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州雜詩 二十首(진주잡시 20수 중에서) (五言律詩)

by 오대산인

秦州雜詩 二十首(진주잡시 20수 중에서) (五言律詩)


숙종 건원 2년(759) 가을, 두보가 진주(秦州)에 머물러 살 때 지은 시. 그 해 7월 관중(關中) 땅에 가뭄이 들어 유민이 대량 발생했었다. 당시 두보는 화주사공참군(華州司空參軍)으로 있으며 무능한 조정에 대한 실망과 정치 이상을 펼 수 없이 미관말직에 있는 자기 처지에 비관해 관직에서 물러나 가족을 이끌고 진주로 옮겨갔다. 진주에 있으며 그 곳의 산천 풍물을 노래하고 시절을 가슴 아파하는 정과 개인적인 불우한 신세에 대한 슬픔 등을 총 20수의 시에 담았다. * 진주는 지금 감숙성 천수시(天水市) 지역으로, 농산(隴山)의 서쪽에 있다. 당대에 서북 변경의 요충지로서 장안에서 서쪽 멀리 떨어져있다. 두보의 종질(從姪)인 두좌(杜佐)가 진주의 동가곡(東柯谷)에 살고 있었고, 친구 찬공(贊公)이 서지촌(西枝村)에 살고 있었다.


1

滿目悲生事(만목비생사) 생계와 세상사 눈 가득 슬픔뿐이니

因人作遠遊(인인작원유) 남에 의지하려 먼 길을 떠나왔노라.

遲回度隴怯(지회도농겁) 굽이굽이 돌아 농판 넘어가기 겁나고

浩蕩及關愁(호탕급관수) 아득하니 농관 이르자니 근심스럽네.

水落魚龍夜(수락어룡야) 밤중 어룡천 냇물은 줄어 있으며

山空鳥鼠秋(산공조서추) 가을 조서산은 고요하기만 하구나.

西征問烽火(서정문봉화) 서쪽으로 오며 봉화 올랐나 물어봤거늘

心折此淹留(심절차엄류) 여기 머무르려하니 마음 몹시 두렵네.


* 농(隴) : 농산(隴山). 농판(隴阪)을 가리키기도 함. 높고 긴 비탈길을 넘어가는 데 7일이 걸린다고 함.

* 관(關) : 농관(隴關)을 가리킴. 형세가 험준하다.

* 어룡(魚龍) : 진주 부근의 냇물 이름.

* 조서(鳥鼠) : 진주 부근의 산이름.

* 문봉화(問烽火) : 당시 진주 일대에 토번의 위협이 있어 앞길에 침략을 알리는 봉홧불이 오르진 않았나 염려한 것임.



3

州圖領同谷(주도령동곡) 진주의 지도에 동곡이 속해 있으며

驛道出流沙(역도출류사) 역로는 사막 지역으로 뻗어나갔네.

降虜兼千帳(항로겸천장) 귀순한 이민족은 몇 천 호에 이르고

居人有萬家(거인유만가) 토착민들은 만 집에 달하는구나.

馬驕朱汗落(마교주한락) 건장한 말은 달리며 붉은 땀을 흘리고

胡舞白題斜(호무백제사) 호인이 춤추자 흰색 전립 기울어진다.

年少臨洮子(년소임조자) 연소한 임조 땅의 사내들

西來亦自誇(서래역자과) 서쪽에서 와 역시 으스대고 있는구나.


* 주도(州圖) : 진주의 지도가 붙은 지리지(地理志)를 가리킴. 진주도독부(秦州都督府)는 천수(天水), 농서(隴西), 동곡(同谷) 세 군을 거느렸다.

* 류사(流沙) : 당대 농우도(隴右道)는 동으로 진주에 접해 있으며 서쪽으로는 사막으로 연결되어 있음.

* 항로(降虜) : 당에 투항해 귀순한 소수민족 출신을 가리킴.

* 주한(朱汗) : 한혈(汗血)과 같음. 서역의 대완(大宛)에서 나는 준마는 핏빛 땀을 흘린다는 전설이 있음.

* 백제(白題) : 옛날 흉노 부족이 착용하던 백색의 모직 모자.

* 임조(臨洮) : 진주의 서쪽 지역. 풍습이 용맹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4

鼓角緣邊郡(고각연변군) 북 나팔소리 변방 고을에 퍼지고

川原欲夜時(천원욕야시) 광야에는 밤 시간이 찾아들려 하네.

