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七首(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 7수)

by 오대산인

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七首(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 7수)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해 있으며 지은 7수의 노래. (七言古詩)


숙종 건원 2년(759) 11월 동곡에 있을 때 지은 시. 두보는 이 해에 네 차례에 걸쳐 여로에 올랐다. 삶이 그 만큼 힘들고 어려웠던 것인데, 10월에는 진주(秦州 : 감숙성 천수시)를 떠나 11월에 동곡(감숙성 성현)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기대와 달리 친지의 도움이 부족해 기한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곤란하였다.


1

有客有客字子美(유객유객자자미) 뜨네기 있어, 뜨네기 있어, 자가 자미라네.

白頭亂髮垂過耳(백두난발수과이) 흰머리 헝클어진 머리털 귀 아래 흘러내리네.

歲拾橡栗隨狙公(세습상률수저공) 세모에 저공을 따라 도토리를 줍거늘

天寒日暮山谷裏(천한일모산곡리) 날씨 추운데 산골짝에 해 저물어가네.

中原無書歸不得(중원무서귀부득) 중원에는 편지 없고 돌아가지 못한 채

手脚凍皴皮肉死(수각동준피육사) 팔다리 얼어 터져 살갗이 죽은 듯하네.

嗚呼一歌兮歌已哀(오호일가혜가이애)아! 첫 노래여, 노래 이미 애처롭구나.

悲風爲我從天來(비풍위아천종래) 슬픈 바람 날 위해 하늘에서 불어오네.


* 상율(橡栗): 도토리를 가리킴. 저공(狙公) :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


2

長鑱長鑱白木柄(장재장재백두병) 삽이여, 삽이여, 흰 나무 자루로다.

我生託子以爲命(아생탁자이위명) 내 인생 네게 의탁해 목숨을 부지하노라.

黃獨無苗山雪盛(황독무묘산설성) 둥근 마는 싹도 없고 산엔 눈 가득한데

短衣數挽不掩脛(단의삭만불엄경) 짧은 옷 자꾸 당겨도 종아리를 못 가리네.

此時與子空歸來(차시여자공귀래) 이때에 그대와 함께 빈손으로 돌아오니

男呻女吟四壁靜(남신녀음사벽정) 식구들 배고파 신음하다 방 안이 고요해지네.

嗚呼二歌兮歌始放(오호이가혜가시방) 아! 둘째 노래여, 노래 비로소 터져 나오네.

閭里爲我色惆悵(려리위아색추창) 마을 사람들 나 때문에 안색이 구슬프구나.


* 장참(長鑱) : 삽을 가리킴.

* 황독(黃獨) : 둥근 마. 마과의 여러해살이 식물. 덩이 뿌리를 식용하거나 약용한다.

* 자(子) : 장재(長鑱)를 가리킴.



3

有弟有弟在遠方(유제유제재원방) 아우 있어, 아우 있어, 먼 곳에 사네.

三人各瘦何人强(삼인각수하인강) 세 사람 각기 고달프니 그 누가 살만 하더뇨?

生別展轉不相見(생별전전불상견) 생이별해 떠돌아 서로 만나보질 못하고

胡塵暗天道路長(호진암천도로장) 오랑캐 먼지에 하늘 어둡고 길은 멀어라.

東飛鴐鵝後鶖鶬(동비가아후추창) 동으로 나는 큰기러기 뒤 무수리 뒤따르는데

安得送我置汝傍(안득송아치여방) 어이 해야 나를 너희 곁으로 보내 있게 하려나?

嗚呼三歌兮歌三發(오호삼가혜가삼발)아! 셋째 노래여, 노래하며 세 번 탄식하네.

汝歸何處收兄骨 (여귀하처수형골) 너희들 돌아간들 어디에서 형의 뼈를 거두리!


* 삼인(三人) : 두보는 이름이 영(穎), 관(觀), 풍(豊), 점(占)인 네 동생이 있었다. 당시 두점만 같이 있었고 나머지는 산동과 하남에 흩어져 있었다.

* 가아(鴐鵝) : 커다란 기러기의 일종. * 추창(鶖鶬) : 황샛과의 무수리로 추정됨. 목 부위에 털이 없고 학보다 체구가 크며 성질이 사나워 뱀 따위를 잡아먹는다고 함.



4

有妹有妹在鍾離(유매유매재종리) 누이 있어, 누이 있어, 종리에 사네.

良人早歿諸孤癡(량인조몰제고치) 남편 일찍 죽고 고아들은 어리네.

長淮浪高蛟龍怒(장회랑고교룡노) 유장한 회수에 물결 높고 이무기 성을 내는데

十年不見來何時(십년불견래하시) 십년을 못 봤으니 어느 때나 찾아가 만나랴.

扁舟欲往箭滿眼(편주욕왕전만안) 작은 배로 가려해도 눈앞에 온통 화살 보이고

杳杳南國多旌旗(묘묘남국다정기) 아득한 남방에 군대 깃발 북적인다네.

嗚呼四歌兮歌四奏(오호사가혜가사주)아! 넷째 노래여, 노래를 네번 부르네.

林猿爲我啼淸晝(림원위아제청주) 숲의 원숭이도 나 때문에 대낮에 우네.


* 종리(鍾離) : 옛 현(縣) 이름. 지금 안휘성 봉양현(鳳陽縣) 동북 지역.

