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鄭十八虔貶台州司戶, 傷其臨老陷賊之故, 闕爲面別, 情見於詩 (송정십팔건폄태주사호, 상기임노함적지고, 궐위면별, 정현어시)
태주사호로 폄직된 정건을 보내면서 늘그막 적에게 사로잡힌 변고를 가슴 아파하노라. 얼굴을 마주하여 송별하진 못했으나 나의 심정은 시에서 드러나리라.(七言律詩)
숙종 지덕 2년(757) 겨울, 두보가 부주(鄜州)에서 장안으로 돌아왔을 때 지은 시. 12월, 조정에서 반란군에게 잡혔다가 벼슬을 받은 관원을 6등급으로 나눠 정죄하였다. 그 때 두보와 “겉치레를 잊고 나 너라고(忘形到爾汝)” 일컫던 정건(鄭虔)이 수부낭중(水部郞中)에 임명된 죄과로 태주사호참군(台州司戶參軍)으로 좌천되었다. 태주는 지금 절강성 임해현(臨海縣)이다. 두보는 직접 대면하기가 힘들어 시로써 송별의 정을 표하였다. * 정십팔건(鄭十八虔) : 십팔은 정건의 배항(排行)이다.
鄭公樗散鬢成絲(정공저산빈성사) 정공은 쓰이지 못한 채 백발이 되었으며
酒後常稱老畫師(주후상칭노화사) 술 거나하면 늘 늙은 환쟁이라 일컬었네.
萬里傷心嚴譴日(만리상심엄견일) 엄한 견책 받고 만 리길 떠나 가슴 아픈데
百年垂死中興時(백년수사중흥시) 중흥의 시대에 인생이 죽음에 가까워졌네.
蒼惶已就長途往(창황이취장도왕) 창황히 먼 길 나서 떠나가고 말았거늘
邂逅無端出餞遲(해후무단출전지) 뜻하지 않은 일 만나 전별에 늦게 되었네.
便與先生應永訣(편여선생응영결) 문득 선생과 영원토록 이별을 하게 되니
九重泉路盡交期(구중천로진교기) 구천에서나 교유의 기약 다하게 되리라.
* 저산(樗散) : 가죽나무처럼 쓸모없이 치워진다는 뜻. 쓸모가 없어 세상에 쓰이지 않음을 비유함. 《庄子》 〈内篇·逍遥游〉,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내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죽나무라고 부른다. 그 큰 줄기는 울퉁불퉁해 먹줄을 칠 수가 없고, 그 자잘한 가지는 굽어서 자를 댈 수가 없다. 길에 서있어도 장인이 돌아보지 않는다. (惠子謂莊子曰:「吾有大樹,人謂之樗。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立之塗,匠者不顧.)
* 노화사(老畫師) : 정건이 그림을 잘 그렸으나 당시 풍조가 화가를 경시했으므로 스스로 자조한 것이다.
* 엄견(嚴譴) : 과도한 처벌을 받아 태주로 좌천된 것을 가리킴.
* 중흥(中興) : 당시 장안과 낙양을 수복했기에 이리 말한 것이다.
* 구중천(九重泉) : 구천과 같음. 죽어 땅에 묻힘을 비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