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秦州(발진주) 진주를 출발하며(五言古詩)
원주에 “건원 2년, 진주(秦州)에서 동곡현(同谷縣)으로 가는 길의 기행(乾元二年, 自秦州赴同谷縣紀行)“이라 적혀 있다. 이 시는 759년 가을에 동곡현(지금 감숙성 成縣)으로 이주하는 도중에 지은 것이다. 그 해 7월, 두보는 난리를 피해 생계를 꾸리려 진주로 오게 됐지만 진주에 정착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10월 초에 다시 가족을 거느리고 진주 서남쪽 265리 떨어진 동곡으로 이주하였다. 이 여로 상에서 12수의 기행시를 지었는데, 다음은 그 첫째 수이다.
我衰更懶拙(아쇠갱나졸) 나 쇠약한데다 게으르고 졸렬해
生事不自謀(생사부자모) 생계를 스스로 도모하지 못하니,
無食問樂土(무식문락토) 먹을 게 없어 살기 좋은 땅 물어보고
無衣思南州(무의사남주) 입을 게 없어 남쪽 고을 생각하게 됐네.
漢源十月交(한원시월교) 한원 땅은 시월 초순 경에도
天氣如涼秋(천기여량추) 날씨가 가을날처럼 서늘하여서,
草木未黃落(초목미황락) 초목은 누렇게 낙엽지지 않으며
況聞山水幽(황문산수유) 산수도 그윽하다고 전해 들었다.
栗亭名更嘉(율정명갱가) 율정은 이름도 아름답거니와
下有良田疇(하유량전주) 그 밑으론 좋은 밭도 있다는데,
充腸多薯蕷(충장다서여) 배를 채워줄 참마도 많고
崖蜜亦易求(애밀역이구) 벼랑의 꿀도 쉽게 구할 수 있다네.
密竹復冬笋(밀죽부동순) 빽빽한 대숲에는 겨울에도 순이 자라고
淸池可方舟(청지가방주) 맑은 못은 배를 띄울 수 있으니,
雖傷旅寓遠(수상려우원) 멀리 객지로 가 사는 게 맘에 걸리나
庶遂平生遊(서수평생유) 아마도 평생 즐겁게 노닐 수 있으리.
此邦俯要衝(차방부요충) 이 고장은 요충지 위에 자리하여서
實恐人事稠(실공인사조) 실로 인사가 번다해 염려스러웠으니,
應接非本性(응접비본성) 응대하는 일이 본성에 맞지 않았고
登臨未銷憂(등림미소우) 산에 올라 근심 삭히기도 어려웠네.
谿谷無異石(계곡무이석) 계곡에는 기암괴석도 없으며
塞田始微收(새전시미수) 변새의 밭이라 겨우 조금 수확했으니,
豈復慰老夫(기부위로부) 어찌 다시 늙은 내게 위안이 되리?
惘然難久留(망연난구류) 실망스러워 오래 머물러 살기 어렵네.
日色隱孤戍(일색온고수) 햇빛은 쓸쓸한 수루 뒤로 숨어버리고
烏啼滿城頭(오제만성두) 까마귀 울음소리 성 머리에 가득한데,
中宵驅車去(중소구거거) 한 밤중 수레를 몰아 떠나가서는
飮馬寒塘流(음마한당류) 말에게 찬 못의 물을 먹이는도다.
磊落星月高(뇌락성월고) 빛나는 별과 달 높기도 하고
蒼茫雲霧浮(창망운무부) 아스라히 구름과 안개 떠있거늘,
大哉乾坤內(대재건곤내) 광대한 하늘과 땅 사이에서
吾道長悠悠(오도장유유) 나의 갈 길 멀고도 아득하구나.
* 생사(生事) : 입고 먹는 생계 문제를 가리킴.
* 한원(漢源) : 동곡과 이웃한 고을. 서한수(西漢水)의 발원지라 하여 붙여진 이름.
* 율정(栗亭) : 동곡현에 속한 지명. 동곡의 동쪽 50리 지역. 진주에서는 195리 떨어져 있음.
* 서여(薯蕷) : 참마. 여러 해 살이 넝쿨 풀. 땅 속 줄기를 먹을 수 있으며 약으로도 쓰임.
* 방주(方舟) : 연결해 나란히 가는 배를 가리킴. 여기서는 그저 배의 의미로 쓰임.
* 차방(此邦) : 진주를 가리킴.
* 중소(中宵) : 한 밤중.
* 뇌락(磊落) : 밝은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