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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江頭(애강두) (七言古詩)

강머리에서 슬퍼하다

by 오대산인

哀江頭(애강두) (七言古詩)


숙종 지덕 2년(757) 봄, 장안에 억류되어 있을 때 지음. 봄날 곡강(曲江) 주변을 배회하다 황량하고 스산한 풍경을 보고 사념에 잠겨 이 시를 지었다. 현종과 양귀비가 곡강에서 노닐던 때를 회고하면서 영고성쇠의 무상감을 드러내었으며, 국운의 몰락에 애통해 하느라 비감이 흥건하다.


少陵野老呑聲哭(소릉야노탄성곡) 소릉의 촌 늙은이 소리 삼켜 울면서

春日潛行曲江曲(춘일잠행곡강곡) 봄날에 몰래 곡강 굽이로 나아가니,

江頭宮殿鎖千門(강두궁전쇄천문) 강변 궁전은 모든 문 닫혔는데

細柳新蒲爲誰綠(세류신포위수록) 가는 버들 새 부들 누굴 위해 푸르렀나?

憶昔霓旌下南苑(억석예정하남원) 전에 무지개 깃발 남원으로 내려올 때면

苑中萬物生顔色(원중만물생안색) 남원 속의 만물들 생기가 돌았으며,

昭陽殿裏第一人(소양전리제일인) 소양전 안의 첫째가는 사람은

同輦隨君侍君側(동련수군시군측) 임금 따라 같이 수레 타고 그 곁에 뫼시었지.

輦前才人帶弓箭(련전재인대궁전) 수레 앞의 재인은 활과 화살을 차고

白馬嚼齧黃金勒(백마작설황금륵) 백마는 황금 재갈을 물고 있었으며,

翻身向天仰射雲(번신향천앙사운) 하늘 향해 몸 돌려 위로 구름을 쏘면

一笑正墜雙飛翼(일소정추쌍비익) 한번 웃음에 한 쌍의 새 떨어졌다네.

明眸皓齒今何在(명모호치금하재) 맑은 눈동자 하얀 치아 지금 어디에 있나?

血汚遊魂歸不得(혈오유혼귀부득) 피에 더럽혀진 떠도는 넋 돌아오지 못하니,

淸渭東流劍閣深(청위동류검각심) 맑은 위수 동으로 흐르며 검각 깊숙하건만

去住彼此無消息(거왕피차무소식) 떠나가고 남은 채 서로가 소식 없구나.

人生有情淚沾臆(인생유정루첨억) 사람 살며 정 때문에 눈물로 가슴 적시나

江草江花豈終極(강초강화기종극) 강의 풀 강의 꽃이야 어이 다함 있으리?

黃昏胡騎塵滿城(황혼호기진만성) 오랑캐 기병에 황혼녘 도성엔 먼지 가득하거늘

欲往城南望城北(욕왕성남망성북) 성남으로 가려다가 성 북쪽 향하여 바라보노라.


* 소릉야노(少陵野老) : 작자 자칭. 본래 소릉은 한선제(漢宣帝)의 황후 허씨의 능묘로 두릉(杜陵) 부근에 있다.

* 곡강(曲江) : 곡강지(曲江池)로도 불림. 장안 남쪽 주작교(朱雀橋) 인근. 풍경이 아름다운 장안 최고의 유흥지로 당의 성쇠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행락지이다.

* 궁전(宮殿) : 곡강 굽이에 있는 채운루(彩雲樓), 채하정(彩霞亭), 부용원(芙蓉苑), 행원(杏園), 자은사(慈恩寺) 등을 가리킨다.

* 남원(南苑) : 곡강 남쪽에 있는 부용원을 가리킴.

* 소양전(昭陽殿): 한성제(漢成帝)의 황후 조비연(趙飛燕)이 거처하던 궁전. 여기서는 양귀비를 그에 비긴 것임.

* 재인(才人) : 궁중의 정4품 여관(女官)으로, 무예를 익힌 궁녀이다.

* 비익(飛翼) : 비조(飛鳥)와 같다.

* 명모호치(明眸皓齒) : 맑은 눈동자와 하얀 치아. 미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리킴.

* 혈오유혼(血汚遊魂) : 양귀비를 가리킴. 천보 15년(756년) 6월, 현종이 촉땅으로 도주하다 마외역(馬嵬驛)을 지날 때 병사들이 양국충을 죽이고 현종을 협박해 양귀비를 목매 죽도록 하였다.

* 청위(淸渭) : 위수가 동으로 흐르며 마외역 옆을 경과한다. * 검각(劍閣) : 사천성 검각현(劍閣縣)의 북쪽의 대검산(大劍山)을 가리킴. 장안에서 촉땅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거치는 길이다.

* 호기(胡騎) : 안록산 반군의 기마병.

* 성북(城北) : 관군이 있는 장안성의 북쪽 지대를 가리킴. 당시 숙종이 있던 영무(靈武)는 장안의 북쪽 지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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