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中八仙歌(음중팔선가) 술 마시는 여덟 선인의 노래(七言古詩)
현종 천보(天寶) 5년(746) 장안에 온 이후 어느 시점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술로 이름난 여덟 사람의 개성적인 면모를 짧고 선명한 필치로 그려냈는데, 모두 다 시에 능하고 술을 좋아했으며 호방한 면모를 띠고 있다. 황족과 승상, 시인, 예술가 등 신분이 다양하며 또 이미 사망한 인사도 있지만 성당(盛唐) 시기 인물들의 분방하고 활달한 기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하지장은 배에 올라탄 듯 말을 타고 다녔고
眼花落井水底眠(안화낙정수저면) 멍한 눈으로 우물에 떨어져 물 아래서 잤다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여양왕 이진은 서 말을 마시고 천자를 뵈었고
道逢麯車口流涎(도봉국거구류연) 길가다 술 수레를 만나면 군침을 흘렸으며,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주천으로 옮겨 봉해주지 않음을 한탄하였지.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여비만전) 좌상 이적지는 날마다 주흥에 만 전을 쓰며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큰 고래가 온 강물 빨아들이 듯 술을 마셨고,
銜杯樂聖稱避賢(함배락성칭피현) 잔 들이키며 청주는 즐기고 탁주는 피하였다네.
宗之蕭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최종지는 소탈하고 잘 생긴 젊은이인데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잔 들고 흰자위 드러낸 채 푸른 하늘 치켜보니,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희고 맑기가 바람 앞에 선 옥나무와도 같다오.
蘇晉長齋繡佛前(소진장재수불전) 소진은 수놓은 불상 앞에서 장기간 채식을 하나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술에 취해 왕왕 계율에서 벗어나길 좋아하였지.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이백은 한 말 술이면 백 편의 시 지어내었고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장안 저잣거리 술집에서 취하여 잠이 들었네.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천자에게 불려와서도 배에 오르지를 못하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신은 술 취한 신선입지요' 스스로 일컬었다지.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장욱은 술 석 잔의 초서 성인으로 전해지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왕공 앞에서도 모자 벗고 맨 머리 드러내었고,
揮毫落紙如雲煙(휘호낙지여운연) 붓 휘둘러 종이에 쓰면 구름 안개 이는 듯 했네.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두방탁연) 초수는 닷말 술에 바야흐로 담론이 걸출하여져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고담과 웅변으로 온 자리의 사람들 놀래킨다네.
* 지장(知章) : 하(賀)지장. 자호는 사명광객(四明狂客), 성당의 저명한 시인. 처음 이백을 만나 적선인(謫仙人)이라 불렀음.
* 여양(汝陽) : 여양왕(汝陽王) 이진(李璡).
* 주천(酒泉) : 군 이름. 술맛이 나는 샘이 있어 붙여진 이름.
* 이적지(李適之) : 좌승상(左丞相)으로 있다 이임보의 배척을 받아 파직되었다. 그의 시에 “현인을 피하느라 재상에서 파면되었으며, 성인을 좋아하여 잔을 들어 마신다(避賢初罷相,樂聖且銜杯.)는 구절이 있다.
* 종지(宗之) : 최종지(崔宗之)를 가리킴. 이백의 친구.
* 소진(蘇晉) : 진사(進士)로 호부시랑과 이부시랑을 지냈음.
* 장욱(張旭) : 오(吳)땅 사람. 초서의 대가.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며 붓글씨를 썼으며, 혹은 머리카락에 먹물을 묻혀 글을 쓰기도 했음. 세상에서 ‘장씨 미치광이'라는 뜻으로 장전(張顛)’이라 불렸음.
* 초수(焦遂) : 사적이 알려지지 않았음. 두보가 장안에 있을 때 교제한 것으로 추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