洗兵馬(세병마) (七言古詩)
시의 원주에 ‘경성을 수복한 이후 지음(收京後作)’이라 되어 있다. 숙종 건원 2년(759년) 봄 두보가 낙양에 있을 때 지은 시. 전년 10월 아홉 절도사(節度使)가 위주(衛州)를 회복한 이후 관군의 기세가 살아나 안사 반군 토벌이 성공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두보는 이 시를 지어 빠른 승리로 전란을 종결짓고 나라가 중흥되길 희망하였다.
中興諸將收山東(중흥제장수산동) 왕조를 중흥시킬 장군들 산동땅 수복하여서
捷書夜報淸晝同(첩서야보청주동) 승전보가 밤낮으로 한결같이 날라오는데,
河廣傳聞一葦過(하광전문일위과) 전해 듣자니 작은 배로도 넓은 황하 잘도 건너가
胡危命在破竹中(호위명재파죽중) 반군의 위태한 목숨이 파죽지세에 놓였다 하네.
祗殘鄴城不日得(지잔업성불일득) 남아있던 업성도 하루가 되지 않아 수복하리니
獨任朔方無限功(독임삭방무한공) 삭방 군사만 써도 무한한 공을 세울 수 있기에,
京師皆騎汗血馬(경사개기한혈마) 장안에선 회흘 병사 다들 한혈마 타고 다니며
回紇餧肉葡萄宮(회흘위육포도궁) 포도궁에서 고기나 먹으며 지내고 있다는구나.
已喜皇威淸海岱(이희황위청해대) 천자의 위엄으로 산동지역 맑게 쓸어내 기쁘긴 하나
常思仙仗過崆峒(상사선장과공동) 임금의 행차가 공동산을 지난 일 항상 떠올리나니,
三年笛裏關山月(삼년적리관산월) 〈관산월〉 피리 소리는 삼년 동안 군중에 울려 퍼졌고
萬國兵前草木風(만국병전초목풍) 온 나라가 초목과 바람에도 전쟁의 공포 겪어야 했다.
成王功大心轉小(성왕공대심전소) 성왕은 공로가 크셔도 마음은 조심스러우며
郭相謀深古來少(곽상모심고래소) 중서령 곽자의의 깊은 계략은 예로부터 드물고,
司徒淸鑒懸明鏡(사도청감현명경) 사도 이광필의 식견은 밝은 거울 달아놓은 듯 하며
尙書氣與秋天杳(상서기여추천묘) 상서 왕사례의 기개는 가을 하늘처럼 고원하도다.
二三豪傑爲時出(이삼호걸위시출) 이러한 호걸들이 시대를 위하여 출현하여서
整頓乾坤濟時了(정돈건곤제시료) 천지를 정돈하고 시대의 위기 속에서 구제했으니,
東走無復憶鱸魚(동주무부어로어) 농어가 떠올라서 동으로 달려갈 일 다시 없으며
南飛覺有安巢鳥(남비각유안소조) 남으로 날아가 새도 보금자리 편안한 줄 알게 되리.
靑春復隨冠冕入(청춘부수관면입) 푸른 봄날 다시 조정 대신은 뒤이으며 입궁을 하고
紫禁正耐煙花繞(자금정내연화요) 궁궐은 안개 속에 꽃 피어나 정히도 어울릴 것이니,
鶴駕通宵鳳輦備(학가통소봉련비) 태자와 임금의 수레는 밤새도록 준비하고 있다가
雞鳴問寢龍樓曉(계명문침룡루효) 새벽 닭 울면 용루에 나아가 밤사이의 문안 여쭈리.
攀龍附鳳勢莫當(반룡부봉세막당) 용에 매달리고 봉새에 붙은 세력 감당하기 어려우며
天下盡化爲侯王(천하진화위후왕) 천하의 많은 이들 죄다 제후와 왕에 봉해지고 있으나,
汝等豈知蒙帝力(여등기지몽제력) 너희들 따위가 어찌 천자의 힘을 알리오!
時來不得夸身强(시래부득과신강) 때가 오면 자신의 강함을 자랑하지 못하리.
