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花石戍(숙화석수) 화석수에서 묵으며(五言古詩)
대종 대력 4년9769) 봄, 악주에서 담주로 가던 중 지었다. 이 해 정월 중순에 두보는 악양성 아래 정박했다가 동정호를 횡단해 남으로 담주를 향해 갔다. 옛친구인 담주자사(潭州刺史) 위지진(韋之晉)을 찾아가 의탁하려 했던 것이다. 그 여정에 백사역(白沙驛), 총석포(叢石浦), 화석수(花石戍)를 지나며 부역이 과중해 백성이 견디지 못할 지경임을 목도하게 되었다.
午辭空靈岑(오사공령잠) 낮에 공령협의 산을 떠나가
夕得花石戍(석득화석수) 저물녘 화석수에 이르렀네.
岸疏開闢水(안소개벽수) 태초부터 물은 기슭에 흘러가고
木雜古今樹(목잡고금수) 고금의 나무 뒤섞여 자라고 있다.
地蒸南風盛(지증남풍성) 땅 후텁지근하고 남풍의 기세 성하니
春熱西日暮(춘열서일모) 서편에 해 지도록 봄날이 뜨거워라.
四序本平分(사서본평분) 사철이 본시 고르게 나뉘었건만
氣候何廻互(기후하회호) 날씨가 어찌해 오락가락 하는가?
茫茫天造間(망망천조간) 드넓고 아득한 천지 사이에
理亂豈恒數(리란기항수) 치란인들 어찌 일정한 규칙 있더냐!
繫舟盤藤輪(계주반등륜) 등나무 얽힌 무자위에 배를 묶고서
杖策古樵路(장책고초로) 지팡이 짚고 나무꾼 다니던 옛길을 걷네.
罷人不在村(파인부재촌) 피폐해진 사람들 마을을 떠버렸건만
野圃泉自注(야포천자주) 채마밭에 샘물은 저절로 흘러든다네.
柴扉雖蕪沒(시비수무몰) 사립문은 비록 잡초에 파묻혔으나
農器尙牢固(농기상뢰고) 농기구는 아직 멀쩡히 남아 있구나.
山東殘逆氣(산동잔역기) 산동 땅에는 반역의 기운 남아 있으며
吳楚守王度(오초수왕도) 오초 땅은 왕의 법도만은 지키고 있네.
誰能叩君門(수능고군문) 누가 능히 임금 계신 궁문 두드려
下令減征賦(하령감정부) 부세를 경감하란 명령 내리게 할까!
* 공령(空靈) : 협곡의 이름. 호남성 상담현(湘潭縣)의 서쪽에 있음.
* 화석수(花石戍) : 공령현 남쪽으로 사오십 리 가량 떨어졌음.
* 개벽수(開闢水) : 천지가 개벽한 이래 흘러온 물이라는 뜻.
* 남풍(南風) : 따뜻한 바람을 가리킴.
* 사서(四序) : 사계절의 순서.
* 회호(廻互) : 뒤섞여 엇갈리다.
* 반등륜(盤藤輪) : 버려진 채 등나무가 얽혀 있는 수차(水車).
* 파인(罷人) : 삶이 피폐해진 백성을 가리킴. 罷는 疲와 통함.
* 뇌고(牢固) : 견고하다, 튼튼하다. 쓸 만하다는 뜻.
* 산동(山東) : 화산(華山), 함곡관(函谷關)의 동쪽. 안사 반군에 속했다 항복한 장수들이 절도사로 있는 하북(河北) 지역을 가리킴. * 역기(逆氣) : 반역의 마음. 하북의 절도사들이 조정에 복종하지 않고 공납을 납후하지 않았음.
* 오초(吳楚) : 옛날 오나라 초나라 지역. 지금 강소성, 절강성, 안휘성, 강서성, 호북성, 호남성 등지.
* 군문(君門) : 조정을 비유함.
* 정부(征賦) : 조세를 부과하여 징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