그네 되고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백년인생 많은 질병에 홀로 대에 오르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고달픔 깊은 한에 허연 살쩍 늘어나는데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노쇠함 닥쳐 탁주 잔마저 이제 내려놓았소.
* 저(渚) : 물속에 있는 작은 섬.
* 낙목(落木) : 낙엽과 같음. * 소소(蕭蕭) : 스륵스륵. 바람이 나뭇잎에 부는 소리, 낙엽이 지는 소리.
* 곤곤(滾滾) : 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양.
* 고한(苦恨) : 극심한 한.
* 요도(潦倒) : 실의한 모습. 노쇠한 모습. * 신정(新停) : 최근에 막 그만두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