羌村 三首(강촌 3수) (五言古詩)
숙종 지덕 2년(757) 윤 8월에 지었음. 두보는 6월에 패전한 재상 방관(房琯)을 구원하기 위해 상소했다가 숙종의 노여움을 사서 삼사(三司)의 심문을 받았다. 그러던 중 재상 장호(張鎬)가 두보를 벌주면 언로가 막힌다고 변호해 겨우 풀려날 수 있었고 좌습유 직책 또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숙종의 허락을 받고 드디어 가족이 있던 부주(鄜州)의 산골 마을인 강촌(羌村)으로 떠나게 되었다. 식구들과 떨어진지 1년이 지나 어렵게 재회한 것이다.
1
崢嶸赤雲西(쟁영적운서) 서쪽 붉게 물든 구름 높기도 하고
日脚下平地(일각하평지) 햇발은 평탄한 땅에 내려 비추네.
柴門鳥雀噪(시문조작조) 사립문에는 참새들 조잘대는데
歸客千里至(귀객천리지) 돌아온 나그네 천리 지나서 왔네.
妻孥怪我在(처로괴아재) 처자식은 날 보고 괴이 여기다
驚定還拭淚(경정환식루) 놀란 마음 진정하고 눈물을 닦네.
世亂遭飄蕩(세란조표탕) 세상 난리에 바람 따라 떠돌았으니
生還偶然遂(생환우연수) 살아 돌아옴도 우연히 그리됨이라.
鄰人滿牆頭(린인만장두) 이웃사람들 담장 끝 한가득인데
感歎亦歔欷(감탄역허희) 감탄하고 또 흑흑 흐느껴 우네.
夜闌更秉燭(야란갱병촉) 밤 깊어 다시금 촛불 밝혀둔 채로
相對如夢寐(상대여몽매) 꿈을 꾸는 양 서로가 마주하였네.
* 쟁영(崢嶸) : 산이 높은 모양.
* 귀객(歸客)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허희(歔欷) : 슬피 흐느껴 우는 소리.
2
晩歲迫偸生(만세박투생) 늘그막 구차스런 삶에 핍박당하니
還家少歡趣(환가소환취) 집에 돌아와도 즐거운 마음 많기 어렵네.
嬌兒不離膝(교아불리슬) 귀여운 아이 무릎을 떠나가지 않음은
畏我復却去(외아부각거) 내가 또 다시 떠나갈까 두려운 게지.
憶昔好追涼(억석호추량) 전에 즐겁게 시원한 곳 찾던 일 추억하나니
故繞池邊樹(고요지변수) 늘 연못가 나무를 따라 돌며 산보하였지.
蕭蕭北風勁(소소북풍경) 휘잉휘잉 북풍은 세차게 불어오는데
撫事煎百慮(무사전백려) 지난 일 더듬다 온갖 염려에 마음 졸이네.
賴知禾黍收(뢰지화서수) 벼와 기장 수확한 줄 다행히 알게 됐거늘
已覺糟牀注(이각조상주) 이미 조상에서 술 흘러나오는 양 느껴지네.
如今足斟酌(여금족짐작) 지금처럼 넉넉히 마실 술이 있다면
且用慰遲暮(차용위지모) 잠시나마 만년의 삶을 위로할 수 있으리.
* 만세(晩歲) : 만년과 같음. 당시 두보는 46세였음.
* 석(昔) : 두보가 전년 6월 식구를 데리고 처음 부주에 와 있을 때를 가리킴.
* 북풍(北風) : 부주 지역은 추위가 이르며, 두보가 윤8월에 방문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임.
* 조상(糟牀) : 술을 짜내는 기구의 일종.
3
羣雞正亂叫(군계정란규) 닭들 한창 시끄럽게 울어대더니
客至雞鬪爭(객지계투쟁) 손님 오자 싸움질을 해대는구나.
驅雞上樹木(구계상수목) 닭을 쫓아 나무 위 올려 보내고
始聞叩柴荊(시문고시형) 막 사립짝 두드리는 소리 들었네.
父老四五人(부로사오인) 동네의 어르신들 네다섯 명이
問我久遠行(문아구원행) 나 한참을 먼 길 왔다며 위로하는데,
手中各有攜(수중각유휴) 수중에는 각기 가져온 것 있으니
傾榼濁復淸(경합탁부청) 술통 기울이자 탁주와 청주로구나.
莫辭酒味薄(막사주미박) “술맛이 박하다고 사양치 마오.
黍地無人耕(서지무인경) 기장 밭을 갈 사람이 없어서라오.
兵革旣未息(병혁기미식) 전쟁이 아직도 그치지 않아
兒童盡東征(아동진동정) 젊은애들 죄다 동으로 출정했지요.”
請爲父老歌(청위부로가) “청컨대 어르신들 위해 노래하리니
艱難愧深情(간난괴심정) 힘겨운 시절의 깊은 정 감사하외다.”
歌罷仰天歎(가파앙천탄) 노래 마치자 하늘 우러러 탄식을 하고
四座涕縱橫(사좌체종횡) 온 자리에서 한 바탕 눈물 쏟고 말았네.
* 서지(黍地) : 농사짓는 밭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