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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晏行(세안행) 세모의 노래 (七言古詩)

by 오대산인

歲晏行(세안행) 세모의 노래 (七言古詩)


대력 3년(768) 겨울 악주(岳州 : 호남 岳陽)에서 배를 타고 머물 때 지음. 각지의 전란으로 세태가 악화되고 백성의 질고가 심해진 것을 유감스러워 하고 있다.


歲云暮矣多北風(세운모의다북풍) 세모로구나, 북풍은 세게 불어오며

瀟湘洞庭白雪中(소상동정백설중) 소상강 동정호가 백설 속에 놓였구나.

漁父天寒網罟凍(어부천한망고동) 날 추워 어부의 그물은 얼어붙었으며

莫徭射雁鳴桑弓(막요사안명상궁) 막요족은 뽕나무 활 울리며 기러기 쏘네.

去年米貴闕軍食(거년미귀궐군식) 작년엔 쌀값 비싸 군량미 부족하더니

今年米賤太傷農(금년미천태상농) 올해엔 쌀값 헐해 농부들 크게 피해를 봤네.

高馬達官厭酒肉(고마달관염주육) 커다란 말 탄 고관은 술과 고기에 물렸건만

此輩杼柚茅茨空(차배저유모자공) 이들은 베틀 위고 초가 속이고 아무 것 없네.

楚人重魚不重鳥(초인중어부중조) 초땅 사람은 새고기 보다 생선을 좋아한다니

汝休枉殺南飛鴻(여휴왕살남비홍) 너희는 남으로 가는 큰기러기 괜히 죽이지 말라.

況聞處處鬻男女(황문처처륙남녀) 듣자니 곳곳에서 아들딸을 팔고 있다는데

割慈忍愛還租庸(할자인애환조용) 사랑 끊고 참아내며 곡식과 직물을 납부한다네.

往日用錢捉私鑄(왕일용전착사주) 전에 동전 쓸 땐 사사로이 주조하면 잡아가더니

今許鉛鐵和靑銅(금허연철화청동) 이젠 납을 청동에 섞어 만들어도 놔두고 있네.

刻泥爲之最易得(각니위지최이득) 진흙에 새기고 본떠서 아주 쉽게 만들어내니

好惡不合長相蒙(호악불합장상몽) 좋고 나쁜 동전이 영구히 뒤섞여 마땅치 않네.

萬國城頭吹畫角(만국성두취화각) 온 나라 안에는 성마다 호각을 불어대고 있으니

此曲哀怨何時終(차곡애원하시종) 이 노래의 슬픔과 원망 어느 때에나 끝이 나리?


* 운(云) : 조사로 쓰여 뜻이 없음.

* 소상(瀟湘) : 소수와 상수. 호남성 영릉현 서북쪽에 있으며, 소수가 상수로 유입되어 흐름. * 동정(洞庭) : 호수 이름. 호남성 북쪽에 있으며, 상강이 악양에서 동정호로 흘러듦.

* 막요(莫徭) : 장사(長沙) 일대에 섞여 사는 소수민족. 수렵에 능했음.

* 차배(此輩) : 물고기 잡는 이와 막요족 사냥꾼. 일반 백성들을 가리킴.

* 초인(楚人) : 호남 일대에 사는 사람을 가리킴. 이 지역은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에 속했음.

* 여배왕살남비홍(汝休枉殺南飛鴻) : 막요족은 함부로 큰기러기를 활로 쏘아 잡지 말라는 뜻이나, 탐관오리가 궁한 백성을 상대로 토색질하지 말라는 비유적 의미가 있음.

* 조용(租庸) : 부세를 의미함. 租는 토지에 부과하여 곡물을 징수하는 것이며, 庸은 사람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노역을 하거나 직물로 대납하였음.

* 왕일(往日) : 이 구절은 전에는 관에서만 동전을 주조하고 사적으로 몰래 만드는 것을 금했다는 뜻.

* 금허(今許) : 이 구절은 천보(天寶) 연간 이후 지주와 상인이 몰래 가짜 동전을 주조해도 관가에서 손을 쓰지 않았다는 뜻.

* 취화각(吹畫角) : 전란을 비유한 것임. 화각은 그림 장식한 나팔의 일종으로, 군대에서 경보용이나 밤과 새벽 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되었음.

* 차곡(此曲) : 화각의 곡조와 세상 근심을 담은 본 〈세안행〉시를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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