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征(남정) 남으로 가다(五言律詩)
대종 대력 4년(769) 봄, 악주(岳州 : 호남 岳陽)에서 담주(潭州 : 호남 長沙)로 가는 도중에 지음. 이 해 봄에 두보는 가족과 악주의 백마담(白馬潭)에서 남쪽의 담주로 내려갔다.
春岸桃花水(춘안도화수) 봄 강기슭에 복사꽃물 흘러가고
雲帆楓樹林(운범풍수림) 구름 같은 돛은 단풍 숲 지나치네.
偸生長避地(투생장피지) 구차한 삶에 늘 난리를 피해 다니니
適遠更霑襟(적원갱점금) 멀리 떠나며 또 옷깃을 적시고 마네.
老病南征日(노병남정일) 늙고 병들어 남으로 길가는 이 때
君恩北望心(군은북망심) 임금 은혜에 북쪽 바라보는 이 마음.
百年歌自苦(백년가자고) 일생을 노래하며 절로 괴로웁다만
未見有知音(미견유지음) 지음을 만나보지 못하였구나!
* 도화수(桃花水) : 봄의 강물. 원래는 복사꽃 필 무렵에 불어난 장강 삼협의 물을 가리킴.
* 풍수림(楓樹林) : 초땅에는 강 기슭에 단풍나무가 많음.
* 피지(避地) : 난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뜻. 두보는 숙종 건원 2년(759)에 벼슬을 버리고 진주(秦州)를 떠난 이래 십 년간을 타행을 전전하였음.
* 적원(適遠) : 북쪽 고향과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더 멀리 가게 되었다는 뜻.
* 군은(君恩) : 대종(代宗)의 은혜를 가리킴. 대종은 두보가 성도에 있을 때 엄무의 추천으로 ‘검교상서공부원외랑(檢校尙書工部員外郞)’에 임명하였음.
* 지음(知音) : 춘추시대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에 관한 고사. 백아는 금(琴)을 잘 탔고 종자기는 감상을 잘하여 백아의 연주에 담긴 뜻을 온전히 이해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할 자가 없어 다시는 금을 타지 않았다.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가운데 하나인 〈서북유고루(西北有高樓)〉에는 “노래하는 이의 괴로움 안타깝지 않으나, 다만 알아주는 이 드물어 가슴 아프네.”(不惜歌者苦, 但傷知者希.)라는 구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