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위처사에게 줌(五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봄, 두보가 화주 사공참군으로 임명된 이후 지은 시. 두보는 전년 6월에 좌습유에서 화주 사공참군으로 좌천되었으며, 겨울에 휴가를 얻어 낙양으로 가 고향의 육혼장(陸渾莊)을 살펴본 뒤 봄에 낙양에서 화주로 가는 도중 위팔처사와 만났다. 난리를 겪은 후 오랜만에 옛친구와 조우해 만나긴 어렵고 헤어지기는 쉬운 인생에 대한 감개를 드러내었다. * 처사는 벼슬하지 않고 은거한 선비를 가리키며, 팔(八)은 그의 배항(排行).
人生不相見(인생불상견) 살아오며 서로 만나지 못함이여!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걸핏하면 삼성과 상성 같은 경우로다.
今夕復何夕(금석부하석) 오늘 밤은 또 어떤 밤이런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함께 이 등불의 빛을 누리고 있네.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젊은 시절이란 얼마나 되려는가?
鬢髮各已蒼(빈발각이창) 귀밑머리털 저마다 허옇게 세어버렸네.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친구를 찾아가면 반은 귀신이 되었으니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놀라 부르짖다 가슴 속 뜨거워진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이 흘러가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다시금 그대 집에 이르게 될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전에 헤어질 때 그대 미혼이더니
男女忽成行(남녀홀성행) 아들과 딸 홀연히 줄을 지었네.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기쁜 표정으로 아버지 친구 공경하면서
問我來何方(문아래하방) 내게 어디서 오셨냐 물어본다네.
問答未及已(문답미급이) 묻고 답하길 미처 끝내지 못했거늘
驅兒羅酒漿(아녀라주장) 아이들 내보내고 술상을 차려내네.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밤비 속에 봄 부추를 잘라내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누런 조를 섞어 새로 밥을 해주네.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얼굴 보기 어렵다며 주인은 말을 하고는
一擧累十觴(일거루십상) 연거푸 열 잔의 술을 권하는구나.
十觴亦不醉(십상역불취) 열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음은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그대의 깊은 옛 정에 감격한 때문이겠지.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내일이면 산을 사이에 두고 헤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우리 둘의 세상살이 아득하니 알길 없으리.
* 삼여상(參與商) : 삼성과 상성. 삼성은 동쪽, 상성은 서쪽에 있어 서로 현격히 떨어졌으며 뜨는 시간도 달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
* 부집(父執) : 아버지의 친구. ‘執’은 ‘接’의 차자(借字)로 가깝다는 의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