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日歎(하일탄) (五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여름, 화주(華州)의 임소에 복귀해 지은 것. 봄에 아홉 절도사의 군대가 업성에서 패했으며, 그 해 4월 관중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어 굶주린 백성들이 유리걸식하였다. 이에 천재와 인재로 백성이 재앙을 만난 것을 탄식하고 태평스런 미래를 갈구하였다.
夏日出東北(하일축동북) 동북쪽에서 여름 해 나와서는
陵天經中街(릉천경중가) 하늘로 솟아 황도를 지나가네.
朱光徹厚地(주광철후지) 붉은 햇볕이 두터운 대지를 뚫으니
鬱蒸何由開(울증하유개) 찌는 무더위를 어찌 해야 걷어낼까?
上蒼久無雷(상창구무뢰) 창공엔 오래도록 천둥소리 없거늘
無乃號令乖(무내호령괴) 하늘의 호령이 어그러진 건 아닐는지?
雨降不濡物(우강불유물) 비 내려도 만물을 적셔주지 못하여
良田起黃埃(량전기황애) 좋은 밭에도 누런 흙먼지 일어나네.
飛鳥苦熱死(비조고열사) 나는 새도 더위에 시달려 죽어버리고
池魚涸其泥(지어학기니) 못의 물고기는 진흙까지 말라 버렸다.
萬人尙流冗(만인상류용) 수많은 이들 아직도 떠돌고 있으며
擧目惟蒿萊(거목유호래) 눈 들어 보면 오로지 잡초투성일세.
至今大河北(지금대하북) 지금 황하의 북쪽 지방은
化作虎與豺(화작호여시) 범과 승냥이 세상 되어 있다네.
浩蕩想幽薊(호탕상유계) 유주 계주 생각에 마음 걷잡을 수 없건만
王師安在哉(왕사안재재) 왕의 군사는 어디에 가 있단 말인가!
對食不能餐(대식불능찬) 밥을 마주하고도 먹을 수가 없으니
我心殊未諧(아심수미해) 나의 마음 퍽이나 평온하지 못하네.
眇然貞觀初(묘연정관초) 아득해라, 태종 다스리던 정관의 시대여
難與數子偕(난여수자해) 그 여러 명신들과 함께 하기 어려웁구나.
* 능천(陵天) : 하늘 위로 높이 솟다. * 중가(中街) : 해가 지나가는 궤도를 가리킴. 황도(黃道), 중도(中道)라고도 함.
* 주광(朱光) : 붉은 빛. 햇빛을 의미함.
* 울증(鬱蒸) : 찌는 듯한 무더위.
* 호령괴(號令乖) : 당시 권세를 부리던 환관 이국보(李國輔)로 인해 조정의 호령이 어긋남을 풍자한 것이기도 함.
* 류용(流冗) : 갈 곳을 잃고 유랑하다.
* 호래(蒿萊) : 쑥과 명아주. 잡초.
* 호여시(虎與豺) : 안사 반군을 비유함.
* 호탕(浩蕩) : 물이 솟구치며 거세게 흐름. 생각이 그렇듯 격렬하다는 뜻. * 유계(幽薊) : 유주 범양군(范陽郡)과 계주 어양군(漁陽郡)은 안사 반군이 세력을 키워 반란을 일으킨 근거지였음.
* 정관(貞觀): 당태종 이세민의 연호. 당의 성세가 시작된 시기임.
* 수자(數子) : 당태종의 명신인 방현령, 두여회, 위징 등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