秋聽殷地發(추청은지발) 가을날 땅을 울리는 북소리 들려오고

風散入雲悲(풍산입운비) 바람은 처량히 구름 속으로 흩어져가네.

抱葉寒蟬靜(포엽한선정) 쓰르라미는 잎에 붙은 채 울지를 않고

歸山獨鳥遲(귀산독조지) 한 마리 새 느릿느릿 산으로 돌아가네.

萬方聲一概(만방성일개) 온 나라 안에 나는 소리 한결같으니

吾道竟何之(오도경하지) 나의 갈 길 끝내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변군(邊郡) : 진주를 가리킴.

* 천원(川原) : 광야, 평원. 川은 평지를 가리킴.

* 은지발(殷地發) : 은(殷)은 본래 천둥 울리는 소리를 가리키나, 여기서는 땅에 울리는 북 소리를 비유한 것임.

* 입운비(入雲悲) : 구슬픈 나팔소리가 바람 따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 흩어짐을 의미함.

* 일개(一概) : 일률(一律)과 통함. 전부 다 똑같다는 뜻.



5

南使宜天馬(남사의천마) 남사 관할지는 준마 기르기에 적합해

由來萬匹強(유래만필강) 이제껏 만 필 넘게 많이도 길러냈다네.

浮雲連陣沒(부운연진몰) 부운 같은 명마가 연거푸 전장에서 죽으니

秋草遍山長(추초편산장) 가을 풀만 온 산야에 자라나고 있구나.

聞說真龍種(문설진용종) 얘기를 들어보니 진짜 용마 가운데

仍殘老驌驦(잉잔노숙상) 늙어진 숙상만이 아직도 남아있다네.

哀鳴思戰鬥(애명사전투) 애처롭게 울며 전쟁터를 생각하면서

迥立向蒼蒼(형립향창창) 저 멀리 푸른 하늘 향해 서서 있으리.


* 남사(南使) : 당대에 농우(隴右) 지역의 목마 담당 관직명. 남사의 관할은 진주 북부였음. * 천마(天馬) :준마를 가리킴.

* 강(強) : 수량이 많아 넘쳐난다는 뜻.

* 부운(浮雲) : 한문제의 아홉 명마 가운데 하나. 좋은 말을 가리킴.

* 용종(龍種) : 진주 일대에서 용마(龍馬)가 태어난다는 전설이 있음.

* 숙상(驌驦) : 서리처럼 하얀 백색의 준마.



7

莽莽萬重山(망망만중산) 만 겹의 산봉우리들 끝이 없는데

孤城山谷間(고성산곡간) 성 하나 산골 사이에 자리를 했네.

無風雲出塞(무풍운출새) 바람 없으나 구름은 변새를 벗어나고(무풍새에서 구름은 벗어나고)

不夜月臨關(불야월림관) 밤이 아닌데 달은 관새를 비추고 있으리.(불야성에 달은 비추고 있으리)

屬國歸何晚(속국귀하만) 토번에 간 사신은 어찌해 귀환이 늦나?

樓蘭斬未還(누란참미환) 부개자처럼 누란왕 베고 못 돌아오네.

煙塵一長望(연진일장망) 오래도록 연기와 먼지 바라보자니

衰颯正摧顏(쇠삽정최안) 쓸쓸한 풍경에 안색마저 초췌해지네.


* 고성(孤城) : 진주성을 가리킴.

* 무풍(無風) : 요새의 이름이기도 함.

* 불야(不夜) : 성(城)의 이름이기도 함.

* 속국(屬國) : 한나라 때 관직명. 전속국(典屬國)의 줄임말. 흉노에 사신으로 갔던 소무가 억류된 지 20년이 넘어 귀국한 뒤 전속국에 임명되었다. 여기서는 당나라에서 당시 토번에 파견한 사신을 가리킴.

* 누란(樓蘭) : 한나라 때 서역의 국명. 한소제(漢昭帝) 때 누란이 흉노와 연맹해 대적하자 부개자(傳介子)가 누란의 왕을 죽이고 그 목을 장안으로 가져왔다.




8

聞道尋源使(문도심원사) 듣자니 황하의 근원 찾아나선 사신이

從天此路回(종천차로회) 진주 이 길 따라 하늘에서 돌아왔다네.