關中旣留蕭丞相(관중기류소승상) 관중은 이미 승상 소하와 같은 방관이 머물러 지키고
幕下復用張子房(막하부용장자방) 막부 안에는 다시 장자방과 같은 장호를 기용했거늘,
張公一生江海客(장공일생강해객) 장호공은 강호의 은자로 일생을 보내었는데
身長九尺鬚眉蒼(신장구척수미창) 키는 아홉 자에 수염과 눈썹이 시퍼렇다네.
徵起適遇風雲會(징기적우풍운회) 소환해 기용하니 바람과 구름이 만난 듯 하고
扶顚始知籌策良(부전시지주책량) 위기에서 구제하여 그 계책이 뛰어난 줄 알게 됐으니,
靑袍白馬更何有(청포백마갱하유) 후경의 청포백마와 같은 반란군 어찌 다시 있으리!
後漢今周喜再昌(후한금주희재창) 후한 광무제와 주선왕 때처럼 다시 창성해 기쁘리라.
寸地尺天皆入貢(촌지척천개입공) 온 천하 각지에서 모두 들어와 조공을 바칠 것이며
奇祥異瑞爭來送(기상이서쟁래송) 기이하고 상서로운 물건을 앞 다퉈 보내오리니,
不知何國致白環(부지하국치백환) 어느 나라에서 흰 환옥을 바쳐올지 모르겠으며
復道諸山得銀甕(부도제산득은옹) 또 모든 산에서 은 항아리 나타났다 말을 하리라.
隱士休歌紫芝曲(은사휴가자지곡) 은사는 〈자지곡〉을 노래하기 그만둘 것이고
詞人解撰淸河頌(사인해찬청하송) 시인들은 〈하청송〉을 지을 줄 알게 될 것이나,
田家望望惜雨乾(전가망망석우건) 농부들은 거듭 갈망하며 가뭄에 비를 아쉬워하고
布穀處處催春種(포곡처처최춘종) 뻐꾸기는 곳곳에서 봄날 파종을 재촉하고 있구나.
淇上健兒歸莫嬾(기상건아귀막란) 기수가의 장병들 고향에 조속하게 돌아가야 하고
城南思婦愁多夢(성남사부수다몽) 장안 성남의 임 그리는 아내는 시름에 꿈도 잦으니,
安得壯士挽天河(안득장사만천하) 어이 해야 장사를 구해 은하수를 들이 부어서
淨洗甲兵長不用(정세갑병장불용) 갑옷과 병기 말끔히 씻고 영구히 쓰지 않게 되려나!
* 중흥제장(中興諸將) : 이 시의 아랫 부분에 언급된 성왕(이우), 곽상(자의), 사도(이광필), 상서(왕사례) 등을 가리킴. * 산동(山東) : 화산(華山)의 동쪽 지역. 대개 하북 지역을 가리킴.
* 하광(河廣) : 황하를 가리킴. 《시·위풍·하광》 : “누가 황하가 넓다 말하나? 갈대 하나로도 건널 수 있네.”(誰謂河廣? 一葦杭之.). 이 구절은 관군이 쉽게 황하 도하작전에 성공한 것을 비유한 것임.
* 호(胡) : 안경서, 사사명 반군을 가리킴.
* 업성(鄴城) : 하북도에 속한 상주(相州)를 가리킴. 당시 안경서 반란군이 장악한 상태였음. 지금 하남성 북부의 안양시(安陽市)와 하북 임장현(臨漳縣) 일대.
* 삭방(朔方) : 삭방절도사(朔方節度使)를 가리킴. 현종 때 십절도사 가운데 하나. 돌궐을 방비하기 위해 설치 했으며, 치소가 영주(靈州 : 지금 영하 영무 서남 지역)에 있었음.
* 한혈마(汗血馬) : 대완(大宛)에서 나는 명마. 여기서는 회흘(回紇)의 말을 가리킴. 장안과 낙양을 수복한 후 회흘의 왕자는 다시 말을 가져 오겠다고 하며 귀국하였고, 건원 원년(758) 8월에 3천 기병을 보내 안경서의 토벌을 도왔다. 그런 까닭에 장안에는 회흘의 말이 많았다.
