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夜歎(하야탄) (五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앞의 〈하일탄(夏日歎)〉과 같은 시기에 화주(華州)에서 지은 시. 무더위에 시달리다 밤에 다소 시원함을 느낀 작자는 땀에 젖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고생하는 병사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이 시를 지었다.
永日不可暮(영일불가모) 긴긴해를 저물게 할 수도 없으니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찌는 듯한 더위 내 몸안에 독을 끼치네.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어이 해야 만리 장풍 일어나게 해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내 옷 위로 거세게 불어오게 하려나.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하늘에 훤한 달은 떠오르고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무성한 숲에는 희박한 빛 이르는데,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중하의 계절이라 몹시 밤이 짧기에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창 열어둔 채 서늘한 기운 받아들이네.
虛明見纖毫(허명견섬호) 밝은 달빛에 가는 터럭마저 잘 뵈고
羽蟲亦飛揚(우충역비양) 날벌레들 또한 둥실 날아오르거늘,
物情無巨細(물정무거세) 세상 물정은 크건 작건 따질 것 없이
自適固其常(자적고기상) 자기 맘대로 살려함이 원래 당연하네.
念彼荷戈士(념피하과사) 저 창을 든 병사들을 염려하나니
窮年守邊疆(궁년수변강) 한해 내내 변경을 지키고 있는데,
何由一洗濯(하유일세탁) 어찌해야 한번 그 몸을 씻게 해주리?
執熱互相望(집열호상망) 더위 먹은 채 서로 바라볼 뿐이로구나.
竟夕擊刁斗(경석격조두) 밤새도록 조두를 두드리고 있어
喧聲連萬方(훤성련만방) 떠들썩한 소리 온 세상에 이어지거늘,
靑紫雖被體(청자수피체) 청색 자색 관복을 몸에 걸치게 된다한들
不如早還鄕(불여조환향) 일찌감치 고향에 돌아감만 같지 못하리.
北城悲笳發(북성비가발) 북성에서 구슬픈 피리소리 울려 퍼지고
鸛鶴號且翔(관학호차상) 황새는 울어대며 빙빙 날고 있구나.
況復煩促倦(황부번촉권) 더군다나 번민으로 마음 지쳐가기에
激烈思時康(격렬사시강) 격렬히 시국의 안녕을 생각하게 된다네.
* 영일(永日) : 여름날의 태양. 여름에는 낮이 길어 영일이라 함.
* 호천(昊天) : 일정한 계절의 하늘. 여기서는 여름 하늘을 가리킴.
* 중하(仲夏) : 음력 5월을 가리킴.
* 허명(虛明) : 달밤의 밝음을 가리킴.
* 물정(物情) : 물리(物理)와 인정(人情).
* 자적(自適) : 구속 받지 않고 제 맘대로 하며 편안히 지냄.
* 과(戈) : 갈고리가 붙은 창의 일종.
* 세탁(洗濯) : 목욕의 의미임.
* 조두(刁斗) : 딱딱이. 밤중에 쳐서 때를 알리거나 경보용으로 사용됨.
* 청자(靑紫) : 청색과 자색의 관복.
* 북성(北城): 화주(華州) 성을 가리킴. * 가(笳) : 북방 소수민족에게서 유래된 피리의 일종. 음색이 처량하다.
* 번촉(煩促) : 마음의 조급함이나 초조함. 번민과 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