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鶻行(의골행) 의로운 송골매(五言古詩)
숙종 건원 원년(758), 두보가 장안에 있을 때 지었다. 전년에 반군에 패한 재상 방관(房琯)을 구원하는 상소를 올렸다 숙종의 노여움을 산 두보는 여전히 좌습유 직에 있었지만, 숙종이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 줄곧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안 부근의 휼수(潏水)를 지나다 나무꾼으로부터 송골매가 백사를 죽인 이야기를 들은 두보는 깊은 흥미를 느끼고 이 시를 지어냈다. 송골매가 위기에 처한 매를 도운 것처럼, 사람들 또한 남의 위기를 못 본 채 하지 말고 용감하게 나서는 의로움을 보여야 한다는 우의(寓意)를 담아냈다.
陰崖二蒼鷹(음애이창응) 응달진 북쪽 벼랑의 참매 두 마리
養子黑柏顚(양자흑백전) 검푸른 측백 꼭대기에 새끼를 기르는데,
白蛇登其巢(백사등기소) 허연 뱀이 그 둥지로 기어 올라가더니
呑噬恣朝餐(탄서자조찬) 닥치는 대로 아침거리로 물어 삼켰네.
雄飛遠求食(웅비원구식) 수컷은 멀리 먹이 구하러 날아갔으니
雌者鳴辛酸(자자명신산) 암컷만이 쓰라린 고통에 울부짖지만,
力强不可制(력강불가제) 힘이 세어 제압해 내지 못하니
黃口無半存(황구무반존) 어린 새끼 절반도 남지 않았네.
其父從西歸(기부종서귀) 그 아비는 서쪽에서 돌아오다가
翻身入長煙(번신입장연) 몸 뒤집어 아득한 안개 속 들어가더니,
斯須領健鶻(사수령건골) 잠시 후 커다란 송골매 이끌고 오니
痛憤寄所宣(통분기소선) 분통한 사정을 하소연한 것이로구나.
斗上捩孤影(두상려고영) 송골매 돌연 날아올라 몸을 뒤집더니만
噭哮來九天(교효래구천) 거센 울음 드높은 하늘에서 들려왔으며,
修鱗脫遠枝(수린탈원지) 긴 뱀은 높은 가지 벗어나 내려오다가
巨顙拆老拳(거상탁로권) 큰 대가리가 송골매 발톱에 찢어졌구나.
高空得蹭蹬(고공득층등) 고공으로부터 습격 받고 힘을 잃어서
短草辭蜿蜒(단초사완연) 짧은 풀 위도 기어 다닐 수 없게 되었고,
折尾能一掉(절미능일도) 잘린 꼬리를 한번 흔들기는 했다만
飽腸皆已穿(포장개이천) 불룩한 창자는 다 이미 구멍이 났네.
生雖滅衆雛(생수멸중추) 살았을 적엔 매의 새끼를 잡아 먹었으나
死亦垂千年(사역수천년) 그 죽음은 또한 천년토록 교훈이 되리니,
物情有報復(물정유보복) 세상의 물정에는 보복의 욕구가 있고
快意貴目前(쾌의귀목전) 당장 되갚음을 제일 후련하게 여기네.
茲實鷙鳥最(자실지조최) 이 송골매 실로 맹금 중 가장 뛰어나거늘
急難心炯然(급난심형연) 환난에서 구해주는 의협심 빛이 나도다.
功成失所往(공성실소왕) 공을 이루고도 간 곳조차 알 길 없으니
用舍何其賢(용사하기현) 나서고 물러남은 어찌 그리 현명하던가!
近經潏水湄(근경휼수미) 근래에 휼수가를 지나가다가
此事樵夫傳(차사초부전) 이 일을 나무꾼이 전하여 들려주었네.
飄蕭覺素髮(표소각소발) 느꼈노라, 나의 숱도 드문 허연 백발이
凜欲衝儒冠(름연충유관) 유관에 부딪칠 듯 쭈뼛 솟아 일어남을.
人生許與分(인생허여분) 사람이 살아가며 남을 도와주는 정분도
只在顧盼間(지재고반간) 잠시 돌아보는 사이에 있는 것일 뿐일세.
聊爲義鶻行(료위의골행) 애오라지 의로운 송골매의 노래를 지어
用激壯士肝(용격장사간) 그로써 장사들의 마음을 격려해 주노라.
* 창응(蒼鷹) : 중소형의 작은 매. 참매.
* 황구(黃口) : 새의 어린 새끼. 부리 주위가 노래서 생겨난 말.
* 두상(斗上) : 돌연 올라가다. * 고영(孤影) : 송골매를 가리킴.
* 교효(噭哮) : 사나운 소리로 길게 우는 것을 의미함.
* 유린(修鱗) : 뱀을 가리킴. 유는 길다는 뜻. 린은 비늘이 있는 몸.
* 층등(蹭蹬) : 힘이 빠진 모양.
* 물정(物情) : 사물의 이치나 인정 세태를 의미함.
* 휼수(潏水) : 장안의 두릉 부근 하천으로 위수로 유입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