* 포도궁(葡萄宮) : 한나라 때 상림원에 있던 궁전 이름. 한원제 때 선우가 내조하며 포도궁에 머물게 한 적이 있음. 여기서는 숙종이 회흘의 왕자를 후대한 것을 그에 비유한 것임.
* 해대(海岱) : 동해와 태산을 가리킴. 지금 산동성 일대를 가리킴.
* 선장(仙仗) : 황제의 의장(儀仗)을 비유함. * 공동(崆峒) : 산 이름. 당대에는 하남절도(河南節度)에 속했으며, 지금 감숙성 평량현 지역임. 숙종이 즉위 전 마외(馬嵬)에서 영무(靈武)로 갈 때 필히 경유하는 지역임. 이 구절은 이전에 숙종이 영무에서 즉위하기 전에 공동산을 지나던 때의 고생과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함을 말한 것이다.
* 삼년(三年) : 천보 14년(755) 11월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킨 이후 건원 2년(759) 2월 이 시를 짓던 시점까지 대략 3년 3개월이 경과했음. * 관산월(關山月) : 한 악부 〈횡취곡(橫吹曲)〉의 곡조 이름. 수졸이 고향을 떠나와 고생하며 그리워하는 정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 초목풍(草木風) : 초목은 병사의 모습을, 바람은 전장의 소리를 비유한 것임. 《晉書·苻堅載記》에, 부견이 누대에 올라 군대를 바라보니 초목이 다 사람의 형체와 비슷해 보였으며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도 병사처럼 느껴졌다는 기록이 있다.
* 성왕(成王) : 숙종의 장자. 후에 대종(代宗)이 됨. 장안과 낙양을 수복할 때 천하병마원수(天下兵馬元帥)로 지휘하였음.
* 곽상(郭相) : 곽자의(郭子儀)를 가리킴. 건원 원년(758) 8월에 재상의 지위인 중서령(中書令)에 임명되었음.
* 사도(司徒) : 이광필(李光弼)을 가리킴. 숙종 지덕 2년 4월에 검교사도(檢校司徒)에 임명되엇음.
* 상서(尙書) : 왕사례(王思禮)를 가리킴. 고구려 출신. 당시 병부상서(兵部尙書)가 되었음.
* 노어(鱸魚) : 서진(西晉) 때 오군(吳郡) 출신 장한(張翰)에 관한 고사. 그가 제왕(齊王)의 동조연(東曹掾)으로 재임 중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의 순채국과 농어회가 생각나 벼슬을 버리고 동으로 돌아간 고사가 있음.
* 남비(南飛) : 돌아갈 곳 없는 처지를 비유한 것임. 조조의 〈단가행(短歌行)〉에 “달 밝고 별 드문데, 까마귀 까치 남으로 날아가네. 나무를 에둘러 세 번을 돌고서, 어느 가지에 의지하리?”(月明星希, 烏鵲南飛, 繞樹三匝, 何枝可依.)라는 구절이 있음.
* 관면(冠冕) : 조회에 참여하는 신하들을 가리킴.
* 자금(紫禁) : 황제의 거처. * 내(耐) : 어울린다는 뜻.
* 학가(鶴駕) : 전설에 주영왕(周靈王)의 태자 진(晉)이 백학을 타고 신선이 되었다고 하여 태자의 수레를 일컫는 말이 되었음. * 봉연(鳳輦) : 황제의 수레를 가리킴.
* 용루(龍樓) : 황제가 거처하는 곳. 현종이 있는 흥경궁을 가리킴.
* 번룡부풍(攀龍附鳳) : 숙종과 장숙비(張淑妃)에게 붙어 이익을 도모하는 소인배를 가리킴. * 세막당(勢莫當) : 환관 이보국(李輔國) 등이 영무에서 숙종을 옹립한 뒤 과도한 지위와 상훈을 받고 세력이 커진 것을 의미함.
