留花門(류화문) 회흘이 주둔해 머물러 있다(五言古詩)

by 오대산인

留花門(류화문) 회흘이 주둔해 머물러 있다(五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가을에 두보가 진주(秦州)에 있을 때 지었다. 화문은 본래 지명으로, 거연해(居延海) 북쪽으로 300리 지점에 있던 화문산(花門山)을 가리킨다. 여기에 보(堡)를 쌓고 병사를 주둔시켰는데, 천보 연간에 회흘에게 점령되었다. 그런 이유로 화문이 회흘의 속칭이 되었다. 안사의 난이 발발하자 숙종은 회흘의 출병을 요청하였고, 장안과 낙양 수복에 지원을 받았다. 이후 회흘 병사를 장안성 밖에 주둔하도록 허용하였고, 또한 회흘에 공주를 시집보내는 등 과도하게 호의를 펴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두보는 회흘에 의존하는 정책에 내심 반대하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花門天驕子(화문천교자) 회흘은 하늘이 총애하는 자식이라 하는데

飽肉氣勇決(포륙기용결) 고기를 즐겨 먹으며 기질은 용감하고,

高秋馬肥健(고추마비건) 하늘 높은 가을철에 말 살찌고 건장해지면

挾矢射漢月(협시사한월) 중국 땅에 쳐들어와 활을 당기며 쏘아댔네.

自古以爲患(자고이위환) 예로부터 우환거리로 여겨왔음에도

詩人厭薄伐(시인염박벌) 시경의 시인은 정벌 일삼는 걸 싫어했으며,

修德使其來(수덕사기래) 덕을 닦아 그들이 귀순해 오도록 해왔으니

羈縻固不絶(기미고부절) 그들을 얽어맨 굴레 고삐가 끊기지 않았네.

胡爲傾國至(호위경국지) 어찌해 그들이 국력을 기울여 병사를 파견해

出入暗金闕(출입암금궐) 궁궐을 마음대로 출입하며 암담하게 하는가!

中原有驅除(중원유구제) 중원에 몰아내야할 반란군이 있기에

隱忍用此物(은인용차물) 마지못해 이 자들을 이용할 뿐이었네.

公主歌黃鵠(공주가황곡) 공주는 황곡 노래하며 회흘 추장에게 시집가고

君王指白日(군왕지백일) 임금은 해 가리키며 맹서하고 구원 요청했으니,

連雲屯左輔(련운둔좌보) 잇닿은 구름장인 양 장안 동쪽 땅에 주둔하여

百里見積雪(백리견적설) 백리에 눈 쌓인 듯 회흘의 흰 옷과 깃발 보이네.

長戟鳥休飛(장극조휴비) 길다란 창을 들고 다녀 새들도 날기를 멈췄으며

哀笳曙幽咽(애가서유열) 그들의 구슬픈 피리소리 날 밝도록 울어대거늘,

田家最恐懼(전가최공구) 농가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건 말을 내달려

麥倒桑枝折(맥도상지절) 보리 쓰려지고 뽕나무 가지가 꺾어짐이라네.

沙苑臨淸渭(사원림청위) 그들 주둔한 사원 땅은 맑은 위수가에 임하여

泉香草豐潔(천향초풍결) 샘물 맛좋고 물가에는 말 먹일 풀도 풍성한데,

渡河不用船(도하불용선) 그들은 강 건널 때에도 배를 이용하지 않으며

千騎常撇烈(천기상별렬) 수많은 기병이 늘 신속하게 내달린다네.

胡塵踰太行(호진유태항) 오랑캐 반란군 먼지 일으키며 태항산을 넘어서

雜種抵京室(잡종저경실) 혼혈잡종 반란군 낙양을 치려고 오고 있건만,

花門旣須留(화문기수류) 희흘 병사는 그저 주둔한 채 머물러만 있으니

原野轉蕭瑟(원야전소슬) 전야만 점점 더욱 황량해지고 말겠구나.


* 천교자(天驕子) : 흉노를 일컫는 말. 당나라 때 회흘은 흉노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한서 · 흉노전》에 “호인(胡人)은 하늘이 사랑하는 자식이다.”(胡者, 天之驕子.)라는 말이 나온다. ‘교자’는 본래 흉노가 자기들은 하늘의 총애를 받는 강성한 족속이란 뜻으로 일컫는 말이었다.

* 사한월(射漢月) : 흉노가 중국 내지를 침입한 것을 형상적으로 표현한 것임.

* 시인염박벌(詩人厭薄伐) : 《시경 · 소아 · 유월》 : “험윤을 정벌하였다.”(薄伐獫狁)는 구절이 있음. 혐윤은 주나라 때의 북방 이민족으로 자주 침략을 하였음. 박벌은 정벌과 같음. 박은 발어사. 시인은 시경 〈유월〉의 작자를 가리킴.

* 기미(羈縻) : 굴레와 고삐. 맘대로 날뛰지 못하며 묶어두고는 회유한다는 뜻.

* 경국(傾國) : 회흘이 수많은 병력을 동원해 당을 지원한 것을 이름.

* 금궐(金闕) : 회흘이 당군의 낙양 수복을 지원한 뒤 3일을 약탈하였고 마음대로 궁전을 출입하였다.《신당서 · 회흘전》

* 차물(此物) : 회흘을 멸시해 지칭한 것임.

* 공주가황곡(公主歌黃鵠) : 한무제 때 공주를 서역의 오손(烏孫) 국왕에게 시집보내니, 공주가 슬퍼하며 노래하기를, “원하노니 황곡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고고 싶다.”(願爲黃鵠兮歸故鄕)고 하였음. 여기서는 과부로 있던 숙종의 딸 영국공주(寧國公主)를 회흘의 비가궐가한(毗伽闕可汗)에게 시집보낸 것을 가리킴.

* 지백일(指白日) : 태양을 가리키며 맹서를 하다. 숙종이 반군 토벌에 회흘의 지원을 얻기 위해 동맹한 것을 가리킴.

* 좌보(左輔) : 장안 동쪽의 사원(沙苑)을 가리킴. 사초(沙草)가 많이 자라 방목하기 좋은 곳으로, 당시 목장이 있었음. 회흘의 기병이 거기 주둔하였음. 장안의 동쪽이어서 ‘左’라 했으며, ‘輔’는 도성 부근 지역을 가리키는 말임.

* 적설(積雪) : 회흘 병사들이 흰 옷, 흰 모자, 흰 깃발을 들어 눈에 비유한 것임.

* 사원(沙苑) : 앞의 ‘좌보(左輔)’ 주석을 참조.

* 별렬(撇烈) : 잽싸고 날랜 모양.

* 호진(胡塵) : 사사명과 반군을 가리킴. 숙종 건원 2년(759) 9월 사사명이 범양(范陽)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하남으로 내려와 변주, 정주를 치고 다시 동도 낙양을 공격해 함락시켰다.

* 잡종(雜種) : 사사명과 반군을 가리킴. * 경실(京室) : 동도 낙양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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