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家別(무가별) 가족도 없는 이별(五言古詩)

by 오대산인

無家別(무가별) 가족도 없는 이별(五言古詩)

삼리(三吏), 삼별(三別) 가운데 한 수.

앞의 〈신안리(新安吏)〉와 같은 시기에 지은 시. 업성(鄴城)의 포위전에서 패한 후 집으로 달아나 있던 노병이 다시 현리에게 붙잡혀 복무하게 된 일을 그려내었다. 시 전체가 노병의 입을 빌어 서술되었다.

寂寞天寶後(적막천보후) 적막하니 천보 년간 이후로는

園廬但蒿藜(원려단호려) 밭이며 초가며 다만 잡초 투성이니,

我里百餘家(아리백여가) 우리 마을엔 백여 가구 있었으나

世亂各東西(세란각동서) 세상 난리에 각기 동서로 흩어졌다오.

存者無消息(존자무소식) 산 사람은 소식이 끊어졌으며

死者爲塵泥(사자위진니) 죽은 사람 진흙 되고 말았는데,

賤子因陣敗(천자인진패) 나는 전쟁에서 패하고 난 이후

歸來尋舊蹊(귀래심구혜) 옛길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久行見空巷(구행견공항) 한 참을 가도 텅 빈 동네만 보이고

日瘦氣慘悽(일수기참처) 해도 빛을 잃어 분위기 처량했으며,

但對狐與狸(단대호여리) 다만 여우 이리와 마주쳤는데

豎毛怒我啼(수모로아제) 털 세우고 내게 성을 내며 울부짖었소.

四鄰何所有(사린하소유) 사방 이웃집에는 누가 남아있겠소?

一二老寡妻(일이로과처) 늙은 과부 한두 명 있을 뿐이지만,

宿鳥戀本枝(숙조연본지) 깃든 새도 본래의 나뭇가지 그리거늘

安辭且窮棲(안사차궁서) 곤궁한 거처라고 어찌 마다하겠소?

方春獨荷鋤(방춘독하서) 마침 봄이라 홀로 괭이 메고 나가선

日暮還灌畦(일모환관휴) 날 저물도록 밭에다가 물을 주는데,

縣吏知我至(현리지아지) 현의 아전은 내가 온 줄 알아내고는

召令習鼓鞞(소령습고비) 명령 내려 북 치는 걸 익히게 했소.

雖從本州役(수종본주역) 비록 본 고을의 정역에 나서기는 해도

內顧無所攜(내고무소휴) 마을 안 돌아봐도 작별할 사람 없으며,

近行止一身(근행지일신) 근처로 가게 될지라도 나 혼자일 테고

遠去終轉迷(원거종전미) 멀리 가게 되면 끝내 떠돌게 되겠지요.

家鄕旣盪盡(가향기탕진) 고향 마을이야 진즉에 거덜이 났고

遠近理亦齊(원근리역제) 멀건 가깝건 또한 매한가지 사정이지만,

永痛長病母(영통장병모) 늘 애통한 것은 오래 앓다 가신 노모를

五年委溝谿(오년위구계) 5년째 산골짝에 대충 묻어둔 것이라오.

生我不得力(생아부득력) 나를 낳아주시고 잘 봉양 받지 못했으니

終身兩酸嘶(종신량산시) 죽도록 이 두 가지가 마음 쓰리게 하오.

人生無家別(인생무가별) 사람이 살며 헤어질 가족마저 없으니

何以爲蒸黎(하이위증려) 어찌 제대로 된 백성이라 하겠소!

* 천보(天寶) : 당현종의 연호. 천보 14년(755) 11월에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켰다.

* 천자(賤子) : 늙은 병사의 자칭이다. * 진패(陣敗) : 업성(鄴城) 싸움의 패배를 가리킴.

* 고비(鼓鞞) : 군중의 북을 치는 것. 다시 징집한다는 의미임.

* 지(止) : 다만, 단지.

* 오년(五年) : 안사의 난이 발발하고 당시까지 5년이 되었음. * 위구계(委溝谿) : 구계는 구학(溝壑)과 같음. 시신을 제대로 매장하지 못하고 구렁에 대충 묻었다는 뜻.

* 증려(蒸黎) : 보통의 평민 백성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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