* 진화위후왕(盡化爲侯王) : 장안과 낙양 수복 후 촉땅으로 현종을 수행한 이들과 숙종의 옹립한 신하들이 상으로 봉작을 받은 것을 가리킴.
* 여등(汝等) : 이국보 등을 가리킴.
* 관중(關中) : 함곡관(函谷關)과 농관(隴關)의 사이의 지역. 소승상(蕭丞相) : 소하(蕭何)를 가리킴. 유방이 관중을 근거지로 삼기 위해 소하를 남겨두어 군수를 공급하게 하여 최종 항우를 패배시켰다. 여기서는 재상 방관(房琯)을 그에 비긴 것임.
* 장자방(張子房) : 한고조 유방의 공신 장량(張良)을 가리킴. 자방은 그의 자(字). 유방이 그를 두고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내 천리 밖의 승부를 결정한다”고 일컬었음. 여기서는 장호(張鎬)를 그에 비긴 것임. 장호는 숙종 지덕 2년(757년) 5월에 방관을 대신해 재상이 되었다가 이듬해 5월에 파직되었음.
* 장공(張公) : 장호를 가리킴. 강해객(江海客) :강해에 행적을 두고 벼슬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킴.
* 징기(徵起) : 징소(徵召)해 기용하다. 장호는 본래 종남산에 은거하던 중 천보 14년(755)에 포의(布衣)의 신분으로 좌습유에 임명되었다. 풍운회(風雲會) : 밝은 임금과 어진 신하가 만나 어울림을 비유함.
* 부전(扶顚) : 넘어지려는 것을 부지하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원한다는 의미임.
* 청포백마(靑袍白馬) : 조정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을 비유함. 남조 양나라 때 하남왕 후경(侯景)이 양나라를 배반했는데, 당시 민요에 “백마에 푸른 말고삐하고 수양으로 오네.”(白馬靑絲壽陽來)라는 가사가 있었다. 후경은 그에 부응해 백마를 타고 병사들에게 모두 청색 옷을 입힌 뒤 수춘(壽春)을 따라 건강(建康)으로 진격하였다.
* 후한금주(後漢今周) : 동한의 광무제(光武帝)와 서주의 선왕(宣王)을 가리킴. 둘 다 나라를 중흥시킨 임금으로, 당 숙종을 그들에 비긴 것임.
* 촌지척천(寸地尺天) : 한 치의 땅과 한 자의 하늘. 온 세상을 가리킴.
* 백환(白環) : 백옥으로 만든 둥근 고리 장식. 《죽서기년(竹書紀年)》 : “순임금 6년에 서왕모가 내조하여 백환(白環)과 백결(白玦)을 바쳤다.”
* 은옹(銀甕) : 전설에 제왕이 형벌이 공평하면 보물이 담긴 은 항아리가 출현한다고 함.
* 자지곡(紫芝曲) : 은자의 노래를 가리킴. 본래 진나라 말기 상산(商山)에 은거한 네 노인인 사호(四皓)가 부른 노래.
* 청하송(淸河頌) : 남조 송문제(宋文帝) 때 황하 물이 맑아져 포조(鮑照)가 태평해질 길조로 여겨 〈하청송(河淸頌)〉을 지은 바 있음.
* 석우건(惜雨乾) : 건원 2년 봄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 포곡(布穀) : 뻐꾸기. ‘뻐꾹뻐꾹’하는 울음 소리로부터 생겨난 이름이다.
* 기상건아(淇上健兒) : 기수가의 병사. 기수(淇水)는 업성(鄴城) 부근에 있다. 건아는 업성의 포위 공격에 투입된 병사를 가리킴.
* 성남(城南) : 장안성의 남쪽 지역을 가리킴. 장안의 궁정은 성북에 있었으며 일반 거주지는 성남에 있었음. * 사부(思婦) : 징집된 병사의 아내를 가리킴. * 장사(壯士) : 난세를 극복하고 백성을 구제할 영웅적 인물을 비유한 것임.
* 정세갑병(淨洗甲兵) : 갑옷과 병장기를 깨끗이 닦다. 전란을 종료시킨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