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瘦馬行(수마행) (七言古詩)

by 오대산인

瘦馬行(수마행) (七言古詩)


숙종 건원 원년(758) 겨울, 두보가 화주(華州)에 있을 때 지은 시. 전투에 참여했다 상처를 입고 버려진 준마를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이 시를 지었다. 두보는 말을 특히 사랑한 시인으로, 측은한 시선으로 버려진 말을 돌아보며 자기 처지를 투영하였다.


東郊瘦馬使我傷(동교수마사아상) 동쪽 교외의 여윈 말이 내 맘을 아프게 하나니

骨骼硉兀如堵牆(골격률올여도장) 뼈 앙상하게 드러나 담장이 솟아난 것 같구나.

絆之欲動轉欹側(반지욕동전기측) 올가미 씌워 움직이게 하니 되레 버팅기는데

此豈有意仍騰驤(차기유의잉등양) 이 말이 어찌 예전처럼 내달릴 뜻 지녔겠는가.

細看六印帶官字(세간륙인대관자) 자세히 보니 여섯 낙인 중 ‘관(官)’ 자가 있는데

衆道三軍遺路旁(중도삼군유로방) 사람들 말하길 관군이 길에 버려뒀다 한다네.

皮乾剝落雜泥滓(피건박락잡니재) 메마른 살갗은 헐어 떨어지고 진흙투성이인데다

毛暗蕭條連雪霜(모암소조련설상) 털은 칙칙하니 빠져있고 눈과 서리 맺혀있구나.

去歲奔波逐餘寇(거세분파축여구) 지난해에 물밀듯 남은 반란군 축출할 때에

驊騮不慣不得將(화류불관부득장) 이 화류마는 훈련 안 되어 참여하지 못한 것이리.

士卒多騎內廐馬(사졸다기내구마) 사졸들 대부분이 나라에서 사육한 말을 탔는데

惆悵恐是病乘黃(추창공시병승황) 이 말은 병이 든 준마 아닌가 싶어 서글퍼지네.

當時歷塊誤一蹶(당시력괴오일궐) 당시 빠르게 달리다 잘못하여 넘어졌으리니

委棄非汝能周防(위기비여능주방) 버려짐이야 네가 막아낼 방법이 없었으리라.

見人慘澹若哀訴(견인참담약애소) 참담한 눈길로 사람 보며 애달피 호소하는 듯 한데

失主錯莫無晶光(실주착막무정광) 주인 잃고 낙담하여 밝은 눈빛 찾을 길 없구나.

天寒遠放雁爲伴(천한원방안위반) 날 추운데 먼 곳에 풀려 있으니 기러기가 짝이 되고

日暮不收烏啄瘡(일모불수오탁창) 저물어도 거두지 않으니 까마귀가 상처를 쪼아대네.

誰家且養願終惠(수가차양원종혜) 누가 잠시 기르다 끝까지 은혜 베풀어주길 원한다면

更試明年春草長(갱시명년춘초장) 내년 봄풀 자랄 쯤 다시 시험삼아 타볼 수 있으리.


* 동교(東郊) : 장안 동쪽 교외를 가리킴.

* 율올(硉兀) : 높이 솟은 모양. 돌출된 모양.

* 반지(絆之) : 발을 묶다. 絆은 말의 발을 잡아매는 밧줄.

* 등양(騰驤) : 날 듯이 내달리다.

* 삼군(三軍) : 대국의 군대를 가리킴.

* 모암(毛暗) : 말이 병들어 털빛이 어둑하게 변해 있다는 뜻. * 소조(蕭條) : 털이 드문 것을 가리킴.

* 화류(驊騮) : 준마를 가리킴. 전설에 주목왕(周穆王)이 탔다는 팔준마 가운데 하나. * 불관(不慣) : 전투에 익숙치 않음을 뜻함.

* 내구마(內廐馬) : 황실 소유의 마굿간에 있던 준마를 가리킴. 당시 군대에서 이용할 전마가 많지 않아 내구마를 탔다.

* 승황(乘黃) : 전설 속의 신마(神馬). 천리마의 일종.

* 력괴(歷塊) : 질주한다는 뜻. 준마가 도읍을 내달리는 것이 마치 흙무더기를 뛰어 넘는 것처럼 빠르다는 비유임.

* 주방(周防) : 두루 막아내다. 방비하다.

* 착막(錯莫) : 삭막(索莫)과 같음. 낙담해 쓸쓸한 모습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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