牽牛去幾許(견우거기허) 견우 있는 곳과 이곳은 거리 얼마나 될까?

宛馬至今來(완마지금래) 대완국의 말들이 이제껏 들어왔었네.

一望幽燕隔(일망유연격) 한번 바라보니 유연 땅은 막혀 있는데

何時郡國開(하시군국개) 어느 때나 나라 안의 길이 트이려는가?

東征健兒盡(동정건아진) 동정에 나선 건아들 죄다 죽고 말았고

羌笛暮吹哀(강적모취애) 저물녘 부는 강적 소리는 애달프기만.


* 심원사(尋源使) : 한무제(漢武帝)가 서역으로 파견한 장건(張騫)을 가리킴. 민간 전설에 의하면 장건이 뗏목을 타고 가다 은하에 도착했다고 함.

* 차로(此路) : 진주의 도로를 가리킴. 당시 서역으로 파견한 사신과 징집되어 변경으로 가는 군사가 상시 진주를 통과하였음.

* 견우(牽牛) : 견우성을 가리킴.

* 완마(宛馬) : 서역의 대완(大宛)에서 나는 명마. 한혈마(汗血馬)라고도 함.

* 유연(幽燕) : 유주(幽州)와 옛 연(燕)나라 땅. 안사 반군의 근거지.

* 군국(郡國) : 중국 각지를 가리킴.

* 동정건아(東征健兒) : 진주 출신으로 동쪽의 반군 토벌에 참전한 젊은이들을 가리킴.

* 강적(羌笛) : 소수민족인 강족으로부터 전래래된 피리. 음색이 애처롭다.




18

地僻秋將盡(지벽추장진) 외진 땅에 가을도 다 지나가려 하는데

山高客未歸(산고객미귀) 높은 산지의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네.

塞雲多斷績(새운다단적) 변새의 구름은 단속이 잦기도 하고

邊日少光輝(변일소광휘) 변지의 해는 광채가 적기도 하다.

警急烽常報(경급봉상보) 봉수대에서는 늘 위급함을 알리고

傳聞檄屢飛(전문격루비) 긴급한 소식 전하는 격문 자주 날아오네.

西戎外甥國(서융외생국) 서쪽 오랑캐 토번은 조카의 나라이거늘

何得迕天威(하득오천위) 어떻게 당의 위엄을 거스른단 말인가!


* 객(客)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격(檄) : 옛날 관청에서 징집이나 토벌 등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 본래 한 자가 넘는 길이의 목간(木簡)에다 기록하였다.

* 서융(西戎) : 서방의 소수민족에 대한 통칭. * 외생국(外甥國) : 외생은 누이가 낳은 조카를 가리킴. 당태종 때 종실인 문성공주를, 중종 때는 금성공주를 토번왕에게 시집보내 화친을 맺은 적이 있음.



20

唐堯真自聖(당요진자성) 요는 참으로 성인다운 임금이다만

野老復何知(야노부하지) 나 같은 촌 늙은이 또 무엇을 알랴.

曬藥能無婦(쇄약능무부) 약초 말리는 아내가 없으리오?

應門亦有兒(응문역유아) 문 앞에서 응접하는 아이도 있네.

藏書聞禹穴(장서문우혈) 글 보관하던 우임금의 동굴 있다 들었고

讀記憶仇池(독기억구지) 구지산에 관한 기록 본 것도 기억이 나네.

為報鴛行舊(위보원항구) 조정의 옛 동료들에게 알려주나니

鷦鷯在一枝(초료재일지) 나 뱁새처럼 가지 하나에 깃들었다오.


* 당요(唐堯) : 오제(五帝)의 한 명인 요임금. 제왕이 되기 전 당(唐)에 봉해졌으며 도당씨(陶唐氏)라고도 불림.

* 우혈(禹穴) : 하나라 때 우임금이 서적을 보관했다는 석굴. 진주 인근인 감숙성 영정현의 사찰에 석굴이 있다고 함.

* 구지(仇池) : 산 이름. 진주 서쪽 동곡현(지금 감숙성 성현) 서쪽에 있으며, 산 위에 못이 있음.

* 원항(鴛行) : 조정 신료들이 늘어선 줄을 비유함.

* 초료(鷦鷯) : 뱁새. 《장자·소요유》 :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트나, 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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