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達行在所, 三首(희달행재소, 3수) 기쁜 마음으로 행재소에 도착해(五言律詩)
숙종 지덕 2년(757) 4월에 두보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장안에서 달아나 숙종이 있던 봉상(鳳翔 : 지금 섬서성 보계시 봉상구 지역)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5월에는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되었다. 시는 도망하게 된 사정과 행재소에 도착하여 기쁜 심정을 노래했다. 행재는 임금이 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 《문원영화》본에는 시의 제목 앞에 “自京竄至鳳翔(자경찬지봉상)” 여섯 글자가 덧붙어 있다. “장안에서 달아나 봉상에 도달했다”는 뜻.
1
西憶岐陽信(서억기양신) 봉상 소식 있으려나 서쪽만 생각했지만
無人遂卻回(무인수각회) 소식 가지고 오는 이 그 아무도 없었네.
眼穿當落日(안천당낙일) 해 지는 쪽 바라보다 두 눈 빠질 것 같고
心死著寒灰(심사착한회) 차가운 재 뒤집어쓴 듯 심장 멈추었다오.
霧樹行相引(무수행상인) 안개 낀 숲 걷다보니 길을 이끄는 듯 했고
連山望忽開(연산망홀개) 연이은 산을 바라보면 홀연 길이 나 있었네.
所親驚老瘦(소친경노수) 친한 이들은 늙어지고 말랐다 놀라워하며
辛苦賊中來(신고적중래) 도적놈 소굴 벗어나느라 고생 많았다 하네.
* 기양(岐陽) : 기산(岐山)의 남쪽이란 뜻으로, 숙종의 행재소가 있는 봉상을 가리킴.
* 당낙일(當落日) : 해지는 방향을 대면한다는 뜻. 봉상은 장안의 서쪽에 위치해 있음.
* 수(樹) : 역(驛)으로 난 길가의 나무를 가리킴.
2
愁思胡笳夕(수사호가석) 황혼의 호가 소리 시름겨웠고
淒涼漢苑春(처량한원춘) 봄날의 한원 풍경은 처량하였지.
生還今日事(생환금일사) 살아 돌아온 건 오늘 일이다마는
間道暫時人(간도잠시인) 샛길로 탈주할 땐 잠시 사람이었네.
司隸章初睹(사예장초도) 사예의 전장제도 이제 보게 되리니
南陽氣已新(남양기이신) 남양에는 중흥의 기상 이미 새롭다.
喜心翻倒極(희심번도극) 기쁜 마음에 더할나위 없이 감격하다
鳴咽淚沾巾(오열루첨건) 흐느껴 울며 눈물로 두건 적시고 마네.
* 호가(胡笳) : 북방 소수민족의 관악기. 음색이 처량함.
* 한원(漢苑) : 곡강(曲江)과 남원(南苑) 같은 당나라의 궁원(宮苑)을 가리킴. 당나라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한으로써 당을 지칭하였다.
* 사예(司隸) : 사예교위(司隸校尉)를 가리킴. 한나라의 관직명. 서한의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황제가 되기 전에 이 자리에 임명되었음. * 장(章) : 전장(典章)제도를 가리킴. 유수가 낙양에 진입한 후 일체의 전장제도를 예전 서한과 같이 회복시켰음. 이 구절은 당숙종을 광무제에 비겨 말한 것.
* 남양(南陽) : 서한의 광무제 유수의 원적지이며 기병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그를 빌려 당숙종이 있는 봉상을 가리킨 것임.
* 희심번도극(喜心翻倒極) : 기쁜 마음이 궁극에는 슬프게 변한다는 뜻으로, 감격에 벅차 도리어 슬픈 사람처럼 울게 되는 상황을 말한 것임.
3
死去憑誰報(사거빙수보) 죽는다한들 누굴 통해 알릴 수 있나?
歸來始自憐(귀래시자련) 살아오니 비로소 스스로가 불쌍하다.
猶瞻太白雪(유첨태백설) 태백산의 눈 외려 볼 수 있게 되었고
喜遇武功天(희우무공천) 무공산의 하늘도 기쁘게 만나게 됐네.
影靜千官裡(영정천관리) 뭇 벼슬아치 가운데 이 몸 엄숙히 서있고
心蘇七校前(심소칠교전) 임금의 시위대 앞에서 심장 다시 뛰는 듯.
今朝漢社稷(금조한사직) 이제로부터 당나라의 종묘사직은
新數中興年(신수중흥년) 중흥의 햇수를 새로 헤아리게 되리라.
* 태백(太白) : 산 이름. 봉상 부근에 있으며 산정에 일년 내내 눈이 쌓여 있음.
* 무공(武功) : 산 이름. 지금 섬서성 무공현(武功縣)에 있음. 봉상 인근이다.
* 칠교(七校) : 한무제 때 두었던 일곱 교위(校尉). 숙종 조정의 무관 내지 시위대(侍衛隊)을 비유한 것임.
* 한사직(漢社稷) : 당나라를 비유함. 사직은 본래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을 가리킴.
* 중흥(中興) : 나라가 쇠했다 다시 번영함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