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가인) 미인(五言古詩)

by 오대산인

佳人(가인) 미인(五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가을, 진주에 있을 때 지었다. 전란을 거치면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깊은 산골에서 힘겹게 사는 여인의 기박한 신세를 노래하였다. 아름답고 고결하지만 불행을 피할 수 없었던 여인의 가련한 인생 행로에 두보 자신의 불우한 처지가 기탁되어 있다.


絶代有佳人(절대유가인) 절세미인이 있어

幽居在空谷(유거재공곡) 깊숙한 산골에 숨어서 사네.

自云良家子(자운량가자) 스스로 말하길, "양가집 자식이오나

零落依草木(령락의초목) 몰락해 초목에 의지해 살지요.

關中昔喪亂(관중석상란) 전에 관중 땅이 난리 겪을 때

兄弟遭殺戮(형제조살륙) 형제들은 살육을 당하였지요.

官高何足論(관고하족론) 관직이 높다한들 어찌 말할 것 있소?

不得收骨肉(부득수골육) 시신도 거두지 못했답니다.

世情惡衰歇(세정오쇠헐) 세상 인심이야 쇠퇴함을 싫어하지만

萬事隨轉燭(만사수전촉) 만사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촛불입지요.

夫婿輕薄兒(부서경박아) 지아비는 경솔하고 야박한 사람이며

新人美如玉(신인미여옥) 새로 얻은 사람은 옥과 같이 예쁜데,

合昏尙知時(합혼상지시) 합혼나무도 외려 합해질 때를 알며

鴛鴦不獨宿(원앙부독숙) 원앙새도 혼자는 잠들지 아니 하지요.

但見新人笑(단견신인소) 새 사람의 웃음만 보일 뿐이니

那聞舊人哭(나문구인곡) 옛 사람의 울음소리 어찌 들리겠나요?

在山泉水淸(재산천수청) 산에 있는 샘물은 맑다고들 하지만

出山泉水濁(출산천수탁) 산을 나온 샘물은 흐리다고 하지요."

侍婢賣珠廻(시비매주회) 몸종은 주옥을 내다 팔고 돌아와서는

牽蘿補茅屋(견라보모옥) 넝쿨을 끌고 와 초가를 손질하는구나.

摘花不揷髮(적화불삽발) 미인은 꽃을 따도 머리에 꽂지 않으며

采柏動盈掬(채백동영채) 측백잎을 따 한 웅큼 쥐어보곤 하네.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날 차갑고 푸른 옷소매 얄팍한데도

日暮倚修竹(일모의수죽) 저물녘 높게 뻗은 대에 기대있구나.


* 관중(關中) : 함곡관의 서쪽 지역. 여기서는 장안을 가리킴. 현종 천보 15년(756) 6월에 안사 반군이 장안을 함락시켰다.

* 합혼(合昏) : 합환수(合歡樹). 자귀나무를 가리킴. 아침에는 잎이 펼쳐져 있다가 밤이면 합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 원앙(鴛鴦) : 암수가 정이 많아 평생 짝을 이뤄 산다고 전해짐.

* 구인(舊人) : 가인을 가리킴.

* 산(山) : 남편이 있는 집을 비유한 것임. * 천수(泉水) : 가인 자신을 비유함. 이 구절과 다음 구절은 부인이 남편의 집에 있을 땐 산속의 샘물처럼 사랑을 받고 세상 사람들이 맑다고 여기지만, 부인이 남편에게 버림을 받으면 산 밖에 흐르는 샘물과 같아져 사람들이 흐리게 여긴다는 뜻임.

* 동(動) : 늘, 걸핏하면.

* 채백(采柏) : 상록수인 측백은 변함없이 굳건한 덕성을 비유함.

* 취수(翠袖) : 넓은 의미로 의복을 지칭한 것임.

* 수죽(修竹) : 키가 커다란 대나무. 곧은 대나무는 절개를 암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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