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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雪(대설) 내리는 눈을 마주하고(五言律詩)

by 오대산인

對雪(대설) 내리는 눈을 마주하고(五言律詩)


숙종 지덕 원년(756) 겨울, 장안에서 억류되어 있을 때 지음. 그 해 10월 21일 재상 방관(房琯)이 진도사(陳陶斜)에 패하고 또 23일에 청판(靑坂)에서 패했다. 그로써 장안 수복의 전략은 큰 차질을 빚었고 반군의 기세는 더욱 맹렬해졌다. 암담한 전황을 전해들은 두보는 처량한 심정이 되어 소식이 닿지 않는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며 이 시를 지었다.


戰哭多新鬼(전곡다신귀) 전쟁에 곡하는 건 최근 죽은 수많은 귀신

愁吟獨老翁(수음독노옹) 시름에 읊조리는 건 홀로인 늙은이.

亂雲低薄暮(난운저박모) 어지러운 구름은 해질 무렵 낮게 깔리고

急雪舞回風(급설무회풍) 갑작스런 눈발은 회오리바람에 춤을 추네.

瓢棄樽無綠(표기준무록) 술그릇에 술은 없고 표주박 버려졌는데

爐存火似紅(노존화사홍) 화롯불 붉게 타오를 듯 화로 남아 있구나.

數州消息斷(수주소식단) 여러 고을 소식마저 끊어졌기에

愁坐正書空(수좌정서공) 시름겹게 앉아 허공에 글을 쓴다네.


* 신귀(新鬼) : 진도사와 청판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가리킴.

* 노옹(老翁)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녹(綠) : 녹의(綠蟻). 술을 가리킴. 새로 담근 술에 떠있는 연한 녹색의 자잘한 거품이 개미를 연상시켜 생겨난 이름.

* 수주(數州) : 두보의 처자식과 형제자매가 산재해 있는 여러 고을을 가리킴.

* 서공(書空) : 동진의 은호(殷浩)가 누차 전쟁에서 패해 서인의 신분으로 강등되어 보내면서 종일 허공에 손으로 ‘돌돌괴사(咄咄怪事)’ 네 글자를 쓴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黜免》. '돌돌'은 혀차는 소리로 '쯧쯧'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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