* 장회(長淮) : 회하(淮河)를 가리킴. 종리는 회하의 남안에 있음. * 교룡(蛟龍) : 이무기. 전설에 홍수를 일으킨다고 함.

* 남국(南國) : 남방의 장강과 회하 일대를 가리킴. * 정기(旌旗) : 전란을 비유함. 당시 건원 2년 8월에 양주(襄州)의 장수 강초원, 장가연이 난을 일으켜 자사 왕정이 형주로 달아났고 강초원이 남초패왕으로 자처하였다. 9월에는 장가연이 형주를 공격해 형남절도사 두홍점이 패주해 달아났다.


5

四山多風溪水急(사산다풍계수급) 사방 산에 바람 많고 계곡물 급히 흐르네.

寒雨颯颯枯樹濕(한우삽삽고수습) 찬비는 싸악싸악 마른 나무 적시는구나.

黃蒿古城雲不開(황호고성운불개) 옛성에 제비쑥 그득하고 구름 개지 않는데

白狐跳梁黃狐立(백호도량황호립) 흰여우 뛰어오르고 누런 여우 사람처럼 서있네.

我生何爲在窮谷(아생하위재궁곡) 내 인생 어쩌다 궁벽한 산골짝 있게 되었나?

中夜起坐萬感集(중야기좌만감집) 밤중에 일어나 앉으니 온갖 감회 찾아드네.

嗚呼五歌兮歌正長(오호오가혜가정장)아! 다섯째 노래여, 노랫소리 정히 유장하여라.

魂招不來歸故鄕(혼초불래귀고향) 넋을 불러도 오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 고성(古城) : 동곡(同谷)을 가리킴.



6

南有龍兮在山湫(남유룡혜재산추) 남쪽에 용이 있어 산 속 깊은 못에 산다네.

古木巃嵷枝相樛(고목롱종지상규) 늙은 나무는 높게 솟았고 가지 서로 얽혔네.

木葉黃落龍正蟄(목엽황락룡정칩) 나뭇잎 누렇게 지자 용도 숨어 나오지 않는데

蝮蛇東來水上游(복사동래수상유) 살모사 동에서 와 물 위에 떠 놀고 있구나.

我行怪此安敢出(아항괴차안감출) 나는 이것이 어찌 감히 나다니나 놀라고는

拔劍欲斬且復休(발검욕참차부휴) 칼을 뽑아 베려다가 그만 두었네.

嗚呼六歌兮歌思遲(오호륙가혜가사지)아! 여섯 째 노래여, 노래의 서정 더디어지네.

溪壑爲我廻春姿(계학위아회춘자) 시내와 골짝이여, 나를 위해 봄의 모습 돌아오라.


* 산추(山湫) : 산중에 있는 깊은 못. 동곡현 동남쪽 7리에 있는 만장담(萬丈潭)을 가리킴. 용이 못에서 나와 날아다닌다는 전설이 있음.

* 농종(巃嵷) : 원래 산이 높은 모양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나무가 모여 높이 서있는 모양을 의미함.

* 복사동래(蝮蛇東來) : 동곡이 온난한 지방이라 겨울에도 뱀이 돌아다님을 말한 것임. 또한 그해 9월에 사사명이 범양에서 반군을 거느리고 황하를 건너 하남 일대에서 횡행함을 비유한 것임.

* 아항(我行) : 본래 우리들, 우리 무리의 뜻으로 아등(我等), 아배(我輩)와 같음. 여기서는 단수로 두보 자신을 가리킨 것임.

* 발검욕참차부휴(拔劍欲斬且復休) :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아 그만 두었다는 뜻. 또한 두보 자신은 세상을 구할 마음이 있으나 조정에서 지위와 권세를 가지고 있는 몸이 아니라 포기했다는 비유로 보기도 함.

* 가사(歌思) : 노래에 담긴 뜻, 시정(詩情)을 가리킴. * 지(遲) : 우여곡절이 있어서 전개가 느려진다는 뜻.



7

男兒生不成名身已老(남아생불성명신이로) 사나이 살며 이름 못 이루고 몸 벌써 늙었구나.

三年飢走荒山道(삼년기주황산도) 삼년을 굶주리며 거친 산길 달려왔다오.

長安卿相多少年(장안경상다소년) 장안의 고관대작 중에는 젊은이들 많거늘

富貴應須致身早(부귀응수치신조) 부귀하려거든 응당 일찌감치 벼슬해야지.

山中儒生舊相識(산중유생구상식) 산골의 유생은 전부터 알던 이인데

但話宿昔傷懷抱(단화숙석상회포) 지난 날 이야기하다 마음속만 상하네.

嗚呼七歌兮悄終曲(오호칠가혜초종곡) 아! 일곱째 노래여, 고요히 노래 마치네.

仰視皇天白日速(앙시황천백일속) 높은 하늘 올려 보니 해는 빨리도 가는구나.


* 삼년기주황산도(三年飢走荒山道) : 숙종 지덕 2년(757) 4월 장안에 구금되었다 봉상으로 탈출한 이후 동곡에 와서 살게 되기까지 근 3년이 경과되었다.

* 치신(致身) : 몸을 바치다. 벼슬길에 나가 임금을 섬김을 의미함.

* 산중(山中) : 동곡의 산 속을 가리킴. * 유생(儒生) : 이함(李銜을 가리킴. 두보가 만년에 지은 〈長沙送李十日銜〉에 “그대와 서강주에서 피난했다.”(與子避地西康州)라는 구절이 있음. 서강주는 곧 동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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