垂老別(수로별) 늘그막의 이별(五言古詩)
삼리(三吏), 삼별(三別) 가운데 한 수.
앞의 〈신안리(新安吏)〉와 같은 시기에 지은 시로서, 늘그막에 징병을 당한 가련한 노인의 사정을 다뤘다.
四郊未寧靜(사교미령정) 낙양 인근 사방이 평온하지 못하여
垂老不得安(수로부득안) 늘그막에도 편안히 살 수 없다만,
子孫陣亡盡(자손진망진) 아들 손자 전장에서 모두 사망했으니
焉用身獨完(언용신독완) 이 몸 홀로 온전한들 무엇하리오!
投杖出門去(투장출문거) 지팡이 내팽개치고 문을 나서 떠나니
同行爲辛酸(동행위신산) 동행하는 이들도 가슴 쓰라려 하는데,
幸有牙齒存(행유아치존) 다행히도 치아는 남아 있으나
所悲骨髓乾(소비골수건)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붙음이라네.
男兒旣介冑(남아기개주) 사나이 이미 갑옷 입고 투구 썼기에
長揖別上官(장읍별상관) 상관에게 절을 올리며 고별하거늘,
老妻臥路啼(로처와로제) 늙은 아내는 길에 누워 울부짖는데
歲暮衣裳單(세모의상단) 날 추운 세모이건만 홑옷차림이라네.
孰知是死別(숙지시사별) 죽어 헤어지게 될 줄 잘 알고 있다만
且復傷其寒(차부상기한) 추워 떠는 모습에 또다시 가슴 아픈데,
此去必不歸(차거필불귀) 이번에 가면 필시 돌아오지 못할 텐데도
還聞勸加餐(환문권가찬) “밥 잘 드시라”는 당부를 듣고 있구나.
土門壁甚堅(토문벽심견) 토문은 몹시 견고하게 장벽을 쌓았고
杏園度亦難(행원도역난) 행원으로는 건너오기 또한 어려우니,
勢異鄴城下(세리업성하) 업성을 공격할 때와 형세가 다르기에
縱死時猶寬(종사시유관) 비록 죽더라도 시간은 외려 넉넉하리.
人生有離合(인생유리합) 사람이 살며 헤어지고 만남 있거늘
豈擇衰盛端(기택쇠성단) 어찌 노년과 장년 사이 선택을 하랴만,
憶昔少壯日(억석소장일) 옛날 젊었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자니
遲廻竟長嘆(지회경장탄) 머뭇거리다 끝내 장탄식 내뱉게 되네.
萬國盡征戍(만국진정수) 온 나라 안이 전쟁에 동원되었고
烽火被岡巒(봉화피강만) 봉홧불은 산봉우리마다 뒤덮였으며,
積屍草木腥(적시초목성) 시체가 쌓여 초목에는 비린내 나고
流血川原丹(류혈천원단) 흐르는 피에 벌판이 시뻘게 물들었네.
何鄕爲樂土(하향위락토) 그 어느 고장이 낙원이길래
安敢尙盤桓(안감상반환) 어찌 감히 아직까지도 머뭇거리나?
棄絶蓬室居(기절봉실거) 오막살이집 버려두고 떠나려 하니
塌然摧肺肝(탑연치폐간) 덜커덕 가슴 속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 사교(四郊) : 옛날 서울의 사방 100리를 교(郊)라 하였음. 여기서는 동도 낙양 일대를 가리킴.
* 진(陣) : 진중(陣中). 전쟁터를 가리킴.
* 투장(投杖) : 분개한 모양을 형용한 것임.
* 동행(同行) : 함께 징집되어 가게 된 이들을 가리킴.
* 남아(男兒) : 노인의 자칭이다.
* 숙지(孰知) : 숙지(熟知)와 같음. 잘도 알다.
* 토문(土門) : 토문관(土門關). 옛날 정형구(井陘口)로 불리던 요충지. 하북 정형현(井陘縣) 지역에 있음.
* 행원(杏園) : 행원진(杏園鎭). 하남 급현(汲縣)의 동서쪽. 황하 인근으로 나루터가 있음.
* 세이업성하(勢異鄴城下) : 업성 함락을 위한 싸움은 공격이지만, 토문과 행원은 수비전이라 서로 형세가 다르다는 뜻.
* 소장일(少壯日) : 노인의 젊은 시절인 현종 개원 연간을 의미함. 평화롭게 번영하던 시절을 가리킴.
* 지회(遲廻) : 배회하며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
* 탑연(塌然) :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